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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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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위원회 첫발떼기분회

 

 

‘해야 하는 건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분회 활동,

당의 골간인 분회에서

목소리가 나와야

 

 

 

# 변혁당은 당헌에서 ‘당의 한 기구에 속해 활동’하는 것을 ‘당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 활동을 일부 당직자의 영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모든 당원에게 개방한다는 점에서 ‘당원의 권리’이기도 하며, 관료화를 막고 조직적인 당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기본 조항의 성격을 갖는다. 물론 각자 활동 영역과 조건이 다르기에, 분회가 고유 사업을 계획하고 독자적으로 펼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분회 활동 첫발을 뗀 신입당원 동지들이 있다. 변혁당 학생위원회 “첫발떼기분회”를 <변혁정치>가 만났다.

 

 

 

사회 :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건영 : 변혁당 학생위원회와 서울시당에서 활동하는 건영입니다. 첫발떼기분회 분회장을 맡고 있고요. 저희 분회는 학생위원회 가운데 캠퍼스에 당원이 혼자뿐이라 활동이 어려운 동지들, 특히 신입당원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분회가 변혁당 골간 기구잖아요. 그래서 분회 경험을 쌓고 활동을 만들기 위해 일종의 임시 분회를 만들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소하 : 첫발떼기분회에서 활동하는 소하라고 합니다. 입당한 지는 3달 정도 됐고요. 소속은 서울시당과 학생위원회입니다.

 

선재 : 올해 초 입당한 선재라고 합니다. 첫발떼기분회, 학생위원회, 경기도당 소속이고요. 지금은 강원도 지역으로 오게 됐습니다.

 

건희 : 저는 첫발떼기분회 공동 분회장이고,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희입니다. 기존에는 학생 신입당원들이 캠퍼스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캠퍼스에 당원이 혼자라서 분회를 만들지 못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조언을 구하거나 경험을 쌓기도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학생위원회에서 신입당원을 모아 분회 활동에 대한 훈련과 학습도 하고 역량도 쌓기 위해 이렇게 첫발떼기분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회 : 동지들은 어떤 계기로 변혁당 입당을 결심했는지, 각자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건영 : 제가 나고 자란 동네나 가정환경은, 말하자면 쁘띠부르주아지에 최적화된 온실이었어요. 거기서 제가 본 건 ‘지배계급이 되지 못하지만 지배계급의 욕망을 그대로 추구하는’ 이중성과 위선이었고, 그걸 혐오하게 됐고요. 동시에, 그들을 대변하는 자유주의를 거부하면서 사회주의로 이끌렸습니다. 처음엔 사회주의를 학술적으로 공부하려 했는데, 현장과 유리된 좌익 아카데미즘을 보며 한계를 느낀 것 같아요. 또, 노동운동과 사회운동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사회주의 당 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했고요. 그래서 이 나라에서 사회주의 정당 형태를 취하고 있는 변혁당에 가입했습니다.

 

소하 : 저는 건영 동지와 같은 학교에 같은 과 소속이어서 원래 친하게 지냈어요. 어쩌다 보니 건영 동지가 사회주의 공부하는 세미나를 열어서 함께하게 됐고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사회주의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내 성폭력 사건이 벌어져 그 후속조치를 비롯해 여러 문제로 내부에서 투쟁하게 됐는데, 그때 개별적인 공부나 저항의 한계를 느끼면서 조직적 운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거죠. 그즈음 건영 동지가 입당원서를 건넸고, 같은 곳을 보면서 함께 행동한다면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아 입당했습니다.

 

선재 : 저는 성장하면서 여러 사회적 모순에 직면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청년 비정규직, 성소수자,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 저도 지금 대학을 다니는데 학비 때문에 방학마다 쿠팡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고요. 이런 각각의 모순에 분절된 채 대응할 게 아니라, 여러 투쟁을 하나로 결집하고 그 중추가 될 이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사회주의였어요. 그래서 사회주의 당 운동을 벌이는 변혁당에 입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전부터 노동 관련 집회에 혼자 나가곤 했는데, 거기서 변혁당 깃발을 보고 당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그 후에 변혁당이 어떤 곳인지 주변에 물어보고 찾아보면서, 올해 초에 입당했죠.

 

건희 : 저는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고, 공부할수록 한국 근현대사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모순, 그리고 그에 맞선 저항으로 가득하다는 걸 배웠어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갔는데, 강남처럼 부유한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함께 있었거든요. 서로 어울리는 것도, 배워온 것도 달랐어요. 그걸 보면서 ‘아직도 이런 모순이 계속되는구나’ 하는 걸 느꼈죠. 그땐 사회운동이나 노동운동에 주로 관심을 가졌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운동을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는데, 당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가 터져서 우연히 투쟁에 참여했어요. 거기서 변혁당을 만났죠. 무엇보다 LG트윈타워 투쟁에서 어떻게 자본이 노동자를 억압하는지, 국가는 어떻게 자본을 비호하는지 목격했고요. 그러면서 ‘운동만으론 부족하다, 구조적 억압과 모순을 해체할 사회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변혁당에 함께하게 됐죠.

