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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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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클라우드 유료화,

플랫폼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인가

 

 

위험한 독서회

 

 

 

구글의

‘대학 클라우드 서비스 유료화’

그리고 그 전조

 

전국의 대학교가 구글의 발표에 비상이 걸렸다. 구글이 지금까지 각 대학에 무료로 제공하던 무제한 이메일 서비스와 온라인 저장공간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학은 그 특성상 강의 자료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학술‧연구 데이터를 저장할 대용량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구글은 지금까지 ‘사회공헌’ 같은 모양새를 취하며 국내 대학에 무제한 이메일‧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그러면서 기존에 대학이 학내 구성원에게 자체 공급하던 이메일 서비스를 구글의 “지메일Gmail”로 대체하도록 제안하고 유도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구글의 데이터 저장 서비스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내년 7월부터는 온라인 저장 서비스를 학교당 100테라바이트(약 10만 기가바이트)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저장 용량에 대해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발표한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국 대학 중 50여 곳이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가 대규모 학교이기 때문에 피해가 클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 확산 이후 작년부터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면서 동영상 등 강의 자료 저장 소요가 대폭 늘었는데, 방대한 저장 공간을 따로 마련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데다 갑자기 대처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대학으로선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글의 이러한 행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구글은 최근 자신이 제공하던 여러 무료 서비스를 잇달아 유료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미국에서는 사진 파일 보관 서비스인 “구글 포토”를 기존의 ‘무제한 제공’에서 ‘15GB 무료 제공’으로 변경하고, 그 이상의 용량을 사용할 경우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다.

 

구글의 대표 사업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도 유료화 바람이 불었다. 이전까지는 일정 규모(동영상 시청 시간 및 구독자 수 기준) 이상의 계정에서 등록한 영상에만 넣던 광고를 모든 영상에 붙이고, 소규모 계정의 영상에 들어간 광고로 발생한 수익은 모두 구글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구독 기능 역시 유료화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함으로써 광고 제거와 구독료 면제뿐만 아니라 동영상 다운로드 등의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료 결제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용자(소비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구글의 앱 다운로드 서비스인 “플레이스토어”도 유료 결제 수수료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구글이 유료화에 나선 이유

 

물론,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자본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유료화할 것이란 점은 시간문제일 뿐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 특히 플랫폼 자본의 특성상, 가격 인하든 무료 서비스든 일정 기간 출혈을 감내하면서도 어떻게든 시장을 장악한 뒤 그 지위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이윤 획득(수수료나 요금 인상, 유료서비스 도입 등)에 나서기 때문이다. 비단 외국 IT 자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배달음식 앱이나 e커머스 등 여러 플랫폼 자본의 행태를 통해 목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서비스 유료화에 나선 것일까?

 

주류 언론은 ‘구글의 시장 점유율 하락’을 그 이유로 지목한다. 겉으로 보면 구글의 매출액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하기 어렵지만, 구글의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유료화를 선언한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뒤처져 있고 3위 자리마저 중국 기업 알리바바에 내줬다. 구글이 아직 1위를 차지하면서 전체 매출의 80%를 벌어들이는 온라인 광고 사업 역시 시장 점유율을 페이스북과 아마존에 빼앗기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매출과 이윤을 점차 잃게 되자, 구글이 이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메일, 개인 클라우드, 동영상, 앱 스토어 시장에서 서비스 유료화로 이를 만회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를 구글만의 문제로 국한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했지만, 구글뿐 아니라 IT산업 전체에서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쟁 사업자가 많은 개인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직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게 보이진 않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유료화나 수익성 강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가령, 유튜브와 경쟁하고 있는 아마존의 생중계 플랫폼 “트위치”는 작년부터 생중계 중간에 임의로 광고를 송출하는 중간광고를 도입하고 그 빈도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런 흐름 속에서 업체 간 갈등도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를 제공하는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자사 앱 스토어를 통한 결제를 강제하며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매기는 정책이 ‘반(反)독점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플랫폼을 장악한 자본과 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판매하는 자본 사이에 서로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기 위한 긴장과 충돌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 기업의 ‘사업 전략 변경’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독과점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실제 산업 집중도 경향 역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5대 제공자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리바바, IBM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17년 1분기만 해도 60%를 밑돌았지만, 2020년 4분기에 이르면 70%를 넘기면서 과점시장으로 변화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검색, 광고 등 여러 IT분야 시장에서도 상위 3~5대 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시장이 형성됐다. 일찌감치 레닌이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에서 지적한 바 있듯,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에서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산업 성장과 자본 축적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플랫폼은 누구의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유료화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정부나 네이버 같은 국내 포털이 클라우드와 이메일 같은 서비스를 개발해 교육 등 공적 영역에 한해서라도 대형 IT 자본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물론,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자체적으로 정보기술서비스와 그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대학별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통합해 공급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체 왜 플랫폼이 이러한 독점 이윤을 누려야 하는가? 그보다 먼저, 플랫폼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본디 대학원생의 연구물에서 시작했던 구글, 대학생의 친목 및 외모 평가 수단에 불과했던 페이스북을 지금과 같은 거대한 IT 자본으로 만든 것을 몇몇 자본가의 공로로 돌리는 한, 플랫폼의 이윤 추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초격차’ 수준이라는 글로벌 대기업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을 만든 건 플랫폼을 개발하고 유지하며 보수하는 노동자들과 더불어 이들 플랫폼에 개인정보와 이용 데이터,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을 제공한 이용자 전체다. 이 사실을 명확히 해야 플랫폼 자본의 횡포에 제대로 맞설 수 있다. 플랫폼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몇몇 자본가들이 사적으로 전유하는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IT 플랫폼을 거대 자본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것으로 만드는 사회화는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해 조직적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운동은 이미 그 맹아를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구글 노동자들 역시 구글이 ‘악해지지 말자’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산하 자회사와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포괄하는 노동조합을 세웠다. 다른 한편으로, 이용자가 생산하는 데이터 자체를 ‘노동의 산물’로 보고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 역시 싹트고 있다. 예컨대 미국 경제학자 글렌 웨일은 ‘현재 IT 산업에서 이용자가 생산한 데이터의 가치를 IT 자본이 전유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착취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노동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데이터 노동조합 운동 역시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 유료화에 맞서는 진정한 대안은 ‘한국산’ 네이버나 KT의 클라우드를 이용하자는 물산장려운동도, 정부 주도의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같은 임시 대책도 아니다.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어온 노동자와 이용자가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자본에 맞선 투쟁을 통해 쟁취하고 플랫폼을 사회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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