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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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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우(학생위원회)

 

 

대중 앞에 더 자신감 있게

당과 사회주의 드러낼 때

 

 

# 주변 누군가의 권유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정치조직을 찾아 문을 두드리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조직에 가담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여러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변혁당을 찾아오는 동지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은 그렇기에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1년 전 자신이 먼저 당원이 되고 싶다고 가입원서를 낸 뒤, 당의 크고 작은 일정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당 활동에 함께한 조형우 동지를 <변혁정치>가 만났다.

 

 

 

스스로 먼저

변혁당 문을 두드린 이유

 

형우 씨가 변혁당에 입당한 것은 지난해 대학에 들어오면서였지만, 이전부터 ‘운동’ 자체는 그에게 별로 낯설지 않았다. 형우 씨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전교조 조합원인 선생님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선전물도 흔히 눈에 띄었고 시민단체 간담회 같은 체험활동 기회도 종종 있었다. 무엇보다 형우 씨가 중학생이던 2014~16년에는 세월호 참사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거세게 일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 학교에서 관련 활동이 많이 있었어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 땐 반대 피켓팅도 했고요. 운동이라는 게 TV에서나 보는 게 아니라 당장 학교 일상 속에 있었고, 그 영향 때문인지 이런 활동을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운동이 ‘옳은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그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당시엔 막연하게 ‘시민단체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 형우 씨가 중학교 3학년이던 2016년,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항쟁이 대규모로 벌어졌다. 학교에서 여러 활동을 경험했던 영향인지, 형우 씨를 비롯해 학교 친구들이 광장에 우르르 몰려나갔다. 집회 도중 광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학교 학생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폭발적인 대중의 열기를 느낀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형우 씨는 묘한 회의감도 들었다.

 

“촛불항쟁 초기에 아직 청와대 앞까지는 집회가 허용되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행진 도중에 경찰에 막혀서 몸싸움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앞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뒤에서는 ‘비폭력’을 외치면서 충돌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제가 집회를 많이 나가본 건 아니었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세상을 바꾸겠다면 저들이 세워놓은 선을 넘어야 하는데, 대중의 에너지를 억제하려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거의 매주 나갔는데, 그러면서 ‘과연 이후에 세상이 달라질까’ 하는 고민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형우 씨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2017년, 촛불항쟁이 마무리되고 정권이 바뀌었다. 그리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고민은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촛불항쟁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별로 세상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았어요.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자제하라’고만 하는 민주당 같은 세력 말고, 의회에 갇힌 정당이 아니라 체제 자체에 도전하는 활동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혼자 이런저런 정치세력을 찾아보다가 변혁당을 발견했고, 그렇게 입당하게 된 거죠.”

 

 

 

전망을 찾는 작업,

사소하고 작은 일부터

일단 뛰어들어 본다면

 

입당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형우 씨는 당내외 각종 토론회부터 선전전, 집회 등 여러 일정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올해는 변혁당 학생위원회 집행부뿐만 아니라 당 정책위원회에도 결합해 활동하고 있다. 당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맡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형우 씨는 ‘스스로의 활동 전망을 찾기 위한 일’이었다고 했다.

 

“제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학생위원회에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서 들어온 게 아니라 스스로 먼저 당을 찾아서 입당한 동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기존 분회나 당 기구가 활동하는 학교나 지역, 영역을 벗어나 있는 당원들이 생겨요. 때로는 캠퍼스에서 당원이 자기 혼자뿐인 경우도 있죠. 결국 자신이 활동하는 공간에서 전망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당 운동을 펼쳐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거나, 지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거든요. 가령 작은 집회를 하나 나가더라도 ‘내가 저기 가서 의미 있는 뭔가를 할 게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일단 다른 복잡한 생각 없이 나가서 부딪히고 고민하다 보면 이런저런 할 일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지난 1년간 집회건 토론회건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참여한 것도 그런 크고 작은 사업을 경험하는 가운데에서 제 전망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형우 씨는 ‘완벽하고 완성된 전망’이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소하거나 작은 사업이라도 직접 참여하고 결합하면서 자신의 활동 전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올해 ‘당 정책위원회에서 함께 일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어떤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고 말했다. 부담을 느끼기보다, 자기 전망을 고민하고 만들어갈 또 다른 좋은 계기라는 것이다.

 

“활동하다 지치거나 번아웃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인 동기 부여가 계속 필요한 것 같아요.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사람이 지칠 수밖에 없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활동을 적게 한다고 해서 편해진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자기 운동의 전망과 동기를 얻기 위해 작은 것부터 뛰어들다 보면, 계기와 활력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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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속에서 자신감 있게

우리 얘기를 하고 있나

 

형우 씨가 변혁당에 가입한 2020년, 당은 “사회주의 대중화”를 내걸고 2022년 대선과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 등을 목표로 한 일련의 사업 계획을 제출했다. 하지만 애초 기획만큼 사업 진척은 원활하지 못했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나 위기의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형우 씨는 ‘당 운동을 경험한 게 1년뿐이라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운을 뗐지만, 당 사업에 밀착해 참여한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솔직한 판단을 들려줬다.