 

 

 

사회 : 첫발떼기분회 동지들은 활동 지역이 서로 다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분회 차원의 사업을 여러모로 모색하는 게 눈에 띕니다. 지난달에는 쿠바 시위 관련 당내 워크샵을 열었고, 국가보안법 철폐 선전전을 진행하려는 고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투쟁 사업장 선전전에 결합하는 등, 분회 차원의 실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요. 분회 독자 사업을 만들게 된 문제의식이나 계기가 있다면?

 

건영 : 제 경우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첫째는, 건조하게 말하면, 그런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고요. 둘째는, 우리 당의 골간이 분회잖아요. 그만큼 각 분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가 나오고 실천하면서 당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하 : 저는 크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기보다, 나름대로 결의를 다지고 입당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활동에 충분히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거든요. 그러다 마침 분회 자체 사업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참여했습니다. 처음엔 사업 필요성이 있으니 막연하게 참여했다가, 활동하면서 경험을 쌓게 된 것 같아요.

 

선재 : 저희가 독자 사업을 만든 건 ‘해야 하는 건 하자’는 공감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4~5월쯤 충청 지역 일부 활동가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됐을 때 건영 동지와 함께 학생위원회에 국가보안법 철폐 선전전 기획을 올렸는데, 당시 다른 투쟁으로 여의치 않아서 우리끼리라도 하자고 했었죠. 다만 결국 시기를 놓쳐 대응하지 못했는데, 쿠바 시위 때는 발 빠르게 ‘이건 꼭 해보자’고 했고 사업도 진행했어요. 요약하면, ‘해야 하는 건 하자’는 게 저희 분회가 독자 사업을 만든 이유였죠.

 

건희 :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요. 어쨌든 우리도 입당한 이상 당원이자 활동가이고, 사업을 만들 자격이 있잖아요. 부족하더라도 이런 자체 사업으로 스스로 성장하고 앞으로 활동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저희 분회가 그 목적으로 탄생하기도 했고요. 이런 활동이 당에도 더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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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변혁당은 작년부터 ‘사회주의 대중화’를 기치로 사업을 전개했는데요. 동지들이 볼 때 사회주의 대중화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각자의 고민을 듣고 싶습니다.

 

건영 : 사회주의 대중화를 말하려면 우선 두려움 없이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대중에게 사회주의의 정교한 내용을 밝혀야죠. 특히 여성‧소수자 차별과 기후위기 등 자본주의와 계급사회 모순을 사회주의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분석, 설명해야 하고요. 우리 내용이 명료해야 대중화도 가능하잖아요. 저는 조직형태를 좀 더 대중적으로 바꾸고 선거전술을 쓰는 게 대중화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그것도 포함되지만, 그게 곧바로 사회주의 대중화는 아니라는 거죠. 대중을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주의를 대중의 언어로 말할 때 대중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소하 : 저는 변혁당이 사회주의를 내건 조직 가운데 대중적 저변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주변에선 변혁당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죠. 물론, 제게 또렷한 답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당이 열심히 활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신입당원 교육을 포함해 당 사업에 참가해보면 항상 열심히 활동하는 당원들이 있잖아요. 사회주의 대중화로 당의 대중적 저변을 어떻게 확장할지, 간단히 결론내리기 어려운 고민이긴 합니다.

 

선재 : 제가 당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당 사업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제 고민을 말씀드리면, 우리 당이 여성‧성소수자‧기후 운동에 적극 결합하는 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결합이 주로 ‘연대’ 측면에 쏠려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주의 정당은 운동에 적극 연대하면서도 그 운동을 더 왼쪽으로, 사회주의적으로 추동하면서 ‘이 모순을 해결할 길은 자본주의를 끝장내는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각각의 운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당이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의제운동에 결합하는 당원 동지들의 실천을 존경하는 건 당연하지만요.

 

건희 : 동지들 말씀에 공감하고요. 저는 당이 당면 대선에 쏠리면서 장기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대선투쟁은 하나의 중간점이고, 우리가 정치적인 장기 목표로 나아간다는 명확한 방향이 있어야 하잖아요. 특히 운동의 위기에서 사회주의 대중화의 방향이 중요하고요. 가령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이 민주당에 투항하고 건강보험 고객센터 투쟁에서 정규직이 구사대 행태를 보이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대중조직의 이런 흐름에 대응할 전략이 사회주의 대중화라고 생각해요. 대중조직과 접점 속에서 당이 자기 의제를 세우고 사회주의에 대한 동의를 넓히는 활동이 있어야 대선투쟁도 의미 있고 사회주의 대중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근래 청년층을 ‘공정성의 화신’마냥 묘사하며 각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담론이 횡행합니다. 주변에서는 실제로 어느 정도로 공감하는 것 같으신가요? 한편, 사회주의 운동이 이를 넘어서려면 어떤 고민과 시도가 필요할까요?

