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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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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이후 4개월,

우리가 거리에서

함께하는 이유

 

- 미얀마 ‘민주주의 혁명’에 연대하자

 

 

조돈희┃울산이주민센터 센터장

 

 

 

* 편집자: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넉 달이 지난 지금, 참혹한 학살 속에서도 미얀마 민중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악독한 탄압을 이어가면서 장기전으로 국제적 관심과 분노를 점차 희석하려는 게 군부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 만큼, 피어린 항쟁에 나선 미얀마 민중에 대한 연대는 더욱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울산에서 미얀마 항쟁에 연대하는 운동이 부단히 벌어지고 있다. 이 활동에 앞장선 울산이주민센터장 조돈희 동지의 기고를 통해 우리가 왜 이 싸움에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해야 하는지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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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항쟁에 연대하는 울산지역 활동가들.

 

 

2021년 2월 1일 발발한 군부 쿠데타에 맞서 목숨 걸고 항쟁을 이어가는 미얀마 민중은 이 투쟁을 ‘민주주의 혁명’이라 부른다. 그들은 41년 전 한국의 광주항쟁과 그로부터 7년 후 터져 나온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군부 통치를 종식하고 직선제를 쟁취했던 역사에 주목하며 국제적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여태껏 8백 명 이상이 처참하게 살해당했지만, 미얀마 민중은 오늘도 목숨을 내놓고 민주주의를 외치며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다수민족 ‘버마족’ 외에도 136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미얀마에서는 그간 민족갈등과 군부독재, 민주주의 항쟁, 잔혹한 학살이 계속됐다. 글에 앞서 미얀마의 간략한 역사라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지만, 이는 지면상 다른 동지의 몫으로 넘겨야 할 것 같다.* 여기에서는 필자를 비롯한 울산지역 활동가들이 왜 미얀마 항쟁에 적극 연대하고 있는지 알리면서, 곳곳의 동지들에게 동참을 요청하고자 한다.

 

 

 

나는 왜 미얀마 문제에

적극 연대하고 있나

 

군부 쿠데타와 연이은 학살극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분노가 치밀었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군인이 시민을 죽이라고 존재하는 건가?’

 

한편, 미얀마 군부가 ‘사회주의’ 운운하는 세력이라고 하는데, 이 대목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사회주의 모델로 제시할 만한 나라가 없는데 사회주의를 내세운다는 곳에서 저렇게 인민을 학살한다면, 사회주의운동 세력은 더욱 분노를 느끼고 미얀마 군부의 폭력에 맞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하여 항의하는 민중과 함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늘도 미얀마 민중의 절박한 호소는 파괴되고 잘려 나가 거덜 난 시신의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기슭에서 먹을 것을 찾아 배고픔을 달래려는 피난민의 모습으로, 기다란 총을 메고 저항하는 이들의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노동자민중 국제연대’가 절실한 지금, 미얀마 출신 유학생‧노동자들을 비롯해 이 항쟁을 민주주의 혁명으로 승화시키려 투쟁하는 민중에게 화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자국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동지가 울산지역 전교조 교사 모임에 초청받아 강의한 내용을 인용하며 ‘노동자 국제연대’의 의미를 전해보겠다.

 

 

“나는 노동자들이 ‘국경 없는 의사회’와 같이 ‘국경 없는 노동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세계 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국경이 없어야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차이가 있거나, 민주주의가 공격당할 때도 이미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들이 더 신경 써서 내가 싸우는 것처럼 생각하며 함께 해야 한다. 노동권도 마찬가지다. 어떤 나라 노동권이 낮으면 내가 당하는 것처럼 생각하며 교육하고 단결해서 낮은 나라 노동권을 높이기 위해 싸워야 한다. 노동권과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노력하고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이다.”

- 2021년 5월 12일, 미얀마 동지 강의록 中

 

 

 

지금, 이곳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항쟁에 함께하기 위해

 

울산의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은 2월 1일 쿠데타 발발 직후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섯 시간씩 길거리에서 군부를 규탄하고 미얀마 항쟁에 연대를 호소하는 선전전‧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지역 66개 사회단체가 이들과 함께한다.

 

많은 이들이 미얀마 상황을 가리켜 ‘1980년 광주와 닮은꼴’이라고 한다. 살인적 군부통치에 치를 떠는 정서가 있기에, 다른 나라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시민사회‧정치‧종교단체 등 여러 곳에서 미얀마 항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게 노동자들의 연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미얀마노총과 함께하며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모금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지금 이곳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투쟁은 훨씬 더 많다. 가령,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 사업과 연계된 포스코나 한국가스공사 같은 국내 기업들이 있다.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가 이런 사업을 멈추도록 노동자들이 나서서 싸울 순 없을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진정 미얀마 군부의 폭압에 함께 맞서 싸우기 위해, 노동자 국제연대의 최고치를 함께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총파업이 안 되면 총력투쟁 전술로 싸워온 한국노동자들의 기지를 발휘해서, 미얀마 노동자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보자.

 

 

- 미얀마 혁명 지원 울산 계좌: 농협 301-0288-9953-21 울산이주민센터(미얀마연대울산모임)

 

 

 

* 미얀마 항쟁의 역사적 배경에 관해서는 <변혁정치> 122호(2월 15일 자) 기사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성공할 것인가?”와 123호(3월 15일 자) 기사 “역사의 굴레 딛고 항쟁을 변화시키는 미얀마 노동계급에 연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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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항쟁에 연대하는 울산지역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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