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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1 변혁당 정치캠프

“내 삶을 바꾸는 시간 사회주의 24시”

 

 

코로나19, 민중은

더 아프고 더 가난하고

더 투쟁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노동계급의 대응

 

 

정은희┃기관지위원회

허성실┃조직위원장

 

 

 

“화장실에 가면 여기저기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노동자들이 사탕이나 간식을 까먹는 소리예요. 화장실은 관리자가 언론을 의식해 그나마 통제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여기서 숨을 돌리는 노동자들이 많아요. 아마존과 쿠팡은 여러 면에서 정말 비슷합니다. 아마존에서는 노조 결성에 실패했지만, 우리가 힘을 키워 그들의 힘이 되고 싶어요.”

 

지난 7월 24일, 변혁당 정치캠프 국제 세션에 토론자로 참여한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장이 전한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아마존과 쿠팡 같은 물류기업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곤두박질쳤다. 이번 정치캠프 국제 세션에서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사회적 여건이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달라졌고 이에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봤다.

 

 

 

코로나19 대차대조표

 

“코로나19 이후 세계 노동계급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준비한 필자들은 먼저 팬데믹을 경유하며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얼마나 심화했는지 짚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경기 불황 속에서 2020년 세계 평균 1인당 GDP가 3.5% 감소해 지난 3~4년간의 증가분이 사라질 만큼 피해가 컸지만, 이는 계급‧성‧인종에 따라 달리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기간에 부(富)는 아래에서 위로 ‘재분배’됐다. 노동계급은 대량실업 사태와 노동시간 손실을 겪으며 소득이 크게 줄어든 반면, 각국 정부가 추진한 경기부양 조치의 수혜는 부유층과 자본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모든 지역의 고용과 사회 지표가 악화했는데, 그중에서도 위기 이전에 이미 불안정한 고용 조건에서 일했던 여성, 청년, 비공식 노동자의 고용손실이 더 컸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총 노동시간은 8.8%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2008년 세계 공황 기간의 4배에 가까울 만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에 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도 현저히 침해당했다. 국제노총(ITUC)이 6월 30일 발표한 ‘연례 글로벌 권리 지수’에 따르면, 파업권, 노동조합 설립 및 가입 권리, 노동조합 활동과 시민의 자유,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8년 만에 가장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적게 잡아도 2020년 8,800만 명이 추가로 극빈곤 상태에 빠졌으며, 전 세계 기아인구는 약 9.9%로 전년보다 1.5%p 증가했다. 하반기 경제가 소폭 회복했지만, 여성‧청년‧유색인종은 여전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여성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해고됐으며, 돌봄과 가사노동을 떠안았고, 이들에 대한 가정폭력도 증가했다. 반면, 여성의 의료접근권은 더욱 제한돼 산전 관리나 출산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코로나19 영향은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른 의료민영화의 폐해로 더욱 악화했지만, 그 피해 역시 불평등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이나 사망률은 소득‧인종‧지역에 따라 달리 나타났고, 백신 접종 또한 북반부와 부유국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2020년 10월 12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IMF는 코로나19 구제금융을 받은 84%의 국가에 공공의료와 연금제도 개악, 임금 동결‧삭감 등 더 가혹한 긴축 조치를 권장했다.

 

미국을 위시한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낙수 효과를 명분으로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그렇게 풀린 막대한 자금은 주식‧부동산‧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부유층에 집중됐다. <뉴욕타임스>마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미국 중앙은행)가 통제한 돈의 흐름은 부자에게 흘러갔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자산가‧고학력‧백인일수록 주식을 더 많이 소유하면서 불평등을 더욱 확대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미국 사회 상위 1%가 전체 주식의 52.7%를 소유한 반면, 하위 50%는 단 0.6%를 보유하는 데 그쳤다.

 

경기 부양 조치에 관해서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일반 가계에 대한 소득 지원에 중점을 뒀지만, 애초 민주당이 약속한 연방정부 최저임금 인상은 빠졌고 일시적 지원에 그쳤다. 가계 지원 규모가 증가한 데에는 그간 미국에서 계급투쟁이 고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배경으로 국내 정치를 안정화하기 위한 ‘제국주의적 케인즈주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럽연합에서는 애초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더 큰 타격을 받은 남유럽에 더 많은 보조금이 책정될 예정이었으나, 북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재정 지원 대신 ‘대출’액을 늘리면서 유럽 내 격차 확대를 노정했다.