 

건희 : 이 문제는 처지에 따라 반응이 확실히 달라요. 일찍 노동을 시작했거나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이 담론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좀전에 얘기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 중에도 청년들이 있어요.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과연 ‘공정성’ 담론을 지지할까요?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입을 열게 해야죠. 숫자로 보면 이들이 훨씬 많잖아요. 그런데 기성언론이 내세우는 ‘청년’은 대개 서울권, 4년제 대학 출신 아닌가요? 정치권도 그렇고요. 청년 비정규직은 자신을 대변할 세력이 없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요. 그런 만큼 우리가 그들을 대변하는 세력임을 드러내야 해요. 우리가 직접행동을 통해 청년 비정규직을 대변할 정치세력의 존재를 알리고,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낸다는 걸 가시적으로 드러내야죠.

 

선재 : 아무리 절차가 공정해봤자, 결국 파이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건 절대적으로 소수인 자본가들이잖아요. ‘공정한 경쟁’은 그들로부터 떨어지는 콩고물을 누가 받을지 정하는 행위에 불과하고요. ‘공정성’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를 외친다는 이른바 ‘MZ세대’는 정규직 화이트칼라 중상류층 일부 청년만을 대변하는 개념이라는 걸 폭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하 : 두 동지가 명확하게 설명해주셔서 제 경험만 보태면, 최소한 작년쯤부터 ‘공정성’ 담론이 반동적 수사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 비해, 정작 학교에서 얘기를 나눠보면 수업 중에서든 토론이나 의견 교환할 자리에서든 ‘공정성’ 담론에 공감하는 반응은 찾아보기 어렵거든요. 기껏해야 매우 제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강의 중 토론시간에 노골적으로 발언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공정성’ 담론에 별다른 호응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공정성’이라는 게 과대 표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영 : 저도 ‘청년이 공정성의 화신’이라는 건 부당한 얘기라고 봐요. ‘청년’이 하나의 집단으로 묶일 만큼 단일하지도 않죠. 그런데 다른 한편, ‘공정성’ 담론의 토대는 있다고 생각해요. 이 담론이 다른 청년층에도 헤게모니로 관철되는 것 같고요. 우선, 끊임없는 경쟁으로 내면화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라는 점이 있겠죠. 둘째, 자본주의 자체가 부당한데, 그 부당한 체제를 바꾸지 못하는 상태에서 청년의 분노가 표출되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양가적인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체제 자체를 바꾸자고 제기하면서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워야 돌파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본주의 문제를 유일하게 정면에서 총체적으로 제기하는 게 사회주의잖아요.

 

 

 

사회 : 마지막으로, 이 코너의 고정 질문입니다. ‘나에게 사회주의란?’

 

건희 : 나에게 사회주의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다.’

 

선재 : 제게 사회주의란, 온갖 모순으로 점철된 이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서 싸울 유일한 도구이자 방법론입니다. 모순의 당사자들이 분리된 채 각개전투하는 것으로는 체제에 의해 각개격파될 뿐입니다. 하나의 깃발로 단결해 그 모든 모순의 발원지인 자본주의 체제를 공격하지 않고서는 각자가 해방될 수 없습니다. 분리된 모순을 하나로 묶고, 포괄적 투쟁으로 조직할 깃발은 사회주의뿐이라 생각합니다.

 

소하 :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서 옆에 책 하나를 펼치니 적당한 구절이 나왔네요. ‘온고이지신.’ 배운 것으로 새로운 것을 터득한다는 말인데요. 사회주의가 그런 것 아닐까 합니다. 저도 앞서 건희 동지처럼 해방기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고, 거기서 시작해 제가 관심을 가진 성소수자나 여성 의제 등에 관해 사회주의적 견해를 찾아봤어요. 재밌는 게, 그렇게 매도되고 왜곡되는데도 여전히 사회주의는 오늘날 문제에 유효한 답을 제시하고 있고, 극복하더라도 계승할 점이 명확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온고이지신’이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것 같네요.

 

건영 : 제게 사회주의란, 개개인을 파편화하고 고립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민대중을 하나로 결집하는 신화이자, 이 야만의 시대를 타개할 유일한 희망입니다.

 

 

■ 인터뷰 = 기관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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