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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8.16 20:06

파란만장 용인 경전철,

공영화가 답이다!

 

 

세연┃경기도당 대표

 

 

 

지하철로 촘촘히 연계된 서울과 비교하면,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불편한 교통오지가 많다. 이에 따라 ‘교통문제 해결과 지역 개발’을 위해 등장한 것이 경전철이다. 그런데 전국 최초로 건설된 용인 경전철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대표 사례다. 효율성을 이유로 민간자본이 사업을 맡았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서울 전체 면적과 비슷한 넓이에 인구 109만여 명으로, 경기도에서는 수원시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자체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거의 버스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용인 경전철 건설은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 용인 경전철은 잦은 사고와 부실한 경영에 ‘세금 먹는 하마’라고까지 불리는 애물단지가 됐다.

 

 

 

용인시민 세금으로

사모펀드 이윤 보전

 

용인 경전철은 지난 2002년 민간사업으로 제안되어 추진됐다. 2004년에는 사업시행사 ‘용인경전철()’을 설립해 용인시와 ‘최소수익 보장제도’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최소수익 보장제도'는 지자체가 민간사업자에게 예상수익의 80%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많은 민간투자사업에 활용됐다. 그런데 이 제도를 적용한 대부분의 교통사업에서 실제 교통량은 예상 교통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민간사업자는 실제 교통량과 상관없이 꼬박꼬박 돈을 받아 챙겼다.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 재정 부담이 커지자 2006년에는 민간 제안 사업부문, 2009년에는 정부 제안 사업부문에서 최소수익 보장제도를 폐지했다. 이 와중에 용인 경전철은 2010년 6월 완공됐는데, 최소수익 보장비율 문제로 용인시와 관리운영사 “봄바디어”(항공기‧철도차량을 제조하는 캐나다 기업)가 다툼을 벌이며 개통을 중단하고 국제 중재심판소송에 들어갔다. 그 결과 용인시는 이 재판에서 패소하고 건설비용과 기회비용(운행중단으로 인한 손실비용) 등 총 8,515억 원(이자 2,116억 원 포함)을 배상하게 되면서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다.

 

결과적으로 용인시가 2013년 용인경량전철()과 ‘비용보전’ 방식으로 사업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그해 4월부터 용인 경전철 운행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는 지방채를 발행해 건설비용을 갚았고, 기회비용은 ‘30년 분등상환’ 조건으로 새로운 시행사인 용인경량전철()에게 빌렸다. 그 30년 동안 갚아야 할 이자만 2,116억 원이고, 도중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것도 불가능한 계약이다. 그런데 이전 시행사인 용인경전철()과 새로운 시행사 용인경량전철()의 실소유주는 “농협칸사스‘라는 사모펀드다. 결국 사모펀드 이윤을 보전해주기 위해 그 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1년에 77억 원씩의 이자를 30년 동안이나 물어주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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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경전철. [사진: wikipedia]

 

 

다단계 위탁운영,

줄줄 새는 세금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용인 경전철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통 후 드러난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용인시와 용인경량전철()이 체결한 ‘비용보전’ 방식에 따르면 계약기간동안 일정 금액의 관리운영비와 관리운영권가치(예상이윤)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를 이용요금과 지자체 재정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즉, 운영수입이 낮을수록 용인시가 지원해야 하는 재정 규모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애당초 이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했던 연구용역은 용인 경전철 하루 이용객이 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13년 처음 개통했을 당시, 실제 이용객은 하루 평균 1만 289명에 불과했다. 해마다 이용객이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운행 8년 차인 2019년 기준 최대 탑승객 수는 33,079명에 그쳤다. 게다가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이용객 감소로 하루 승객이 평균 22,970명에 머물러 2015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매일 15만 명 이용’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용인시 측이 민간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예상수익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상태였고, 계약조건 상 금액 조정도 불가능했다. 용인 경전철 이용요금도 시민이 내고, 모자라는 운영비와 이익까지 모조리 용인시민 세금으로 민간사업자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용인 경전철은 다단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유는 용인시로 되어 있지만, 사업시행자는 용인경량전철()이고 실제 운영은 “네오트랜스”라는 또 다른 민간자본이 수탁하는 복잡한 구조다. 이런 다단계 하도급 운영방식은 민자철도 부문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가령, 김포 도시철도 역시 김포시가 서울교통공사에 운영을 위탁했는데, 서울교통공사는 또다시 “김포골드라인운영”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재위탁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민관 합작투자’로 이뤄지는 온갖 경전철 사업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용인시는 매년 300억~400억 원의 예산을 용인 경전철에 쓴다. 그중 연평균 100억 원의 이자수익을 시행사인 사모펀드가 가져가고, 운영이익 50억 원은 운영사 네오트랜스가 가져간다.