 

 

 

“미국 민중의 시위,

1946년 이후 가장

거대한 규모”

 

이러한 조건에서 세계 노동계급은 파업과 시위로 자신의 생존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 투쟁 건수는 전년에 비해서도 더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연 11.5%씩 증가하던 추세를 이은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각국 정부의 봉쇄나 이동 제한 조치로 주춤했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계‧노동조건‧방역 이슈 등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는 차이를 나타내는데, 가령 미국에선 코로나 이후 1,350건의 파업(<페이데이 리포트 Payday Report> 보도)이 발생했으며 이는 1946년 이후 가장 거대한 규모였다. 반면, 유럽에서는 2020년 쟁의 행위가 상대적으로 감소했고, 중국에서도 이 수치는 2019년 1,385건에서 2020년 800건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볼리비아(약 21일), 페루(약 50일), 콜롬비아(약 2개월)를 비롯해 태국과 미얀마 등지에서는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총파업이 일어났다.

 

노동계급의 파업 시위는 미국에서처럼 주로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조직했으며, 업무 압력이 증가하거나 감염 위험이 높은 업종에서 주로 일어났다. 즉, 보건‧창고‧우편‧물류‧운송‧식품 생산,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으로 악명 높았던 육류공장 및 농업 부문에 집중됐다.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수감자나 이주노동자들의 집단행동도 두드러졌다. 유럽처럼 팬데믹 기간에 파업 시위가 감소한 지역에서도 코로나19 최전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두드러졌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는 뜻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 운동이나 세입자 파업 등 팬데믹 기간에 대중적으로 일어난 시위 역시 노동계급의 경제적 조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 또한 레바논‧튀니지‧아르헨티나‧세르비아‧콜롬비아‧페루에서는 정부의 위기 조치에 대한 불만이 반정부 시위로 발전했는데, 이들 시위에서도 노동조합이나 노동계급의 역할이 주도적이었던 것으로 관찰된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시위가 폭발적으로 일어난 대표적인 곳 중 하나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와 직결된 노동자들, 즉 보건 종사자나 아마존 등 물류산업 노동자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보건 노동자들은 38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안전한 근무 조건과 코로나19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를 촉구하기 위해 시위를 진행했다. 수감자 및 ICE 억류자(ICE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이민‧세관 단속청을 뜻하며, 국경을 넘는 이주민을 감금‧억류한다)들은 비좁은 숙소와 열악한 환기, 제한된 실외 시간, 마스크 및 기타 PPE(개인 안전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 등의 문제로 전국적 시위를 벌였다. 또한 세입자들이 임대료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지불을 거부하며 정부에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도 대규모로 일어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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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운동 조직 절실

 

발제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몇 가지 시사점을 살펴봤다.

 

우선, 코로나19는 자본주의가 야기한 기후위기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른 보건위기로 격화했지만, 주요국 정부와 국제기관의 대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단기적 지원에 그쳤다.

 

둘째, 투쟁은 여러 곳에서 현장 조합원이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주도했지만, 주요 노총은 이들을 조직하고 대표하며 체제적 대안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에 치중했다.

 

셋째, 팬데믹 기간에 일어난 투쟁은 코로나19와 직결된 임금‧노동조건 외에도 세금‧주거‧인종‧성차별 등 노동계급의 사회적 조건과 긴밀히 맞물려 발생했다. 나아가 이런 싸움을 반정부 투쟁으로까지 이끄는 데에는 노동계급, 특히 현장노조와 여성‧유색인종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넷째, 볼리비아와 페루에선 코로나19 기간에 더욱 심화한 사회적 모순 속에서 사회주의를 내건 대통령 후보가 당선함으로써 현실적 대안으로 선택받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각국 정부의 대책은 탈탄소 산업 체제로의 전환을 추동하는 한편 제국주의적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발제자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사회적 갈등, 쟁투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계급,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자본주의의 체제적 대안인 사회주의를 쟁취할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운동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정치캠프 국제 세션 토론에 참가한 변혁당 울산시당 정원현 당원은 미얀마 쿠데타 반대 투쟁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미얀마 민중운동의 역사를 살폈다. 그는 특히 미얀마가 산업자본주의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성장한 노동계급의 투쟁이 미얀마 민중운동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미얀마 군부는 자칭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정치세력’이라며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과 변혁당이 추구하는 사회주의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두에 언급한 정성용 분회장 역시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쿠팡이 ‘사업은 한국에서 하지만 일본계 금융자본 소프트뱅크가 거액을 투자하고,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일본과 대만에도 진출하려 한다’며 ‘그만큼 쿠팡과 물류산업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려면 국제연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여러 참가자가 토론에 함께하며 ‘코로나19 전후로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와 쿠바에서의 반정부 시위가 다른 점이 있는가’ 등에 관한 면밀한 분석을 요청했다. 또, 코로나19 기간 세계 민중 진영에서 일어난 사회화 운동에 대한 관심도 제기됐다. 이번 국제 세션 토론에는 모두 40여 명이 참여해 세계 노동계급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사회화 투쟁이나 사회주의 운동과 더불어 향후 노동계급의 국제연대에 관해 더 많은 분석과 논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번 정치캠프 이후에도 국제 정세와 세계 사회주의 운동을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계속 준비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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