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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정상화?

 

코로나19 이후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직면한 문제

 

 

홍석만┃참세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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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아니면 2차 붕괴의 전조?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약칭 ‘연준’)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6.5%에 달하고, 실업률은 연말까지 4.5%로 떨어지며 2023년에는 3.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물가상승률은 올해 연말 2.4%, 2022년 2.0%, 2023년 2.1%로 예측하며 장기적으로 평균 2.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미 연준의 이런 전망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고성장‧저물가‧저실업이 결합한 ‘골디락스 경제’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염병 확산과 락다운으로 그간 억눌렸던 수요가 팽창하면서 소비가 확대되고, 자본주의 경제는 회복국면을 넘어 호황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호황은 반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의 예측도 비슷하다. 올해 성장률은 6.5%로 전망했지만(물론 여기에는 지난 2020년 경제위기로 성장률이 크게 내려앉은 데 대한 기저효과가 포함된다), 이후로는 계속 내려가 2023년에는 2.2%, 장기전망(longer run)은 1.8%로 예상했다. 코로나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다.

 

 

이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나 이윤율을 회복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과거 2008년 경제위기 때보다 훨씬 대규모로 양적완화를 진행하면서 부실채권까지 구제해 줬다. 이에 따라 마치 유령도시처럼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의 부실기업)들이 이자에 이자를 내고, 채권에 채권을 발행하며 빚으로 연명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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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표1>: '언데드' 부채. 미국 좀비기업들은 2020년 기준 무려 2조 달러(약 2,200조 원)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이는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으로, 기업부채는 2008년 경제위기 당시보다 더 크게 늘어났다. [출처: 블룸버그]

 

 

미국의 경제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 Bloomberg>가 미국 상장기업 상위 3,000곳의 재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200개 이상의 기업이 좀비기업에 추가됐다. 또한, 조사 대상의 약 25%인 739개 기업은 이자 지급액을 충당할 만큼의 수입을 얻지 못했다. 한편, <도표>1에서 볼 수 있듯 미국 기업들은 이 기간에 거의 1조 달러(약 1,100조 원)의 부채를 추가하며 총부채가 1.98조 달러에 이르렀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1.58조 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 비중이 40.7%를 기록했다(전체 조사 대상은 상장‧비상장 기업 2,175개). 이런 부실기업 비중은 2016년 30.9%, 2017년 32.3%, 2018년 35.7%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좀비 자영업자’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 가구는 작년 말 기준 19만 2,000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3월 말(8만 3,000가구)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투자율은 물론이고 기업의 설비 가동률도 떨어져 아직 위기 이전 상황을 회복하지 못했다. 설령 회복하게 되더라도 전세계 생산능력지수가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하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동률이 오르더라도 곧 다시 하락할 공산이 크다(이번 경제위기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자본 살리기’로 인해 과거 공황처럼 과잉생산능력의 파괴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가동률만 크게 떨어졌을 뿐이다. 이렇듯 과잉자본 상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일 경우 단시간 내에 과잉생산에 직면함으로써 가동률이 오르다가도 곧 다시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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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표2>: 회복되지 않은 가동률. 지난 2020년 설비 가동률이 크게 하락했음을 볼 수 있다. 이후 다시 상승하긴 했으나,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다. 도표 중간중간 음영 처리된 부분은 경제위기 시기를 가리키다. [출처: 미 연준 경제통계시스템(FRED)]

 

 

따라서 지금 ‘경제위기가 다시 올지’ 혹은 (요새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닥칠지’ 등을 두고 이런저런 예측을 내놓는 게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태껏 코로나와 경제위기에 대처하며 발생한 결과와 그 효과가 다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빚으로 벌이는 잔치,

난데없이 ‘벼락거지’된 사람들

 

지난 1년간 정부는 수백조 원을 들여 금융시장과 대기업을 지원했고, 이와 더불어 건물주나 불로소득자에 대한 지원과 저금리‧양적완화로 넘쳐난 자금은 주식‧채권‧부동산 등으로 몰렸다. 반면,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는 지속했고 자영업자들은 파산하거나 1인 영업으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반도체‧전자 업종 등 일부 수출 대기업은 코로나 특수를 누렸고, 비대면 플랫폼 대기업들은 독점적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자산시장은 실물경제와 완전히 괴리돼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돈을 쓸어 담았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21년 3월)에 따르면 작년 3월 이후 국내 가계 금융투자액 가운데 주식 비중은 38.2%로, 2016~19년 평균 9.8%에서 28.4%포인트 급증하며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2020년 대출 증가액 23.7조 원 중 신용융자가 10조 원, 신용대출이 9.5조 원으로 도합 20조 원에 달해 늘어난 대출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증권사 주식 신용융자(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는 2019년 -2.1%에서 2020년 108.7%로 폭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신용융자와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으로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선 경우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20조 원 가까이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든 ‘동학개미’에 의해 한국 증시의 2020년 시가총액 증가율은 45.6%를 기록, G20 국가 가운데 중국(45.9%) 다음으로 높았다. 2020년 한 해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1천만 개 이상의 신규 주식거래 계좌를 개설했고, 2020년 전체 주식거래 중 개인 비중은 20%에 달하며 2019년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산시장은 회복을 넘어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자산가들이 보유한 각종 금융자산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상승했고, 그에 따라 빈부격차와 불평등 지수도 역사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을 맞았다. 한국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지니계수(0~1 사이의 숫자로 측정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심화를 뜻함)가 2017년 0.584에서 2020년 0.602로 높아졌고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점유율도 41.8%에서 43.7%로 올라갔다. 이 조사는 2020년 3월 말, 곧 코로나 발생 초기를 기준점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2020년 말 기준으로 다시 조사하면 자산불평등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19,

