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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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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표본,

비리의 온상 ‘민간위탁’…

 

직접고용 전환이

유일한 해답이다

 

 

김한미르┃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직부장

 

 

 

292일. 지난 2019년, 전주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이하 ‘민주연합노조’) 전주지부 조합원들이 ‘직접고용’을 외치며 전주시청 앞에 천막을 펼친 지 꼭 292일 되던 날, 그들은 스스로 천막농성을 해제했다. 지방 공공행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폐기물 처리업무는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는 게 아니라 민간업체에 광범하게 위탁하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하청 비정규직으로서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를 감당해야 했다. 반면, 업체 측은 계약을 따내고 지자체 보조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숱한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왔다. 이에 노동자들은 민간위탁의 폐해를 폭로하며 투쟁을 전개했고, 그 결과 전주시는 ‘민간에 위탁했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분야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위한 심층논의기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농성을 해제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 4월 10일, 조합원들은 전주시청 앞에 다시 천막을 펼쳐야 했다. 전주시가 당초 약속했던 직접고용 심층논의기구 ‘범시민 연석회의’를 코로나19 핑계로 기약 없이 미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전주시가 직접고용 검토 연구용역 비용을 ‘0원’으로 책정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주시 당국이 처음부터 직접고용을 이행할 생각도, 고민도 없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노동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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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 전주시 민간위탁 폐기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 [사진: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지자체와 결탁한 민간위탁 업체,

세금 빼먹는 부정부패의 산실

 

그간 우리 민주연합노조는 중간착취의 표본이자 비리의 온상인 전주시 민간위탁 업체들의 갖가지 폐해를 세상에 알렸다. 가령, 민간위탁 계약을 맺을 때 지자체는 해당 업무 원가를 산정해 이를 기준으로 위탁업체에 보조금을 주는데, 여기에서 원가 산정을 맡은 용역업체와 민간위탁 업체, 그리고 전주시 당국이 결탁해 약 4억 2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작해서 업체에 지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민 세금으로 지역 환경미화를 위해 고용된 노동자들이 민간위탁 업체 대표의 딸 집을 수리하고 개밥을 주는 등의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은 충격적인 일도 고발했다. 심지어 전주시 민간위탁 업체 중 한 곳은 회사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직원을 ‘간접인력 및 직접인력’으로 등록해 총 15명분에 해당하는 임금 약 2억 1천만 원을 횡령했는데, 이 범죄혐의 또한 노조가 밝혀낸 것이다.

 

이 외에도 전주시 민간위탁 업체의 비리를 밝히는 기자회견만 12번이나 진행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민간위탁 업체들은 오히려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민주노조 주동자를 해고하는 등의 파렴치한 모습만 보였다.

 

 

 

같은 도로 청소하는데…

왼쪽은 직접고용,

오른쪽은 민간위탁

 

민간위탁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지자체 직접고용 전환은 결코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이미 전주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일부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차로를 두고 왼편은 전주시 직접고용 노동자들이, 오른편은 민간위탁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청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치 완성차 공장에서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달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똑같은 노동을 하는데도 처우는 전혀 다르다. 전주시 직접고용 노동자들에겐 적정 수준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하는 반면, 민간위탁 소속 노동자들은 만성적 저임금과 해고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

 

전주시가 민간위탁 업체에 보전해주는 수익은 물론이고, 앞서 거론한 각종 비리로 새나가는 혈세만 막아도 현재 전주시 민간위탁 업체 소속 모든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전주시는 묵묵부답으로 책임을 회피할 뿐이다.

 

 

 

‘민간위탁 폐지-직접고용 전환’

꿈같은 얘기 아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를 관할하는 법률인 <폐기물관리법> 제14조 2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제1항에 따른 처리[인용자: 생활폐기물 처리를 가리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 법으로 민간위탁을 열어놓고 있지만, 이 조항은 위탁‘할 수 있다’는 것이지 위탁‘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곧, 생활폐기물 처리는 지자체가 직접 맡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최근 충남 태안군과 서천군에서 민간에 위탁했던 생활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한, 전남 목포에서는 시장의 말 한 마디로 민간위탁 노동자 직고용 평가 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에서 민간위탁을 폐지하고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전주시장은 두 귀를 막고 두 눈을 감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전주시장이 민간위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이 싸움은 비단 환경미화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공공부문, 특히 지자체 행정의 광범한 영역이 ‘민간위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민영화된 상태다. 따라서 이 투쟁은 공공부문 전체의 재공영화,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투쟁으로 더욱 커져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일상의 민영화’ 민간위탁에 맞선 싸움이 번져나갈 수 있도록, 많은 동지들의 연대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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