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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1 변혁당 정치캠프

“내 삶을 바꾸는 시간 사회주의 24시”

 

 

돌봄 사회화와

가사돌봄노동 정치화의

과제

 

 

지수┃변혁당 <가사돌봄 사회화 여성행동>

 

 

 

코로나19를 거치며 그 어느 때보다 가사‧돌봄노동의 중요성과 무게에 대한 인식이 넓게 확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가사‧돌봄 없이 우리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 노동이 대부분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극명하게 확인했다. 변혁당은 이렇듯 가사‧돌봄노동 문제가 현시기 핵심 과제 중 하나라는 점에 착안해 <가사돌봄 사회화 여성행동>팀을 구성하고 이번 정치캠프 세션을 준비했다.

 

 

 

돌봄 사회화: 현황과 과제

 

먼저 <가사돌봄 사회화 여성행동>에 함께하고 있는 충북도당 선지현 당원이 “사회서비스 현황과 공적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섰다.

 

현재 한국에서 돌봄노동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영역은 철저히 민간시장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예산은 연간 41조 원에 이르고 일자리 규모도 381만 명(2017년)을 넘어섰지만, 사회서비스 공급의 98.1%를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 민간(시장) 주도 사회서비스가 확장되면서, 규제완화를 통해 많은 민간업체(개인 포함)가 사회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 전달(공급)체계는 수익 창출을 위한 불법‧편법‧부당행위를 양산했고, 개인이나 영세업체 난립과 사회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했다. 공공기관을 통한 공급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이용자 선택권은 오히려 제약됐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 확충’을 공약했지만, 이 약속은 결국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통한 6만 3천 개 일자리 창출’로 대폭 후퇴했다. 후퇴는 예견된 것이었다. ‘사회서비스의 국가 책임’이라는 취지는 사라졌고, ‘민간과 공공의 협력’ 나아가 ‘민간 주도성’ 등을 내세워 공공부문 역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1대 국회가 추진하는 ‘사회서비스원법’은 사업 위탁 우선순위에서 사회서비스원을 제외함으로써 민간업체와 경쟁하도록 만드는가 하면, 독립채산제로 재정을 운용하도록 규정해 국가 책임을 방기한다. 또한, 설치 범위를 기초지자체가 아니라 광역지자체로 국한하는 등 지역 차원의 공적 돌봄체계를 구축할 최소한의 역할조차 수행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 노동자 현황과 실태는 어떨까? 요양보호사, 보육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사회서비스 종사자 평균 명목임금은 전(全)산업 대비 70%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7.1%)이 비정규직이고, 시간 외 수당을 수령하는 경우는 37%에 불과하며, 유급휴가는 20.4%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이용자와 계약관계가 유지될 때만 일할 수 있는 불안정한 호출노동과 시설 소속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라는 양극화도 확인된다.

 

이렇듯 돌봄의 시장화와 돌봄노동자의 불안정한 노동현실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기 위해, 우리는 “공공-지역사회 공급체계(PCP, Public-Community Partnership)”를 요구한다. 사회서비스는 다른 무엇보다 ‘사회구성원의 필요 충족’과 ‘사회관계 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경쟁과 효율’이라는 시장논리로는 이뤄질 수 없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적 공급체계는 지역사회에서 구성원 간 상호 연대와 협력이 가능한 메커니즘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여기에 제시하는 PCP 모델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PCP 모델을 요약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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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는 PCP 모델을 구축하고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 다음의 여덟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① 민간위탁 재공영화 ② 공공사회서비스 기관 확대: 신설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 매입 확대 및 직영화 ③ 풀뿌리 지자체에 ‘통합가사돌봄센터’ 설립 및 통합 ④ 앵커기관으로서 ‘사회서비스원’ 위상 확보 ⑤ 사회서비스 노동자 조직화 및 조직적 역량 강화, 지역 주민과 이용자 조직화로 기존의 시장주의‧잔여적‧후견적 모델 세력을 대체하는 ‘권력의 전환’ ⑥ 재원 확보 수단으로서 ‘증세’와 노인요양보험의 ‘(가칭) 가사돌봄보험’으로의 확대 ⑦ ‘공공사회서비스법’ 제정 ⑧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주치의 제도 도입.

 

 

 

가사노동 현실과

사회화‧가치인정의 과제

 

첫 발제에 이어 마찬가지로 <가사돌봄 사회화 여성행동>에 참여한 필자가 “가사돌봄노동 가치인정과 정치화의 과제”라는 주제의 두 번째 발제를 맡았다.

 

먼저 국내 가사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면, 2020년 2월 기준 ‘가사 및 육아 도우미’로 분류된 노동자는 14만 4천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여성 비중이 98.6%에 이를 만큼 가사서비스 분야는 여성노동자 비중이 압도적이다. 평균연령 58.5세로 중고령 여성 비중이 높은 가사노동자들은 호출형 노동으로 인한 고용‧소득 불안정, 업무상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개인 부담, 인격적 모욕과 무시를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법의 적용 범위는 ‘인증기관’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로 제한된다. 게다가 휴가나 휴일 등에 관해서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며, 주15시간이라는 ‘최소노동시간 규정’에 관해서도 포괄적 예외를 두는 등 다른 업종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편, 미인증업체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나 이용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가사노동자는 여전히 노동법 사각지대에 남는다.