사회 모순의 중층적 축적

 

요하자면, 무제한 양적완화로 금융시장을 구제하고 정부의 강력한 재정정책으로 총수요를 진작시킴으로써 경기 급락을 제어하고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등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앞서 지적했듯 좀비기업 확대에 따른 이윤율과 생산성 축소, 과잉생산의 누적적 증가, 고용회복의 둔화 등 경제적 모순을 심화시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사회 모순의 확장이다.

 

첫째,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산업 전환이 더 가속화하면서 고용 축소-노동유연화 확대-임금소득 감소 등 노동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게다가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 이면에는 기업‧가계부채 폭증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산불평등이 만연한 ‘새로운 정상 상태’(이른바 ‘뉴노멀’)로의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 국가 간 제국주의적 대립의 심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패권경쟁은 더욱 격화하고, 팬데믹 속에서 국민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훨씬 강화됐으며,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가 투자나 국유화 또는 국가 주도 경제의 확대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서 드러나듯 자본 간 국제경쟁과 국가들 사이의 갈등이 더욱 격렬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코로나19의 원인이기도 한 생태위기와 기후위기 속에서 ‘녹색 전환’과 관련된 갈등과 모순이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 백신 개발‧보급과정을 보면 현재 자본주의 국가들의 이런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백신과 치료제를 진정 공공재로 만들려면 모든 관련 정보와 기술이 투명하게 보급되고 접근 가능해야 한다. 또한, 백신 보급을 가로막고 있는 지식재산권협정(TRIPS)을 폐기하거나 최소한 코로나 백신에 관해서는 배제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미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제품의 특허권을 일시 유예하자고 제안했음에도 국제적으로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현재 백신 생산과 보급은 전적으로 ‘빅 파머’, 곧 초국적 제약자본과 이들이 속한 미국‧유럽 국가들의 결정에 달렸다. 미국은 이미 5억 명(10억 회 분량)에게 접종할 백신을 확보하고도 ‘국방물자 생산법’까지 동원해 자국에서 생산하는 백신의 수출을 막았다. 미국의 이런 행위로 곳곳에서 백신 원료 수급 등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이제는 백신 생산국가에서 수출 통제를 확대하고 백신을 자국 내로 돌려버린다. 이렇듯 백신 보급과 코로나 종식은 마치 20세기 초에 국제수지 개선으로 실업을 축소하려던 국가별 노력이 타국에 실업을 수출하는 결과를 야기했던 것과 같은 ‘근린 궁핍화’로 이어지고 있다. 자국의 백신 보급을 늘리기 위해 주변국 물량이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녹색 전환의 지정학적 문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전환’ 역시 세계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모순에 맞닥뜨린다. 만약 각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기술과 자원을 독점 없이 골고루 이용한다면, 애초 목표대로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룰 수도 있다. 즉, 기술 공유와 보급이 세계적 수준에서 일어나고 녹색 전환과 관련된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유럽 외교위원회 보고서는 녹색 전환에 따른 여러 지정학적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유럽 외교위원회, <유럽 그린 딜의 지정학>(The geopolitics of the European Green Deal), 2021년 2월 3일).

 

