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기획┃2021 변혁당 정치캠프

“내 삶을 바꾸는 시간 사회주의 24시”

 

 

필요하고 가능한

‘누구나 공공주택’

 

 

* 이 기사는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주거사업단이 이번 정치캠프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주거 문제,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다

 

주택은 토지와 건축물이 결합한 형태다. 자본주의에서 사적 소유가 보장된 토지‧주택은 상품화되어 시장 교환을 통해 소유권이 이전된다. 그런데 토지는 일반 상품과 다른 성질을 갖는다. 첫째, 지구상 토지 면적은 제한돼 있다. 건축물 역시 신규 공급에는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된다. 둘째, 토지 그 자체는 아무런 인간노동도 포함하지 않으며, 따라서 토지 가격은 수요-공급의 변동에 크게 좌우된다. 마지막으로, 모든 생산‧재생산 활동에는 토지가 필요하다. 모든 인간에겐 적정한 주거가 필요하며, 따라서 토지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자본주의 주택 문제가 출발한다. 모두에게 토지가 필요하지만, 토지의 양은 제한적이며 토지에 대한 특정인의 배타적 소유권이 보장된다. 이 토지를 얻기 위해서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가격은 수요에 따라 출렁인다. 여기서 토지에 대한 수요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생산-재생산 활동에 따른 수요다. 둘째는 자산, 특히 투자자산으로서의 수요다. 즉,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 임대료 등 불로소득 창출 수단으로서 토지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재산 여력이 있는 사람은 다주택 소유로 더 많은 불로소득을 창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주택 하나도 소유하기 어렵다.

 

신자유주의 이후 ‘주택의 금융화’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주택담보대출이 금융기관에 전면 허용되고, 자본시장 투자자들이 주택저당증권(MBS)을 구매한다. 주택은 금융자본 이윤 창출 수단으로 전락했고, 주택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금융수익이 증가한다. 즉, 무주택자들도 빚을 지고 집을 구매하도록 내몰렸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편,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장기불황으로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역성장한 최근 1년 동안 글로벌 주택시장은 과열 상태다. 글로벌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에 따르면 뉴질랜드 2월 집값은 전년 대비 23% 올랐고, 지난 1년간 중국 선전 집값은 16%, 캐나다는 17% 등귀했다.

 

 

 

시장을 믿은 정부의 실패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화’를 부동산 정책 목표로 걸었다. 그러나 상품화된 주택은 그 자체로 불로소득 창출 수단이다. 즉, 주택시장에서 ‘투기’와 ‘실수요’의 경계는 모호하다. 이를테면 무주택자들의 ‘영끌’이나 패닉구매는 투기와 실수요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집값(자산가치) 상승과 주거 안정이라는 욕구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둘을 분리하려면 주택 자체를 탈상품화해야 한다. 주택이 상품으로 남는 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한다는 건 형용모순이거니와 집값 상승도 막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조차 소극적이었다. 이 정권 4년간 종합부동산세 대폭 인상은 없었다. 시장이 과열되자 ‘종부세 인상’을 꺼내 들긴 했지만, 인상 폭이 크지 않아 집값 상승률이 다시 반등하는 현상이 계속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5월 <주요국의 부동산 관련 세 부담 비교>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OECD 주요국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오히려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해 다주택 소유를 부추겼다. 가령 등록임대주택은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다주택자라도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게 했다. 다주택 소유를 규제하기는커녕 법적으로 보호해준 꼴이다. 다주택 보유 임대사업자는 재산세, 취득세는 물론이고 건강보험료까지 감면 혜택을 받는다.

 

130_37.jpg

 

 

 

믿을 건 오직

‘내 집’인 한국

 

주택시장 과열은 세계적 문제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내 집 마련’에 몰두하는 건 한국적 현상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국가책임 복지가 부실한 결과 투자자산으로서의 자가주택이 생존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둘째는 주거복지와 공공주거 개념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주택의 자산화’는 부실한 국가책임 복지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복지와 생계보장을 주택 소유가 대신하게 된 셈이다. 실제로 2018년 30‧40세대 직장인 중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이들 가운데 5명 중 2명꼴로 주택을 구입했다고 한다(통계청, <2018년 기준 퇴직연금통계>). 연금보다 내 집 마련이 안정적 노후 대책이라는 인식이 광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입자 권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주택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을 수용할 공공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임대차 3법이 통과됐지만, 최대 거주보장 기간은 4년에 불과하며 5%의 임대료 인상도 허용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강제퇴거가 가능하다. 주거불안정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가주택 필요를 느끼게 된다.