 

‘무급 가사노동’의 현실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에 따르면, 가사노동이 창출하는 가치는 490조 9천억 원으로 명목 GDP의 25%를 넘어선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949만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여성 비중은 72.5%로,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1,380만 원에 달해 남성 521만 원의 2.6배다. 서울시 ‘2020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2시간 26분이지만, 남성은 41분에 그쳤다. 여성은 일터와 가정에서 이중의 노동을 수행하지만, 가정 내 무급 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과 대안에 관해서는 초보적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이 가운데 ‘가사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요구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요구 역시 거세다. 이제 막 공식화하는 가사서비스 시장의 제도화 과정은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사회서비스 시장화‧산업화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노동부는 ‘맞벌이 부부 가사서비스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해 ‘국적에 상관없이 가사노동자 취업을 허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고 했다. 이주 여성을 가사서비스 시장에 대거 유입시켜 가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유지하려는 행보다.

 

이에 우리는 가사돌봄노동 가치인정과 사회화가 유‧무급 가사노동 착취와 가사서비스 시장화에 맞설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가사돌봄노동의 실질적 사회화와 가치인정은 ‘탈상품화’와 ‘탈가족화’, ‘탈성별화’ 방향으로 배치돼야 한다. 이를 앞당길 방안으로 발제자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했다. ①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과 양질의 일자리 제공 ② 무급 가사노동자에게 국민연금 보장 ③ 성평등한 가사돌봄노동을 위한 제도 확대: 돌봄휴직 확대와 아버지 유급 돌봄휴직 의무화 ④ 공적 가사돌봄 체계 구축 ⑤ 모두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과 재구성 ⑥ 가사돌봄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

 

 

 

사회서비스

공적 전환의 원칙

 

변혁당이 준비한 발제가 끝난 이후, 두 명의 지정토론자가 해당 내용에 대한 토론에 나섰다. 먼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 제갈현숙 연구위원이 “돌봄윤리와 지역사회 의료‧보건‧복지 전달체계”라는 주제로 의견을 제시했다.

 

제갈현숙 위원은 ‘현재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구조에서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화까지 고민한다면, 돌봄‧가사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에만 초점을 국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령, 무급 가사노동뿐만 아니라 (시장주의 방식이긴 하지만) 일정 부분 제도화‧공식화된 가사노동 분야에서도 대부분 여성이 일을 담당하는 성별 분업은 지속되고 있다. 즉, 젠더평등과 연동한 가사돌봄 재구축을 위해 더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돌봄 공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돌봄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돌봄윤리는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전제한다. ‘의존’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벗어나거나 극복해야 하는 무언가도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적자생존과 경쟁’을 강조하며 의존 자체에 낙인을 찍고 차별‧배제‧혐오하도록 강요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돌봄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결국 누군가의 희생에 안주하고 그를 착취하는 걸 당연시했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은 근본 원인을 해소하려는 문제의식 없이 온갖 수사만 가득하다. 시장화라는 기본 틀을 전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가진 상황에서 지자체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도 어렵고, 복지부와 지자체 모두 ‘복지서비스 부정 수급’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시민의 필요에 따라 사회적 형평성과 공평성을 기반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가사돌봄 사회화,

충분히 가능…

문제는 주체화‧조직화

 

마지막으로 참세상연구소 홍석만 연구실장이 “가사‧돌봄노동의 시장화, 가치화, 그리고 사회화”라는 제목의 토론을 이어갔다. 홍석만 실장은 먼저 ‘가사돌봄노동 사회화와 가치화를 어떻게 조직화‧주체화해서 당의 문제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되지 않아 아쉽다’고 짚었다. 민간 중심 가사서비스 사회화에 관해서는 플랫폼 가사노동자, 비공식 호출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노동조합을 통한 조직화‧주체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이뤄지는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조직화나 사회화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토론자는 이 의제로 지역 주민과 여성을 조직하는 틀, 곧 여성 주도 지역공동체 구성에 대한 고민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체를 형성하고 여성 주도 지역공동체와 결합해 운동을 전개하지 못한다면, 사회화로 나아갈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가사돌봄노동 사회화는 물리적으로 따져 보면 지금도 일정하게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생산적‧시장대체적 국가투자’ 방식을 사용해 신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영역에 국가가 투자하면, 새로 화폐를 발행‧공급해도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사노동 역시 이렇게 신규 수요와 공급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으로, 국가가 화폐 발행을 늘려 재정을 투입해 사회화를 실현할 수 있다. 토론자가 제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400만 명 고용을 기준으로 253조 원 정도를 투입하면 가사돌봄 사회화가 가능하다. 이 가운데 정부 재정 지출로 130조 원, 신규 화폐 발행으로 100조 원, 그리고 ‘전국민 가사보험’으로 약 70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하자면, 가사돌봄노동 사회화는 충분히 현실화 가능한 계획이며, 이를 운동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주체화‧조직화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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