녹색 전환에 따른 전면적 구조 변화는 상품과 에너지의 무역‧투자 패턴을 바꾼다. 가령, EU는 2019년 기준 3,200억 유로(약 430조 원)가 넘는 에너지 제품을 수입했다. 또한, 러시아의 대(對)EU 수출 가운데 60% 이상이 천연가스 등 에너지 제품이었다. 녹색 전환 과정에서 이런 흐름이 대거 축소되면 주요 에너지 공급자와 EU의 관계는 재편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형 신흥국인 인도와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 석유 수입국은 유럽과 미국이다. 특히 유럽은 전세계 원유 수입의 약 20%를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는 석유가격 하락과 함께 주요 석유수출국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세계 석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화석연료 생산 및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에너지 전환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 수입 손실과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영국 싱크탱크 <Carbon Tracker>(‘탄소 추적자’)의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향후 20년 동안 40개 산유국에서 화석연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평균 46%(9조 달러, 약 1경 원) 감소할 전망이다. 생산량 감소보다는 가격 하락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저발전 석유수출국 국민을 더 굶주리게 할 뿐만 아니라 정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 녹색 전환은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코로나 백신 보급과 마찬가지로 이들 저발전 산유국에서 녹색 전환 비용은 정부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감당할 수가 없고, 관련 기술 또한 보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저소득 국가가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결국 이런 곳에서는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탄소 저감 조치를 할 수 없게 되고, 계속 화석연료와 탄소 발생 산업을 유지하면서 생존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탄소국경세’ 문제도 무게가 작지 않다. 탄소국경세는 EU가 수입하는 제품 가운데 EU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탄소국경세 도입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유럽 기업이 (해외 경쟁사들은 부담하지 않는) 규제 관련 비용을 떠안게 되면 국내외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력이 없는 저발전 국가는 이 탄소국경세 때문에 더욱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들이 유럽에 수출하는 원자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메커니즘은 저발전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본격화하는 자원경쟁

 

한편, 녹색 전환 과정에서 태양전지‧풍력터빈‧리튬이온전지‧연료전지‧전기자동차 등의 제조에 필요한 광물과 금속 수요가 급증하며 새로운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2011년 EU 집행위원회는 3년마다 갱신하는 중요 원자재 목록을 작성했다(미국, 일본, 호주도 유사한 목록을 만들었다). 작성 당시 목록에는 첨단‧녹색산업 관련 중요성, 희소성, 공급 차질 위험성 등을 이유로 치명적이라 판단한 27개 소재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가장 중요한 원자재 생산국이자 사용자다. 바로 ‘희토류’다.

 

디지털 시대에서 반도체는 화석연료 시대의 석유가 점했던 역할과 지위를 차지하는데, 그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이 희토류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반도체 안보자산화’는 반도체 생산기술과 시설 문제만이 아니라, 핵심 원료인 희토류 공급에 대한 안보자산화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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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일보>, <스태티스타>]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지난해 기준 4,400만 톤으로, 전세계 희토류(1억 2,000만 톤)의 37%다. 반면,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희토류 산화물 기준으로는 70%)에 달한다. 중국이 다른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희토류를 채굴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은 기술과 금융에 대한 접근, 표준 설정 및 주요 원자재 관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전기차와 해상 풍력터빈에 필요한 일부 희토류의 50~90% 이상을 통제한다.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반도체를 비롯해 녹색 전환에 필요한 핵심 산업과 자원을 안보화하고 이를 확보하는 국제적 쟁탈에 나서고 있다.

 

 

 

국제관계의 혁명적 전환이 있어야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발생을 줄이는 것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지구적 차원에서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하고, 기후위기 대응도 지역‧국가 수준에 그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후발 자본주의 국가, 특히 탄소경제 기반의 저발전국은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것처럼 녹색 전환 기술과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앞으로도 계속 탄소 발생 산업을 유지‧확대하며 살아가야 한다. ‘저발전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에서 20%의 국민이 접종할 물량을 확보하겠다’던 ‘세계 백신 공동 분배’(COVAX, ‘코백스’) 프로그램의 실패가 보여주듯, 유럽과 미국 등이 원활하게 녹색 전환을 이루더라도 탄소산업에 의존해 살아가던 국가들이 여기에 뒤처지거나 아예 전환을 포기한다면 지구적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한다.

 

과연 서구 선진국이 코로나 백신과는 다르게 녹색 전환 비용과 기술을 아무 대가없이 저발전 탄소경제 국가에 넘겨줄까? 아니면 녹색 전환 기술과 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설 것인가? 오늘의 현실을 보면 너무도 자명한 질문이다. 미‧중 대결과 코로나 백신 보급에서 나타났듯, 녹색 전환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의 독점, 저발전국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강화를 통해 녹색 전환 산업의 독점적 이익을 보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국제 관계와 협정, 관행, 방식대로라면 과연 지구에 무엇이 남을지 분명히 해야 한다. 녹색 전환을 목표대로 이루려면 새로운 무역과 투자 관행(협정), 금융 및 기술 지원의 새로운 모델, 그리고 보다 일반적으로 보자면 제국주의적 강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전환을 장려할 국제관계에 대한 새로운,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낼 접근이 필요하다.

 

 

 

 

고열과 기침을 동반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세계는 1년이 넘는 투병생활을 (아직 확실하지도 않지만, 재유행이 더 발생하지 않고 백신의 집단면역력이 형성된다면) 이제 청산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기에, 체질개선은 물론이고 그동안 지독하게도 불결하게 살았던 생활환경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술과 담배는 지천에 널려 있다. 다시 술 담배를 입에 대는 순간 또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어느덧 손은 버릇인 듯 습관인 듯 술을 찾아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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