 

원하는 만큼 장기 거주가 가능하고 쾌적한 공공주택이 충분하다면, 세입자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공공주택은 양과 질 모두 취약하다. 무주택가구가 890만 호인 데 반해, 장기 공공임대(영구‧50년‧국민임대)는 89만 호에 그쳐 1/10 수준이다. 전체 공공주택으로 넓혀도 200만 호 수준으로, 다수의 무주택자는 공공주택 입주를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그나마의 공공주택도 공공성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건설자본에 특혜를 주는 사업인 ‘기업형 임대주택’이 계속 늘어나고, 중산층 입주용 ‘행복주택’ 등이 ‘공공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된다. 2020년 주택도시기금 예산에 따르면 공공주택 신규 공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행복주택’이며, 영구‧국민임대 비중은 되려 가장 적었다. 즉, 오늘날 공공주택 다수는 저렴하지도 않으며, 단기 거주 후 퇴거해야 한다.

 

 

 

탈상품화, 공공 소유로

‘누구나 공공주택’을!

 

주거 문제의 근본 원인이 주택의 상품화라면, 해결 방법은 주택의 탈상품화다. 주택은 시장논리를 벗어나 ‘주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즉,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주택을 모두에게 보장해야 한다. 무주택가구 890만 중 장기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가구 90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800만 가구에도 공공주택을 제공해야 한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개선 역시 동반해야 한다.

 

‘누구나 공공주택’은 토지‧주택의 공공 소유를 전제해야 가능하다. 사적 소유가 보장되는 한 토지 가격엔 상한이 없으며, 저렴하고 쾌적한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자. 전체 주택의 80%가 공공주택인 싱가포르 토지의 90%는 국유지다.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기에 낮은 가격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토지 대다수가 국공유지인 싱가포르 사례는 한국에 적용할 수 없다’며 ‘민간 중심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국공유지 비율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추진한 토지 국유화의 산물이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는 것이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하에 1966년 <토지수용법>을 제정, 토지 국유화를 가속했다(법제처,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배경과 입법 현황>, 2020년 12월). 한국 역시 지금부터 꾸준히 국공유지 비율을 높인다면 안정적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다주택 소유 금지와 사회화

 

공공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다주택 소유를 계속 허용한다면 불로소득을 노린 주택 구매는 반복된다. 따라서 비거주용 주택 소유, 즉 다주택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 다주택 소유 금지는 공공토지‧주택 확충과 연동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민간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토지와 주택부터 환수해 공공토지, 공공주택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경우 신규 건설을 최소화함으로써 단기간 내 많은 물량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건설비용도 줄일 수 있다. 신규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약간의 리모델링‧개보수만으로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다주택 사회화와 신규 공공주택 공급을 결합해 빠르게 공공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다주택을 환수할 재원과 힘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정부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연기금도 활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 대부분은 금융자본의 이해에 따라 사용되고 있는데, 차라리 국채를 매입해 공공주택 재정 확보에 사용해야 한다.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130_39.jpg

 

 

 

주거운동을 준비하자

 

한국과 달리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이미 다주택 몰수 운동이나 임대료 파업 등 세입자들의 투쟁이 진행 중이다. 주택 몰수 운동의 핵심 이념은 “주거는 기본권이며, 주택 소유권이 공공의 이해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주택 소유를 인정하는 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대중적으로 입증했다. 나아가 ‘수천 채의 주택을 소유한 부동산 대기업’이라는 명확한 타격 방향을 설정해 운동이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다주택 소유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대중의 폭발적 지지를 얻고 있다. 역대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한국 역시 다주택 소유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즉, 적절한 계기만 포착한다면 다주택 소유 반대 운동이 대중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서는 대규모 임대사업자 가시화와 집중투쟁, 그리고 재벌 비업무용 부동산 환수투쟁을 그 계기로 제안한다.

 

한국에는 독일처럼 눈에 보이는 부동산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규모 주택임대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들에 대한 정보공개부터 진행해야 한다. 민간 주택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수와 임대수익 현황을 공개하고, 대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해 주택과 임대수익 환수 투쟁을 진행할 수 있다.

 

한편, 변혁당이 지난 5월 조사한 30대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투자부동산)은 약 500조 원 규모다. 여기서 ‘비업무용 부동산’(투자부동산)은 불로소득 창출 목적의 자산으로, 생산활동과 무관하다. “재벌 투자부동산 500조 원 = 공공주택 200만 호”라는 등식을 대중화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통해 노동자 민중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재벌 투쟁을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꾸준한 주거 운동만이 유의미한 진전을 만들 수 있다. 변혁당은 올 하반기 대규모 임대사업자 타격투쟁과 재벌 비업무용 부동산 환수투쟁을 중심으로 한 세입자 대회를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이후 내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공공주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주택 사회화를 통한 주거권 보장’을 대중 앞에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일회성 운동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주거운동을 전개할 힘과 조직을 구축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