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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으로 살아봐
128호 | 2021.06.17

표지이야기

이 돈으로 살아봐

        ‘정규직이 되면 안 될 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자, 기관장이 단식에 돌입하는가 하면 정규직 노조는 대놓고 ‘직접고용에 반대한다’며 어깃장을 놓는다. 이번에도 명분은 ‘공정’이다. 그런데 원래 건강보험 전화상담 업무는 공단이 직접 맡던 일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민간위탁’으로 해당 업무를 넘기며 분할 민영화한 것이다.   낯선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가령 IMF 이후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거 노동자를 해고한 뒤 이들을 이전과 똑같은 업무에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해당 업무 자체를 정규직과 분리시켰다.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두는 것’이라는 식의 정당화를 덧붙이면서. 그런데 구조조정 위기가 닥치면 정반대 상황도 벌어진다. 예컨대 한국지엠에서는 이른바 ‘인소싱’이라며 기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고 있던 업무를 빼앗아 정규직에게 주고, 지금껏 일해온 비정규직은 해고하는 인력감축을 벌였다. ‘업무에 따른 차별’이라는 논리는 그야말로 비정규직을 최대한 초과착취하고 언제든 잘라내기 위한 궤변일 뿐이다. 정규직이 맡을 일 따로 있고 비정규직에게 적합한 일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업무는 비정규직이 맡아야 할 일’이라는 식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면, ‘정규직 업무’를 없애나가는 건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단적으로 이번 호 <이슈>에서 다뤘듯 정부와 자본은 업무에 따라 임금과 인사체계를 철저히 분할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직무급제는 그 성격상 성과주의 임금-인사체계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지금은 ‘시험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지만, 이제는 ‘직무 등급’, ‘성과 평가 결과’ 등등 ‘비핵심 업무로 차별해도 좋은’ 온갖 ‘기준’과 ‘지표’로 노동자를 세분하고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정규직이 되면 안 될 일’ 같은 건 없다. 온전한 공단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벌이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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