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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해체 지경인데…

8천억 쏟아붓고선

입도 뻥긋 못하는 정부

 

 

한국지엠분회

 

 

 

지난 3월 말, 한국지엠이 기어이 또다시 사업장 폐쇄를 단행했다. 핵심 A/S인 차량 정비사업소에 부품을 조달하는 물류센터 두 곳(창원, 제주)을 연달아 없애버린 것이다. 이제 한국지엠에 남은 부품물류센터는 단 하나뿐(세종)이다. 이번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를 면치 못했다. 창원 부품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25명은 4월 30일 ‘업체 폐업’ 형태로 해고자가 됐다. 유일하게 남은 세종 물류센터 역시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 향후 구조조정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지엠 사측은 부평공장 인근 물류최적화센터(LOC: 부평공장에 들어가는 부품 분류작업 등을 담당) 부지를 매각하는 한편, 서울 소재 직영 정비사업소 부지까지 떼어내 팔아치우려 한다. 한편으로는 정비사업 축소‧외주화 시도를 호시탐탐 엿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 자산을 팔아치워 GM 본사에 현금을 갖다 바칠 생각만 가득하다.

 

현재 완성차 기업으로서 한국지엠은 조각조각 찢어지며 해체당하고 있다. 2018년 말에는 연구‧개발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한국지엠에서 떼어냈다. 3년 전 군산공장 폐쇄 이후 남아 있는 생산기지 3곳(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가운데 부평 2공장에 대해서는 내년 8월 이후 신차 배정도, 생산계획도 없다. 얄궂게도 내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열린다. 2018년 GM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공장을 먼저 폐쇄한 뒤 ‘회사 전체를 부도낼 수도 있다’는 협박을 앞세워 공적 자금을 받아 갔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GM에 8천억 원의 공적 자금을 쥐여준 문재인 정부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 이미 작년 4월 한국지엠 사측이 산업은행을 찾아가 ‘2018년에 받은 돈을 모두 소진했으니, 추가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던 게 드러났다.* 큰 선거가 다가오는 올해와 내년 초, GM이 또다시 경영 악화를 빌미로 협박 카드를 내밀며 뭔가를 더 요구할 거라는 짐작도 무리가 아니다. 이를 방증하듯, 한국지엠은 이미 재무상태를 망가뜨리고 있다.

 

 

 

인건비도, 연구‧개발비 때문도 아냐…

문제는 GM 본사로 줄줄 새나가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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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이하 ‘사무지회’)가 <2020년 한국지엠 재무 및 경영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지난 1년간 코로나19 확산과 경제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한국지엠 매출액은 전년 대비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매출액이 17%나 뛰어올랐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매출액보다 매출원가율(매출액 대비 각종 비용)이 더 크게 올라 무려 95.6%를 기록했다. 100원어치를 팔면 원가 빼고 남는 게 4.4원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이상하게 높은 매출원가율은 한국지엠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했는데, 지난 2018년 구조조정 이후 살짝 낮아지는가 싶더니 어김없이 다시 올라갔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사무지회가 회사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오히려 정반대였다. 한국지엠 인건비는 2018~19년 연속으로 무려 30%씩 떨어졌다(2018년은 구조조정, 2019년은 연구‧개발 부문 분리 때문). 그런데도 오히려 매출원가율은 2019년부터 다시 상승했다. 연구‧개발비(로열티 비용) 역시 2018년부터 계속 하락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 높은 원가비용이 어디로 새나갔단 말인가?

 

사무지회 분석을 종합하면, GM 본사가 한국지엠에서 이익을 뽑아가고 있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른바 ‘이전가격’, 즉 다국적기업 본사가 해외 자회사와 거래하는 가격을 조작하는 것인데, 가령 자회사가 생산한 완성품이나 부분품을 값싸게 사오거나 자회사에 공급하는 부품 등의 가격을 높이는 식이다. 이미 한국지엠은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이전가격 조작에 따른 세금 추징을 부과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GM에 공적 자금을 퍼준 산업은행은 이 점에 대해 ‘의혹이 없다’고만 되풀이하며 면죄부를 주는 데 급급할 뿐이다.

 

 

 

산업은행이 말한

‘가성비’가 이것인가

 

지난 2018년 한국지엠이 구조조정을 전격 통보했을 때,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지엠에 5천억 원을 들여 일자리 10만 개를 5년이라도 유지한다면 그게 나쁜 장사인가?’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실제 문재인 정부가 GM에 퍼준 돈은 그보다 큰 8천억 원이었고, 일자리 유지는커녕 군산공장이 사라진 뒤에도 부평‧창원공장과 물류센터 등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는데도!) 계속 해고당했다. 연구‧개발-생산-판매-정비 등 완성차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영역은 갈가리 찢겨나간다. 이동걸이 말한 ‘가성비’가 이것인가? 어떻게든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다시 ‘사고’가 터지지 않게 봉합하는 데 급급했겠지만, GM은 스스로 망쳐놓은 재무상태표를 들고 다시 청구서를 내미는 짓을 반복할 모양새다.

 

3년 전 당했던 구조조정을 또 반복해선 안 된다. 한국지엠 원하청 노동자 가운데 회사가 계속 사업을 유지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언제 협박 통보가 나올지는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노동자들의 잠재된 불안과 분노를 지금부터 싸움으로 만들어낼 때다. 당장 앞서 거론했던 이번 물류센터 폐쇄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제 하나 남은 물류센터인 세종 센터는 무려 80%가 비정규직이다. 이 노동자들을 조직하면서, 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그렇게 싸움의 불씨를 지피면서, 사업 부문별로 구조조정을 들이밀고 있는 GM과 그 GM에 현금인출기 노릇을 해주고 있는 이 정부의 행태를 폭로하며 투쟁 전선을 구축해나가자.

 

 

 

* <변혁정치> 119호(2020년 12월 15일 자) 기사 “막장경영 한국지엠, 철수설 고질병 재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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