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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6.01 17:49

영끌과 사회주의

 

 

홍석만┃참세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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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와 국민수탈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오늘날까지도 주요국의 ‘위기 대응책’으로 널리 퍼져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양적완화’는 간단히 말해 통화량 증가, 즉 중앙은행이 본원통화(중앙은행이 발행‧공급하는 통화)를 급격히 늘리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중앙은행의 부채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돈을 무작정 찍어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게 아니라면, 중앙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때 국채 등 다른 자산을 담보로 해야 하므로 본원통화 증가는 곧 중앙은행 부채 증가를 뜻함), 다름 아닌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게 된다. ‘양적완화 = 중앙은행 본원통화 급증 = 중앙은행 부채 급증 = 국민부채 급증’이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의 양적완화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이런 부채를 신흥국으로 전가할 수 있지만, 한국 같은 신흥국의 양적완화는 고스란히 국내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한편, 중앙은행은 이렇게 발행한 통화를 시중은행이 보유한 금융채(주택저당증권(MBS) 등)와 교환함으로써 은행에 현금을 공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은행은 대출사업을 벌이면서 신용창조가 일어난다. 시중에 다시 통화가 공급되면서 가계부채가 더욱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실물경제가 침체하는데 자산시장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것은 다른 국민의 부를 수탈해서 자산시장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이는 바로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노동자에게 ‘이중 수탈’을 의미한다. 첫째, 자산시장 내부 재분배와 이자 수취를 통한 ‘임금자산 또는 미래 임금에 대한 수탈’이다. 둘째, 화폐 시스템을 통한 ‘국민 전체에 대한 수탈’이다. 이 두 가지는 중첩해서 작용한다.

 

 

 

신자유주의 금융화

 

이러한 금융 수탈이 가능했던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복원이 진행되면서 사회적 수요가 폭증하고 생산성이 증대하는 한편, 노동자 임금 인상과 함께 임금자산 축적도 이뤄졌기 때문이다(또한, 공산권 확장에 맞서기 위해 냉전 등 군사적 대응 외에도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통해 내부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요인도 있었다). 이렇게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로 노동자가 (임금)자산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1950~60년대 미국경제의 ‘골디락스’(고성장-고임금-저실업) 속에서 이윤율과 임금이 동반 상승했고, 노후를 대비한 노동자 가계의 임금자산이 쌓였다. 저축뿐 아니라 주택 보유가 증가했고, 1970년대 이후로는 주식‧채권 등 각종 금융자산도 축적했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스태그네이션)+인플레이션)에 빠지며 이윤율이 추락하자, 노동자 가계의 자산 축적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이는 노동자 가계에 대한 (임금자산에 기반한) 소비 대출 확대와 더불어 MBS(주택저당증권)‧ABS(자산담보증권) 등 증권화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가공자본 창출로 나타났다(주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하고, 그 채권을 다시 증권화해서 금융상품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일국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금융화다.

 

아래 <도표 1>에서 보듯, 미국에서 가계대출과 가계부채는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1980년대부터 폭증했다. 원인은 주택‧자동차 등 노동자 임금이 축적된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주택 구매용 담보대출이나 자동차론)과 함께, 미래 임금을 담보로 한 소비 대출(신용카드, 할부구매, 학자금 대출)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가계대출을 구성하는 주요 항목이며, 그 성격은 노동자 임금 축적 자산 또는 임금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즉, 노동자 가계에 대한 소비신용은 임금 축적 자산이나 임금을 담보로 잡고 거기서 이자를 수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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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생산영역에서 자본의 과잉은 유휴자본을 늘림으로써 대부자본의 경쟁과 과잉을 부추겼다. 이는 대부자본의 ‘가공화’(현실이 아닌 미래 수익에 대한 각종 청구권 자체를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것)를 촉진하고, 가공자본도 더 많은 이자를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된다. 가령, 생산에 기초한 각종 채권(매출채권 등)만이 아니라 부동산 같은 자산과 채권의 위험률 등을 평가한 파생금융상품으로 가공화가 확장됐다. 그 결과 가공자본은 지구적 규모로 팽창하며 자본 간 경쟁은 더 심화했고 투기화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본질적 속성이다.

 

 

 

 

또한, 생산영역의 과잉자본과 그에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과잉생산은 일반적으로 착취율을 더욱 강화한다. 노동강도를 높이면서 임금은 낮추고, 노동절약적 기술 도입을 촉진해 생산을 더 자본집약적 구조로 바꾼다. 이는 자본의 과잉을 더욱 부추기는데, 그에 따라 자본은 잉여가치 추출에 새로운 방식을 추가하게 된다. 금융화가 자본 축적에서 갖는 의미는 노동자 가계에 대한 소비신용으로 임금 및 임금자산에 대한 수취를 확대해나갔다는 점이다. 금융화를 통해 노동자 임금에 대한 수취를 늘려 이윤량을 증가시켰으며, 노동력 가치를 하락시켜 잉여가치율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암호화폐와 코인시장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가공화가 추가됐는데, 다름 아닌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기존 은행 또는 중앙은행의 중앙집권적 통화 발행에 반발해 등장했다.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 금융거래내역(원장)을 중앙에 집중시키지 않고 무수한 저장소에 분산함으로써 임의적인 수정‧왜곡을 방지하는 기술)을 응용해 거래와 교환의 신뢰를 확보하고, 중앙은행의 화폐공급 독점이 아닌 ‘채굴’이라는 소프트웨어적 방법으로만 공급된다.

