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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6.01 18:40

‘그린워싱’*에 들러리 서기,

이제 끝내야 한다

 

 

서린┃사회운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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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그린워싱’과 ‘거버넌스’

 

한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2021년 지금,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하며 악화했다. 왜일까? 끊임없이 성장하고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를 그대로 둔 채 기후위기 해결을 바라는 것은 마치 배 밑바닥에 뚫린 구멍을 막지 않고 바가지로 물만 퍼내는 것과 같다.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를 방지한다며 ‘그린뉴딜’ 등을 제시했지만,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이었을 뿐이다.

 

이외에도 정부의 대응은 ‘탄소배출권 거래’ 등 시장 메커니즘에 종속돼 있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제는 ‘비용이 적게 든다면 탄소를 배출해도 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 자체부터 불명확하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이윤에 위협만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 돈 내고 탄소를 뿜어내는’ 게 가능하지만, 남반구 등 후발국에서는 기후위기 피해가 더욱 커진다. 착취와 파괴가 온존함은 물론이다.

 

이렇듯 정부 대응책은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를 건드리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기껏해야 ‘녹색자본주의’ 전략으로 위기를 잠시 연기하려는 ‘그린위싱’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기후운동 내에서도 정부의 그린워싱에 동조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관 협력 혹은 협치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거버넌스’를 앞세우지만, 그 실상은 기후운동판 사회적 합의주의다.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 선도’?

P4G 역시 그린워싱일 뿐

 

‘지구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했다. 5월 말 한국이 주최하는 ‘P4G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언급하면서, ‘회원국‧시민사회‧산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파트너십이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말한 ‘P4G’의 정식 명칭은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으로, “지속 가능하고 탄력적인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선구적인 시장 기반 파트너십을 가속화한다”는 미션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민‧관 파트너십’으로 ‘녹색성장, 지속가능한 발전, 파리협정 실현’을 도모하겠다는 정상회의급 국제기구이며, 현재 참여국은 한국‧덴마크‧네덜란드‧베트남‧멕시코‧칠레‧이디오피아‧케냐‧콜롬비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남아공 등 12개국이다.

 

그런데 이 회의가 목표한바, ‘자본주의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탄소 배출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그에 따른 성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P4G 회의는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애초 출범할 때 ‘녹색성장’을 목적으로 제시했고, 나중에야 논의범위를 ‘파리기후협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확장했다. 즉, P4G 회의의 주된 관심은 탄소 배출 감축이 아니라 이른바 ‘녹색성장’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탄소 배출을 가리기 위한 ‘그린워싱’일 뿐이다. P4G 파트너쉽에는 앞서 거론한 12개국뿐만 아니라 씨티그룹, GM, 코카콜라 등 초국적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들이 벌이는 사업은 ‘스타트업 사업’과 ‘스케일업 사업’으로 나뉜다. 모두 창업이나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시행 중인 사례로는 네슬레와 하이네켄이 참여하는 ‘쓰레기 20% 줄이기 사업’, GM의 ‘플라스틱 퇴출 사업’, 한국 YOLK 사(태양광 스타트업)가 주도하는 ‘솔라카우 프로젝트’(태양광 충전설비 설치 및 교육) 등이 있다.

 

이런 각종 사업은 대부분 기업이 주도하는데, 이에 따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그린워싱’ 효과만 더욱 커진다. 단적으로 한국에서 P4G 파트너로 참여한 SK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직접 시공‧투자하는가 하면, 주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LNG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시장과 기업 중심의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로 귀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P4G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한국‧베트남‧인도네시아는 석탄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회적 합의주의로는

기후위기에 맞설 수 없다

 

기후위기에 저항하는 조직인 <멸종저항 서울>은 지난달 40개 단체와 243명의 시민‧활동가들과 함께 “그린워싱 정당화하는 기후 거버넌스 참여를 거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의 지지가 모였다. <멸종저항 서울>은 이 입장문을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참가 단체들에 전달하면서 ‘기후운동이 정부의 그린워싱에 활용되는 전략을 거부하고, 기후위기 상황에 걸맞게 시민사회의 압력을 만들어나가자’고 요청했다.

 

환경‧기후운동에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는 ‘거버넌스’ 운운하는 각종 사회적 합의주의를 봤다. 그 결과가 기후위기 대응 실패임을 똑똑히 확인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채 한편으로는 ‘녹색경영’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방조하고 조장해왔다. 이들과 어떻게 타협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지구적 생태위기는 자본의 편의를 봐주고 정부의 절차를 기다려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포함해, 기후위기에 맞서고자 하는 모두에게 제안한다. 당장 5월 30일 P4G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행동뿐만 아니라, 기존에 관성처럼 해왔던 들러리식 타협과 ‘협치’를 거부하자.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는 운동으로, 노동자민중이 주도하는 체제변혁운동으로 함께 나아가자.

 

 

 

* 기후-생태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하면서 각국 정부와 자본이 이른바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그린워싱’ 문제가 대두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상품의 환경적 속성이나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를 허위로 또는 과장해 내보이는 것을 포함해 ‘친환경 이미지’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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