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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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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4.22 19:58

4.7 재보궐 선거가 보여준 것

 

 

장혜경┃집행위원장

 

 

 

민주당 참패

 

4.7 재보궐 선거가 집권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다. 특히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서울, 57.5%)과 박형준(부산, 62.7%)이 민주당 박영선(서울, 39.18%)과 김영춘(부산, 34.42%)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울산 남구청장 등 기초지자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대거 승리했다.

 

민주당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집값 폭등으로 대표되는 민생위기다. ‘집값을 잡겠다’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무려 83.9%나 올랐다.* 3월 초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는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집값뿐이랴. 코로나19 장기화로 민생위기가 심각하지만 정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고, 자산-소득 격차는 훨씬 벌어지면서 분노가 쌓였다.

 

둘째,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정치다. 최근에만 해도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 도입을 주도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해당 법안 통과를 앞두고 전세가를 각각 14%와 9%씩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취임 직전 LH 사장이었는데도, 정부여당은 LH 사태를 ‘이전 정권부터 이어진 부동산 적폐’로 규정하고 물타기로 자신의 책임을 피해갔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못지않은 투기‧비리세력임이 드러났고, 이들의 표리부동에 시민들의 배신감은 증폭됐다. 이뿐만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판했던 민주당은 문재인판 4대강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시장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한 채 급하게 밀어붙였다.

 

셋째, 개혁의 실종이다. 이미 조국 사태를 통해 민주당도 명실상부 기득권세력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나, 정부여당은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을 원한 촛불 민심을 ‘조국수호 검찰개혁’이라는 왜곡되고 협소한 프레임으로 가뒀다. 작년 총선 결과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다’는 180석을 거머쥐고도, ‘윤석열 내치기=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만 남고 다른 개혁은 사라졌다. 젠더감수성도 후진적이었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가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권력형 성폭력 때문에 치러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정부여당 인사들의 2차 가해 발언이 이어졌다.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에는 그 어떤 진보성도 없었다. ‘당 소속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던 당헌 규정까지 바꿔가며 권력 유지를 시도한 민주당의 행태로 이번 선거는 ‘미니 대선’이 됐고, 결국 대중은 민주당을 심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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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은 '혁신'을 내세우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지만, 보수 담론에 편승하는 흐름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부활과 진보세력의 고전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가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국민의힘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국민의힘의 부활이다. 국민의힘 스스로도 인정하듯, 그들의 승리는 시민들의 적극적 지지라기보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중에 의해 선택받은 점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이미지 세탁을 해왔다. 이명박‧박근혜의 비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 광주 망월동 묘역 참배, 경제민주화‧기본소득‧성평등을 강조한 새 정강정책 등 이른바 중도화 전략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대중의 인식에서 ‘회생불능의 적폐세력’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한편, 진보 후보들은 고전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보수양당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진보적 의제를 내건 여러 후보가 출마했다. 그러나 이들의 득표율은 1% 미만이었고, 모두 합해도 2%가 되지 못했다(이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보진영 득표율 총합 3.75%에도 못 미친다). 물론 양대 기득권 정당에 유리한 정치구도 문제도 있지만, 현재 진보정치가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인식되지 않는 허약함이 드러난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보수언론은 일제히 정부에 ‘친기업-규제완화’를 요구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오세훈은 공약대로 재개발 규제를 확 풀려는 정책을 펼치면서 투기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민주당의 변신(?)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박영선 후보는 재개발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나선 송영길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건부터 공정성 논란이 됐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사이비 정규직화마저 문제 삼으며 공정성 담론에 편승했다. 이는 향후 민주당이 어정쩡한 개혁 흉내조차 폐기할 것임을 시사한다. 촛불을 다시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과거 노무현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이명박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경험을 상기시킨다. 더 이상 노동자민중 투쟁의 성과를 민주당 세력이 흡수하고, 그 뒤 민주당의 실정에 실망한 대중이 국민의힘 같은 보수세력을 선택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의 분노와 절망을 한국사회 변혁을 향한 희망과 투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적 대안세력의 등장이 절실하다. 사회주의 세력이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가 다시 사회주의 대중화를 향해 진력해야 할 이유다.

 

 

 

 

* <중앙일보>가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유도시랩 연구팀 분석 결과를 인용한 보도 참고. “아파트값 14% 올랐다던 文정부, 서울대 AI는 ‘84% 올랐다’”, <중앙일보> 2021년 1월 27일 자 온라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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