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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8.16 19:55

촛불의 ‘ㅊ’자도 까먹은

민주당 대선판

 

 

고근형┃기관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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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역대급으로 한심한 대선 후보 경선이다. 보수 야권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윤석열이 연이은 막말로 지지율을 까먹은 가운데, 전 감사원장 최재형 역시 특유의 국가주의적 색채와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민주당 역시 한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상대 후보 검증이야 어느 선거에서나 필요하다. 그러나 근 20년이 된 노무현 탄핵 당시의 ‘몸짓’과 ‘표정’을 문제 삼거나,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까지 나온다.

 

부르주아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행태가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새삼스레 더 큰 분노와 염증을 느끼게 하는 작태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눈여겨볼 점은 또 있다. 민주당의 지난 대선 레이스가 촛불항쟁이라는 정세 속에서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촛불 역주행’ 대선이라는 점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민주당 대권 주자

줄줄이 ‘우향우’

 

당장 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부터 보자.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는 말로라도 ‘재벌개혁’을 앞세웠던 그가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에서 강조한 건 ‘기업 혁신을 위한 규제 합리화’였다. 이재명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스스로 ‘제1공약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1공약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공정성을 회복하고 규제 합리화를 통해 자원과 기회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라는 게 이재명의 설명이다.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재벌체제를 해체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불법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그가 이제는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그가 발표한 ‘기본주택’ 개념 역시 마찬가지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100만 호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게 이 공약의 골자다. 그런데 여기에서 ‘누구나’는 사실과 다른 표현이다. 무주택가구가 890만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겨우 100만 호를 공급하고 신청권을 나눠준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공공임대주택은 사회구성원의 필요에 따라 공급해야 하며, 특히 저소득층과 주거 취약계층에 우선 제공해야 한다. 이재명의 ‘기본주택’은 실상 이명박-박근혜 정권부터 계속된 ‘뉴스테이’나 ‘행복주택’ 등 중산층에게 제한적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공공성이 훼손된, 저렴하지도 않은 ‘공공’주택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과 무주택가구를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양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이재명과 여당 후보 선두를 다투고 있는 이낙연 역시 다르지 않다. 애당초 그는 문재인 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로서 부동산 실패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최근 그는 ‘서울공항 부지에 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이 역시 저렴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아니었다. 서울공항 부지라는 국유지를 두고도 장기 공공임대를 공급하지 못한다면, 대체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은 어떻게 늘릴 것인가? 그나마 ‘토지공개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에 시도했던 ‘택지 소유 상한제’보다 소유 상한을 높여줌으로써 그 취지마저 무색해졌다. 한편, 이낙연이 공약으로 내건 ‘일자리 170만 개 창출’은 철저히 ‘민간 대자본에 공적 자금 퍼주기’로 점철된 문재인 정부 ‘그린뉴딜’과 규제 완화를 계승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때 ‘유치원 3법’으로 이름을 알렸던 박용진 역시 틈만 나면 ‘중도층 공략’을 입에 올리며 지금보다도 더 확실하게 친자본 성향을 드러냈다. 한 달여 전 대선 출마 이후 가장 먼저 그가 제기한 주장은 ‘기업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시장주의자들의 해묵은 주장인데, 법인세 감면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저소득층은 이미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에, 소득세 추가 감소가 저소득층의 세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민주노동당 출신’이라는 후보마저 노골적으로 재벌과 기업의 편을 드는 게 민주당 대선 정국이다.

 

 

 

사회주의 정치의 현주소는?

 

정치의 토대는 대중운동이다. 2017년과 비교할 때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태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우경화한 것은 계급투쟁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촛불항쟁의 성과를 사회주의 세력이 수렴하지 못하고 이후 계급투쟁을 반등시키지 못한 문제도 크다. 문제는 이번 대선이 이제 불과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선거는 계급투쟁의 현실을 반영하는 일종의 중간성적표라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사회주의 정치를 대중 앞에 내보일 수 있다.

 

길은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층 깊어진 실업 문제, 부동산과 주택 문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서 사회주의와 연결할 수 있는 활동과 투쟁을 만들어낼 계기들이 있다. 노동시간 단축-공공부문 확대-필요에 따른-생태적 산업재편으로 국가책임 일자리를 실현하는 투쟁, 다주택자 소유 주택을 국유화하고 모든 무주택자에게 공공주택을 보장하는 투쟁을 대중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러한 투쟁의 토대 위에서 사회주의 대선 후보 운동을 펼쳐야 한다. 국가책임 일자리를 실현하고 기후위기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말이다. 운동과 괴리된 정치, 정치와 괴리된 운동은 공허하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 약 200여 일, 사회주의자가 투쟁 위에서 정치를 건설하려면 더욱 분주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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