 

이러한 다단계 위탁 운영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투명한 관리감독이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가 지급하는 운영비를 민간업체가 규정된 목적에 맞게 제대로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 용인 경전철의 2차 위탁업체 “네오트랜스”는 기본 재무회계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또한, 민간사업자는 지출을 최대한 줄일수록 이윤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용객 안전과 편의를 위한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제쳐 두기 십상이다. 대중교통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일례로, 작년 말 용인시는 56억 원을 들여 용인 경전철 모든 역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했다. 그런데 가동을 시작한 올해 2월 18일부터 3주 동안 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한 180건의 사고가 발생해 승객 6명이 다쳤다. 승객 안전보다 이윤을 위한 최저가 입찰 방식이 낳은 결과다.

 

 

 

상시적 고용불안과

잦은 사고

 

이와 더불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용인 경전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하고 고용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용인 경전철 노동자들은 2008년 ‘최초의 경전철 개통’을 위해 입사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던 개통 연기와 실시협약 해지로 인해 2011년 2월 11일 전체 직원 155명 중 150명이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후 재개통 당시 시행사인 용인경전철로 다시 입사했지만, 2013년 8월에 1차 운영사였던 봄바디어로 소속이 바뀌었고 2016년에는 2차 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소속으로 다시 전환됐다. 노동자들은 계속 용인 경전철에서 일했지만, 소속 회사가 3번이나 바뀐 것이다.

 

이렇게 회사가 바뀔 때마다 노동조건이 악화했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서 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야간 휴게시간을 늘리면서 평균임금을 낮추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휴게시간을 줄이는 식이었다. 고용형태도 문제다. 네오트랜스 소속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용인 경전철에 간접고용된 셈이고, 그마저 네오트랜스 자체에서도 비정규직 비율이 30%나 된다.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용인 경전철 매출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관리인력 인건비는 거의 늘지 않는다. 실제로 2012년 용인 경전철 사업이 시작됐을 때 신입사원 연봉은 2,870만 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2,700만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낮은 임금과 처우 때문에 전문인력은 일터를 떠나고, 인건비 절감 결과 15개 역사 모두가 1인 역사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인력 부족과 비정규직 고용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2019년 11월, 열차 고장으로 용인 경전철 운행이 멈추고 승객들이 30여 분 동안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동으로 운전하면 열차를 운행할 수 있었지만, 촉탁직이었던 기관사가 수동운전에 미숙했기 때문에 다른 역에 있던 직원이 고장 난 장소로 이동하고 나서야 운행이 가능했다. 열차에 갇혀 있던 승객들은 다음 역에 도착해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렇듯 공공의 안녕을 책임져야 할 대중교통을 민영화한 결과는 시민 안전을 절대적으로 위협한다. 역시 다단계 위탁으로 운영되는 김포 도시철도에서도 2020년 12월 열차 고장이 발생해 승객 수백 명이 2시간 동안 차량에 갇혀 어떤 안전조치도 받지 못했다.

 

이런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영화가 필요하다. 또한, 시급하게라도 경전철 운영에 대한 통일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운행 거리당 최소인원을 명시한다거나 무인운전에 대한 보완조치를 마련하고, 이용객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동자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공영화,

더 안전하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

 

이처럼 철도 민영화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서울에 새로 개통되는 신림선, 우이신설연장선, 난곡선, 면목선, 목동선 등 경전철을 중심으로 민영화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엄청난 세금을 민간자본에 쏟아부을 게 아니라, 값싸고 편안하며 안전한 친환경 공공교통을 만들기 위해 이용자인 시민과 노동자 중심으로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궤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공영화’를 요구한다. 대중교통은 인간의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위한 일차적 수단이며, 이를 이윤 추구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노동자와 이용자가 안전한 대중교통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소유와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

 

용인 경전철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인 용인 경전철을 공공에서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은 정당하며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 용인시가 시행사 용인경량전철()과의 협약을 해지하거나, 관리운영권가치(예상이윤) 금액을 조기 상각하면 된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용인시가 용인경량전철()에 상환한 금액은 1,495억 원인데, 이 가운데 원금은 717억 원이고 이자가 778억 원으로 더 많다. 실시협약 부속합의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는 조기 상각이 가능하다. 매년 70억 원 넘는 이자를 내는 것보다는, 원금을 조기 상각하고 용인시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게 낫다. 경기도의 다른 지자체인 김포시는 민자로 운영하던 김포 도시철도를 2014년부터 직접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용인 경전철 유지비용을 감당하는 시민들은 열차를 이용하며 불편까지 겪고 있지만, 정작 운영에 대해서는 어떤 통제도 하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용인 경전철을 제대로, 공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이용객인 시민과 노동자가 대중교통 공급과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렇듯 용인 경전철을 공영화하기 위한 투쟁에 노동자들이 먼저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궤도협의회 소속 용인경전철지부는 용인경량전철()의 위탁운영사 네오트랜스의 계약 만료 시점인 2023년부터는 또 다른 민간자본이 아닌 용인시가 직접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도 용인 경전철 노동자들의 공영화 투쟁에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이다. 많은 분들의 연대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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