 

“‘대중화’라고 하면,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우리 정치를 드러내고 이야기하고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각자 자신이 활동하는 현장, 지역, 영역, 공간에서 대중 앞에 자신감 있게 당을 드러내면서 사회주의란 이런 거라고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을 부담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여러 이유가 있을 거예요. ‘빨갱이’라고 욕만 먹고 대중운동에서 고립된다거나, ‘기존 운동질서의 한계’라거나, ‘정세의 엄혹함’ 등등…. 그런데 그렇다고 머물러 있으면, ‘대중화’를 천명하면서 정작 대중 속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문제를 반복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결국 대중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뭔가라도 해야 사회주의 대중화도 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가령 기존 대중운동 질서에 한계가 있어서 사회주의를 전면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그런 질서를 바꾸기 위해 부딪히고 시도하는 게 우리 역할이어야 하지 않나 하고요.”

 

형우 씨는 정세도 마냥 엄혹하게만 볼 게 아니라고 했다. 예컨대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가 총파업 요구로 ‘기간산업 국유화’를 내거는 상황에서 드러나듯, 코로나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사회주의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토대가 일정하게 형성됐다는 생각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로 학교에 갈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학생회에서 활동하거나 운동 관련 동아리에 속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꼭 좌파 정치조직에 몸담지 않았더라도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말은 많이들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위기가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진 것 같다는 판단이다. 다소 추상적인 수준이더라도 이렇듯 체제 자체를 불신하는 이들에게 명확한 사회주의 대안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바로 변혁당의 역할이어야 한다.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이 꽤 누적된 게 느껴져요. 우리가 사회주의 대중화에 성공하려면 바로 그 불만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하잖아요. 이런 점에서 저는 사회주의 대중화가 다른 뭔가가 아니라 바로 그렇게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을 갖고 사회주의 내용과 당의 실천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결과적으로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실천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중앙당에서 진행하는 사업만 바라보게 되고, 대중 속에서의 정치활동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공학에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정말 ‘활동하는 정당’이고 ‘대중화’라는 말에 걸맞은 뭔가를 해내려면, ‘좋은 정세’를 기다릴 게 아니라 대중 속에 뛰어들어서 ‘우리가 바꾼다’는 생각으로 당과 사회주의를 드러내고 치열하게 싸워 보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이 대중화 사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아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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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논란,

반박 논리도 중요하지만

한 번의 승리가 절실해

 

물론, 형우 씨도 정세를 마냥 낙관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갈수록 심해지는 ‘공정성’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입만 열면 청년’인 시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를 중심으로 청년층을 앞세워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태’가 끊임없이 벌어진다. 아예 경쟁에 참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수많은 청년 노동자에게 ‘공정성’은 스스로를 전혀 대변할 수 없는 이념이지만, 사회적으로 청년 세대 일반을 ‘공정성의 화신’으로 전제하거나 등치시키는 주장이 횡행한다.

 

“‘공정성’ 담론을 비판한 여러 사람이 제기한 것처럼, 청년이라고 해도 각자의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지방에 있거나 전문대에 다니는 친구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공정성’ 주장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걸 느끼거든요. 다만 ‘공정성’이 사회적으로 워낙 강력한 흐름처럼 형성되고 재생산되다 보니, 점점 이런 논리를 스스로 내면화하게 되는 분위기도 있더라고요.”

 

‘공정성’이 이렇듯 이데올로기로서 공격적 힘을 발휘하는 데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누적된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불안정노동 양산 등 구조적 문제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다만, 형우 씨는 무엇보다 ‘공정성’에 ‘정당성’을 부여한 흐름에 대해 운동 진영이 단호히 균열을 내지 못한 점을 주목했다. 다시 말해,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반발하는 일부 정규직 노조의 행태를 노조운동이 강하게 비판하며 맞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비정규직 당사자 외엔 ‘공정성’에 맞서는 강력한 목소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이는 역으로 ‘공정성’을 주장하는 세력에게 ‘우리가 정당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기간제 교사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 전교조에서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었잖아요. 이후 이런 흐름이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도로공사 등등 쭉 이어졌고요. 최근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가장 극심하게 터졌죠.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나서니까 정규직 쪽에서 아예 ‘직접고용 반대’ 시위를 벌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런 기류에 대해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조운동 차원에서 제동을 걸고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쪽은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믿고 더 크게 목소리를 내는 거죠.”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공정성’ 논리를 비판하는 여러 사업도 필요하겠지만, 형우 씨는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힘으로 이를 꺾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6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것이 크게 아쉽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옳다는 것을 투쟁 승리로 보여주면서 그런 경험을 축적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삶의 희망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형우 씨에게 혹시 지난 1년간 당 활동을 이어가면서 가장 보람차거나 기쁜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단연코 ‘신입당원 입당’이었다.

 

“제가 따로 조직한 경우가 아니었는데, 저희 학교에서 신입당원이 올해 새로 가입했어요.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이 큰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학생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입당하는 동지들이 왕왕 있거든요. 이렇게 당을 찾아오는 동지들을 만날 때가 가장 기쁘죠. 그런 만큼 우리 스스로 사업이 잘 안 된다고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자신감 잃지 않고 열심히 계속 활동하면, 때로는 각자의 현장에서 뜻하지 않게 먼저 우리 당의 문을 두드리는 새로운 동지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형우 씨는 상황을 비관하기보다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지 찾아야 하고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나에게 사회주의란?’이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삶의 희망’이라고 답했다. 어차피 소수만 살아남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이를 밟고 올라서는 게 아니라, 이런 비극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착취 구조 자체를 부수는 게 바로 삶의 희망이라고. 그런 대안을 얘기하는 게 사회주의이기에, 그는 여기에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

 

 

┃인터뷰: 기관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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