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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7년,

‘아직도 세월호야?’라고 묻는다면…

 

 

박상헌┃기관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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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16 연대]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한순간 반짝했다 사라지는 기억이 아니라, 언제나 지니고 살아갈 기억을 위한 약속의 한마디일 것이다. 4.16 세월호참사는 올해로 7주기를 맞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은 요원할뿐더러, ‘일터의 세월호’라고도 부르는 산업재해는 오늘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렇기에 세월호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하지만 기억의 시도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경제’와 ‘미래’를 앞세워 ‘언제까지 세월호 얘기를 꺼낼 거냐, 이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어쩌면 갈수록 더할지도 모른다. 최근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참사 피해 가족들의 시설에는 철거를 요구하는 편지가 날아들었다. 인근 항구에 ‘국민해양안전관’을 건립하니 팽목항의 시설은 이제 걷어내라는 주장이다. 참사가 일어난 시공간과 단절한 상태에서 일상의 추모와 기억이 과연 가능할까? 이뿐만 아니다. 안산 화랑유원지 부지 일부를 생명안전공원으로 만들자는 요구엔 ‘납골당’이라는 혐오가 꽂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죽음이 국가의 총체적 실패가 만들어낸 사회적 차원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참사는 ‘선박 침몰’로 국한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 참사 당일 구조 실패와 방기, 이후 진상규명 운동에 대한 조직적 방해공작(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강제해산 등)과 혐오(박근혜 정부는 극우집단 ‘어버이연합’을 동원해 관제데모를 진행했다), 정보기관의 유가족 사찰 등등…. 참사를 방지할 국가 시스템의 부재와 권력자들의 무능을 확인하며 이 점은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그러나 참사를 만든 이윤추구 논리는 여전히 견고하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은 자본의 이윤추구 속에서 다치고 죽는다. 여기에 망각이 더해지는 순간, 참사는 다시 한 발 더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당장 지난해 일어났던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를 되돌아보자.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의 죽음을, 구의역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생각해보자. 오늘도 어딘가에서 사람이 죽는다. 우리에게 끝없는 기억이 필요한 이유다.

 

 

 

‘과거의 일’이 아니기에

 

생명‧안전보다 이윤이 먼저인 사회에서 세월호참사는 ‘교통사고’로 치부됐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이들은 ‘불순한’ 사람들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던 국가의 실패를 304명의 죽음이라는 결과로 목도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참사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참사를 권력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규정했다. 이윤이 중심인 사회에서 평범한 노동자나 시민의 생명은 얼마든 ‘부차적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이 구조적 죽음은 개인 차원의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인 ‘참사’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권력은 여전히 참사를 ‘과거의 일’로 묻어두려 한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내걸고 당선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마지막 해에 접어드는 지금까지 진실을 밝혀내지 않았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점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특조위가 수사 의뢰한 대부분의 사안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심지어 그 가운데에는 국정원‧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문제도 포함돼 있었다. 오히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이들이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세월호참사 7주기 기억식에 국민의힘이 5년 만에 참석하겠다고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진상규명’이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참사에 대한 추모가 ‘권력에 도전하지 않는’ 기억으로 점차 화석화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비극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약속은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는 상실과 애통, 그리고 들끓는 분노로 존엄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약속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한 실천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또한 우리는 다짐한다.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난과 참사, 그리고 비참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할 것임을. 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해치는 구조와 권력에 맞서 가려진 것을 들추어내고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

-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후문(後文)

 

 

참사를 기억하자고 되풀이하는 것은, 권력이 강요하는 기억과 대결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의 치유와 대안적인 미래사회의 상을 쟁취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 참사를 딛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바꿔야 한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어디까지 왔는가. 약속은 지켜졌는가. 7번째 4.16을 맞는 지금, 망각에 맞선 기억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과거에 대한 복기를 넘어, 현재도 우리 일상에서 반복되고 있는 세월호참사를 막기 위해. 오늘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곳곳에서 일하다 죽음을 맞는 이들의 끝없는 참사를 끝내기 위해.

 

 

 

 

<참고자료>

 

* 김명희 외,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 그린비, 2016.

 

 

 

 

* 2019년 제2회 사회적 참사 피해지원포럼 “추모, 기억과 성찰의 길” 자료집,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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