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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강화’한다더니,

민간위탁 확장판 만드나

 

울산 사회서비스원 출범,

장애인 활동지원은 배제

 

 

전인표┃울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울산지회 조직부장)

 

 

 

문재인 정부는 그간 광범하게 민간위탁으로 내맡긴 돌봄노동(보육‧양육‧노인 요양‧장애인 활동지원 등) 서비스를 공공기관이 직접 제공하겠다며 ‘사회서비스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서울‧경기‧대구‧경남 등 4개 시‧도에서 시범 운영에 나섰고, 2021년 현재 전국 11개소를 설립했으며 내년에는 17개 시‧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는 당초 정부가 공약한 ‘사회서비스공단’에 비해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었다. 공적으로 포괄하겠다는 돌봄노동 범위도 제한적이고, 고용형태나 임금‧노동조건 개선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일상의 민영화나 다름없는 사회서비스 민간위탁을 방치한 채 해당 업무를 수탁해 이윤을 챙기는 민간업자들 눈치를 보며 사회서비스원 역할을 축소하는 데 급급한 꼴이다.

 

이 가운데 필자가 활동하는 울산에서도 최근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한다며 설명회‧공청회를 열었다. 결론적으로 느낀 바를 말하자면, 단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민간위탁을 하나의 커다란 민간위탁으로 만들려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2018년 장애인 활동지원 노동을 시작하고 이듬해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울산지회)을 만들며 사회서비스원 설립 소식을 들었다. 장애인 활동지원 노동자들은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기간제 노동자와 비슷한 처지다. 그래서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되면 정규직으로 바뀐다’고 하기에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원은 애초 생각했던 공공기관이라기보다 일종의 자회사 같은 형태였다.

 

더구나 오는 10월 설립되는 울산 사회서비스원은 아예 장애인 활동지원 업무를 배제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는 지난 5월 7일 사회서비스원 설립 설명회와 6월 16일 공청회를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 분야는 배제하고, 재가요양‧아동돌봄‧대체지원 분야만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울산시는 무엇을 위해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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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탁 굴레 속에 착취당하는

장애인 활동지원 노동자

 

그간 장애인 활동지원 노동자들은 정부의 외면 속에 제대로 된 노동권을 누리지 못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3가지가 대표적이다.

 

첫째, 급여 문제다. 2021년 기준 바우처 수가(활동지원 노동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령하는 시간당 수가)는 14,020원이다. 여기서 ‘센터 운영비’ 등 25%를 선공제하면 1만 원 정도 남는다. ‘시급 1만 원이면 많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1만 원은 주휴‧연차‧연장 수당을 모두 포함한 포괄임금으로 실제로는 최저시급 정도일 뿐이다. 그마저 노동조합이 없던 2018년 6월 이전에는 이런 수당도 없이 최저시급만 지급했다. 민간에 위탁하고 제대로 관리감독도 하지 않은 공공기관의 책임이 크다.

 

둘째, 휴게시간 문제다. 2019년 이전까지 활동지원 노동자들은 따로 휴게시간이 없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피로 및 과로 방지를 위해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씩 휴게시간을 갖게 했다. 물론, 온전히 쉴 수만 있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하지만 서비스 이용자인 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지원 노동자들은 이용자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휴게시간에도 마냥 쉴 수 없다. ‘무노동 무임금’을 넘어, ‘유노동 무임금’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셋째, 불공평한 노동시간 문제다. 활동지원사 가운데는 한 달에 200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도 있지만, 60시간도 일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다반사다. 활동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센터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없다고 하지만, 센터에 잘 보이면 시간을 많이 주고 밉보이면 시간을 아예 안 주거나 적게 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민간업자들의 이권 챙기기,

온전한 공영화로 뿌리 뽑아야

 

이 3가지 외에도 민간위탁에는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바우처 수가로 받는 급여 외에는 전무한 복지, 10년을 일한 노동자나 갓 시작한 노동자나 똑같은 임금 등등…. 기관장의 입김에 공공사업이 좌우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에는 김포의 한 장애인 활동지원 기관장이 자기 경력을 부풀려 월급을 ‘셀프 인상’하고 친인척까지 채용한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일이 발각된 후 기관장의 변명이 더 기가 막혔다. 다른 기관장들 얘기를 듣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어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활동지원 기관의 수장들은 민간위탁의 허점을 이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울산 사회서비스원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분야를 배제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7일 울산 사회서비스원 설립 설명회 이전에 울산시와 지역 내 활동지원 기관장들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해당 기관장들이 ‘사회서비스원에 장애인 활동지원 영역을 포함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얘기를 울산시 관계자에게서 전해 들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그 기득권 놀음에 활동지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 이용자인 장애인들에게 돌아간다.

 

한국에서 돌봄노동은 90% 이상이 민간위탁이고, 장애인 활동지원의 경우 100% 민간위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한다던 사회서비스원이 장애인 활동지원 분야를 배제한다는 것은, 민간위탁과 그에 따른 문제를 계속 방치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울산 사회서비스원은 다른 지역보다 2년 늦게 출범하는데도 민간위탁의 고질적 병폐는 고스란히 유지하는 문제를 반복하려 한다. 더 이상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지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지 못하도록, 진정한 사회서비스 공영화 쟁취 투쟁을 지역에서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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