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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파괴하려

10개월간 사용자노조 3개 설립…

 

대양그룹,

민주노조 심장을 겨누고 있다

 

 

성세경┃충북

 

 

 

대양그룹, 또 하나의 삼성

 

노동조합을 반길 자본가가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무노조 경영’과 노조 파괴 공작으로 악명을 떨친 삼성을 떠올리게 하는 사업장이 있다. 충북 청주에 공장을 둔 “대양판지”다. 대양판지는 대양그룹 소속 기업으로, 이 그룹은 제지(원지)회사와 판지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제지사업은 “대양제지공업”과 “신대양제지”라는 계열사가 담당하고, 판지사업을 맡고 있는 게 바로 대양판지를 비롯해 “대영포장”과 “신대한판지”, “광신판지” 등이다.

 

이 대양그룹 소속 제지회사 2곳의 공장에는 한국노총이 자리 잡고 있다. 대양판지와 광신판지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깃발이 올랐지만, 그중 2018년 설립된 금속노조 경기지부 광신판지지회는 사측의 기업노조 설립 등 노조파괴 시도가 계속되면서 현재 소수노조 상태다. 한편, 다른 대양그룹 계열사(대영포장, 신대한판지)는 무노조 사업장이다.

 

이 가운데 대양판지는 제지를 구매해서 골판지와 상자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전남 장성과 충북 청주에 공장이 있다. 지난 2020년 3월 25~26일, 대양판지 청주공장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성과등급제, 열악한 작업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민주노조를 결성했다(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 그러자 대양그룹은 이미 광신판지에서 민주노조를 고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기업노조 설립 전략을 폈다. 3월 26일 금속노조가 단체교섭 요구를 전달하자, 대양판지 자본은 곧바로 한국노총 소속 ‘대양판지 청주공장노조’를 띄웠다. 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가 장성공장까지 포괄하자, 사측은 3월 31일 한국노총 ‘대양판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기업노조를 두 개나 만든 것이다.

 

 

 

유성기업 뛰어넘은

대양판지 자본

 

결국 2020년 3월 26일,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한 사업장에 노조가 여럿일 경우 그중 하나의 노조에만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민주노조를 소수노조로 고립시켜 노동권을 박탈하는 대표적인 노조파괴 제도)가 시작됐다. 사측은 관리직인 팀장(부장)까지 한국노총 대양판지() 노조에 가입시켜 다수노조 지위(76명)를 획득하게 했다. 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60명)는 소수노조가 되어 단체교섭권을 갖지 못했다. 이제는 노조파괴 대명사가 된 유성기업은 지난 2011년 7월 ‘유성기업노동조합’이라는 어용노조를 만들어 부장급을 포함해 모든 관리직 사원을 가입시킴으로써 금속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강탈해갔는데, 대양판지는 9년 전 유성기업의 판박이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노동부 청주지청에 노조법 81조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로 대양판지 사측을 고소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1월 25일, 노동부는 한국노총 대양판지() 노동조합에 직권취소(노조 아님)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사측이 만든 어용노조는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대양판지 자본의 민주노조 혐오는 이때부터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양판지와 유성기업 자본의 공통점은 금속노조를 고사시키기 위해 두 개의 어용노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양판지 자본은 유성기업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제3노조’를 설립했다. 기어이 교섭권을 금속노조로 넘겨주지 않으려는 발악이다. 대양판지 자본의 민주노조 혐오는 유성기업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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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동자(신동준)]

 

 

 

이제

교섭창구 단일화

폐기 투쟁에 나서야 한다

 

2020년 8월 기준 금속노조 산하에는 모두 424개 정도의 사업장이 있는데, 그중 복수노조 사업장이 102곳이다(약 25%). 이렇게 민주노조가 맞닥뜨리고 있는 복수노조 가운데 60% 이상은 회사가 만든 노조다. 이런 경향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신규노조 두 곳 중 하나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2020년 6월 기준 교섭에 돌입한 교섭단위 280개 중 103개(36.8%)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화학섬유노조에서는 복수노조 사업장이 22개인데, 그중 10곳은 화학섬유노조 산하 지회가 만들어지자 그에 대응하기 위해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대학노조도 2020년 기준 150개 사업장 가운데 39곳(26%)에 복수노조가 들어서 있다(2020년 10월 15일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폐기 대안입법 방향 모색 2차 세미나” 자료 참고).

 

지난 2009년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던 추미애가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면서까지 날치기로 강행처리했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일명 ‘추미애법’이라고도 부르는 이 악제도가 도입된 지 이제 10년이 넘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가 현장에 미치는 심각한 결과는 이미 넘치도록 드러났다.

 

첫째, 사용자가 개별교섭을 선택한다. 노조 간 차별을 조장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기업노조로 유인하는 한편, 민주노조를 무력화하고 탈퇴를 종용하는 것이다. 둘째,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 80% 이상이 산별노조에 속해 있지만,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기업별 울타리 안에서 진행됨으로써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그 영향력을 차단한다. 셋째, 소수노조는 노동3권 중 단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을 빼앗긴 소수노조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단적으로 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는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기업노조에 단체교섭권을 강탈당한 채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이는 비단 대양판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서 자본은 기업노조를 앞세워 민주노조의 존재 자체를 뿌리 뽑으려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악법에 맞선 투쟁은 개별 사업장 차원에 국한될 수 없다. 또한, 복수노조 사업장과 비(非)복수노조 사업장을 분리해 대응해서도 안 된다. 신규노조 둘 중 하나가 복수노조에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폐기는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위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산별노조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대응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정부여당과 국회를 향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기 투쟁을 전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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