 

그러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가상화폐, 가상자산)는 화폐가 아니다. 불태환, 즉 더 이상 ‘금과 교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기존 법정화폐와 동일하지만, 법정화폐의 가치는 국가의 강제통용력과 중앙은행의 리저브(reserve: 법정화폐 발행의 대가로 중앙은행이 쌓아둔 자산. 국채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실물자산으로 구성)가 보장하는 반면, 암호화폐의 내재 가치는 사실상 없으며 누구도 보장하지 않는다. 암호화폐의 실질 가치는 ‘채굴비용’과 관련될 뿐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원래 ‘향후 100년간 2,100만 개까지만’ 발행하도록 설계됐지만, 소수점 아래 8자리까지 분할이 가능해(즉, ‘0.00000001 비트코인’으로 쪼개서 거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문제도 상존한다. 비트코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코인 역시 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행액이 사실상 무제한이며, 애초 의도와도 다르게 대다수 코인은 소수의 ‘고래’가 독점했다. 또한, 사용가치 측면에서 보자면 외환거래의 거래비용 단축 기능(‘코인’의 대표적 효용으로 알려짐)도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가 일반화하면 얼마든 대체할 수 있다. 즉, 화폐를 뛰어넘거나 대신할 사용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주식, 채권, 선물, 옵션, MBS 등)이라기보다는 ‘실물자산’(금, 귀금속, 골동품, 부동산 등)에 더 가깝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형태지만 엄연히 존재하며, 모든 금융자산의 속성인 ‘채권-채무 관계’를 갖지 않고 미래 잉여가치에 직접적으로 기초하지도 않는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화폐의 대용’으로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금본위제를 폐지한 1971년 이후 금이 화폐(상품)에서 상품으로 전환되면서 (화폐가 아니라) 화폐의 대립물로 존재하게 됐듯, 비트코인 역시 등장한 지 10여 년밖에 안 됐지만 신속하게 화폐와 금의 대립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런 속성 때문에 비트코인은 실물자산이면서도 동시에 금융자산의 특징, 즉 미래 잉여가치에 대한 분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금본위제 폐지 이후 화폐의 가치는 중앙은행의 리저브가 보장하는데, 이는 해당 국가의 노동력 가치 평균으로 구성되며 화폐는 이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화폐의 대체(또는 교환) 가능성과 화폐의 미래 할인율(또는 이자율)에 기반한 실물자산이자 동시에 금융자산이다.

 

 

 

금융화는 부채화: 수탈의 증거

 

작년 3월 이후 가계 금융투자액 중 주식 비중은 38.2%로, 2016~19년 평균 9.8% 대비 28.4%포인트 급등하며 4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0년 대출 증가액 23.7조 원 가운데 신용융자는 10조 원, 신용대출은 9.5조 원으로 도합 20조 원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융자’의 경우 2019년 -2.1%에서 2020년 108.7%로 크게 뛰었다. 이른바 ‘동학개미’를 중심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증권사 신용융자와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으로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든 가계가 급증했다.

 

한국에서는 이렇듯 20조 원 가까이 대출을 일으켜 주식투자에 나선 ‘동학개미’에 의해 2020년 시가총액 증가율이 45.6%를 기록했는데, 이는 G20 국가 가운데 중국(45.9%)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2020년 한 해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1천만 개 이상의 신규 주식거래 계좌를 개설했고, 2020년 전체 주식거래 중 개인 비중은 20%에 달해 2019년의 2배 수준으로 올라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주식투자에 뛰어든 신규 투자자의 28%는 20대였다. 전체의 26%인 30대까지 포함하면, 증시에 뛰어든 신규 투자자 절반 이상(54%)이 2030세대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신규 개미 투자자들은 얼마나 이득을 봤을까? 작년 3월 이후(폭락장에서 바닥을 친 이후) 처음 증권시장에 뛰어든 신규 투자자 중 62%는 상승장에서도 오히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아래 <도표 2>를 보라), 지난해 신규 투자자는 거래비용(거래세‧수수료 등)을 제하면 누적 수익률이 -1.2%였다. 여기서 본인 자금이 아니라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면 이자까지 공제해야 하므로 손실은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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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융화의 대가는 전대미문으로 팽창한 천문학적 부채로 남았다. 다음 <도표 3>에서 드러나듯, 가계부채는 지난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1/4분기 가계신용 잔액(가계부채)은 1,765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3.6조 원(9.5%) 늘어난 것으로, 증가 폭도 역대 최대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1.4조 원(10.8%) 늘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식 및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가 증가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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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산시장은 회복을 넘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이 보유한 자산가격 상승은 엄청났고, 빈부격차와 불평등 지수도 역사적으로 상승했다. 미국 정책연구소(IPS)는 미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 이상 자산가 651명의 재산이 작년 3월 이후 9개월간 1.1조 달러(약 1,200조 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하위계층 소득은 급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2~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 감소율은 17.1%로 다른 소득 분위 가구보다 3~12배까지 웃돌았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여성 가구주의 소득 감소율은 23.1%에 달했다. 이런 소득 불평등은 자산 불평등으로도 이어졌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지니계수가 2017년 0.584에서 2020년 0.602로 높아졌고(0 →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점유율도 41.8%에서 43.7%로 높아졌다. 순자산 기준 5분위 가구(상위 20%)는 1분위 가구(하위 20%)보다 37배나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영끌로 벼락거지 탈출?

 

이런 금융시장 및 코인시장 투자에 대해 오히려 ‘금융자본에 대한 개미들의 응징 또는 복수’라는 식으로 사고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특히 20대 청년층은 기성세대와 달리 저축이나 임금자산 축적 기회가 없고 그에 따라 자산 보유 가능성이 더욱 줄었다는 것을 근거로 코인이나 주식투자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더욱 투기화할 때, 오히려 자산을 보유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주식시장 신규투자는 3월과 10월에 급증했는데, 3월에는 증시가 폭락하자 반등 기회를 노리며 들어온 것이고, 10월에는 BTS가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가 상장하면서 소위 ‘따상’(신규 상장 기업 주식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뛰고 상한가(+30%)까지 기록하는 것)을 기대하며 뛰어든 것이다. 한편, 지난 2월 말 기준 암호화폐 시장에서 국내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의 실명확인 계좌 수는 250만 개를 넘겼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에는 올해 1분기에만 업비트 계좌 180만 개가 신규 개설됐다. 같은 기간 투자자 예탁금은 4.6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개월 사이에 2.5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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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산시장에서는 잉여가치의 ‘생산’이 아닌 ‘분배’를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자산축적의 효과적 기회가 되기는 더욱 어렵다. 코인을 포함한 모든 금융시장이 ‘미래 잉여가치의 수취’에 기반한다고 하면, 결국 노동자와 청년이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셀프 수탈’과 같다(임금 외에 추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임금의 일부로 주어지는 퇴직연금, 우리사주, 자사주도 마찬가지다). 운 좋은 몇몇은 이득을 보겠지만, 대부분은 투자한 만큼의 이득을 보기도 어렵거니와 도리어 손실을 보고 더 많은 빚을 짊어지게 된다. 경기가 악화하거나 유동성이 줄어들며 거품이 꺼지면 더 큰 손실과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영끌에 대한 책임

 

자본주의에서 자산과 소득 불평등은 ‘개인별 투자 기회의 불공정’이나 ‘세대 간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산업부문에서는 과잉생산으로 이윤율이 떨어져 있고, 임금은 오르지 않은 채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과잉유동성으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역사적으로 치솟았고, 자산 불평등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OECD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 현황 및 세대 간 사회이동 추세를 고려할 때, 소득 하위 10%에 속한 가구가 평균 소득 가구로 이동하는 데 다섯 세대가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한 세대가 30년이라고 한다면, 빈곤 가구가 중간 소득 가구가 되는 데 최소 15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런데, 청년들이 영끌까지 해서 코인에 몰두하고 동학개미운동을 벌이는 게 이런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해서일까? 오히려 그 반대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위기가 오는 시기, 시장이 혼란스럽고 요동치는 시기를 ‘기회’라고 인식한다. 기성세대의 임금자산 축적과 달리 롤러코스터를 탄 금융시장을 자산 축적의 유일한 기회로 보고, 나만 못하면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감으로 금융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다른 한편, 이 구조적 문제를 극복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위기 이후 ‘월스트리트 점령운동’(Occupy Wall Street)도 벌어졌지만, 그 이후에도 금융시장은 통제되지 않았고 월가는 양적완화와 금융화를 앞세워 오히려 더 승승장구했다. 불평등도 더 심각하게 커졌다. 생산성과 성장률은 더 떨어졌고, 산업 전환은 구조조정을 일으키며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쫓아냈다. 그 대신 플랫폼처럼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만 늘어났다.

 

결국, 영끌과 동학개미는 자본주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구조적‧대안적 대응이 아니라 이에 순응한 자본주의적 반응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반발은 표면적으로는 임금자산 축적의 현재 조건에 대한 불공정을 문제 삼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대안을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평생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처지를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반발임과 동시에 자본주의 위기를 기회로 삼은 행위가 오늘날 ‘투자 열풍’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현 상황은 금융화의 전도사와 약장수들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적 대안을 조금이라도 현실화시키지 못한 사회주의자들의 책임이 크다. 누구보다 이 문제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과 희망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 사다리 부활’ 같은 케인스적인 대안을 반복할 게 아니라면, 지금 사회주의가 어떻게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소할 대안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융자본을 통제하고 생산과 분배체제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벼락거지 탈출의 ‘유일한’ 수단으로 청년들에게 공감을 받기 위한 노력과 투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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