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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변혁당 6차 총회

 

 

<정세전망>

 

2021년,

누구의 희생으로

누가 회복하는가

 

대안의 각축전 속,

사회주의 깃발을 세우자

 

 

정책위원회

 

 

* 이 글은 변혁당 6차 총회에 제출된 <2021년 정세전망>을 대폭 압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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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본주의,

위기와 불평등을 키우다

 

2021년에도 코로나 종식은 어려워 보인다. 감염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저개발 국가 백신 보급 한계’ 등의 이유로 연내 세계적 차원의 집단면역 형성이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부유한 나라가 백신을 독점하고 약소국은 배제되면서, 이른바 ‘백신 제국주의’가 코로나 종식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경제 회복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지난 2020년 세계 주요국은 경제위기에 대응해 GDP의 약 12%에 달하는 확장재정에 나섰는데, 여기에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은 제로금리와 더불어 부실채권까지 매입하는 공격적 자산매입을 통한 유동성 확대로 경제 붕괴를 틀어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경제 활력이 되살아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은 2021년에도 지속할 것인데, 이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존재하던 ‘기저질환’인 부채위기를 심화하면서 이른바 ‘좀비기업’ 혹은 한계기업(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의 부실을 키울 것이다. 막대한 유동성으로 자산시장 거품은 불어나지만, 실물경제 악화가 지속하면서 위험의 폭은 더욱 커진다.

 

지난 2020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대거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올해는 그 기저효과로 주요 기관들이 플러스 성장을 전망하지만, 코로나 확산을 거치며 자산과 고용 불평등이 극심하게 벌어지는 양상 역시 뚜렷하다. 앞서 언급했듯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천문학적 자금이 자산시장에 흘러 들어가면서 부유층은 주택가격 상승과 주식 등 자산가격 등귀로 막대한 이익을 누렸지만, 저소득‧빈곤집단은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거나 일자리를 잃고 식량 배급소 앞에 줄을 서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코로나 이후 ‘녹색자본주의’를 통해 고질적인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단기적으로는 재정‧통화 측면에서 유동성 공급으로 기업 도산을 막고, 중장기적으로는 환경과 디지털 분야에서 신산업을 육성해 신규 이윤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미국, 중국, 유럽 너나 할 것 없이 향후 몇 년간 디지털-비대면 산업과 저탄소 경제(특히 전기차와 에너지 부문) 구축에 수십~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지구 살리기’라는 명분과 ‘자본주의 살리기’라는 실제를 모순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누구의 희생을 대가로 누구의 이익을 지켜주는가’ 하는 문제가 이 부문에서도 첨예하게 떠오를 수밖에 없다.

 

 

 

패권과 군비경쟁,

멀어지는 평화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신정부가 들어서며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무역을 비롯한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대만‧홍콩‧위구르 문제 등)와 군사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부처 장관 후보자들은 일제히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글로벌 리더 미국의 복원’을 내세우는 바이든 신정부는 전통적인 동맹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당장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바이든 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신설 특별직 “인도태평양 조정관”(이른바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은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의 주요 7개국(G7)에다 호주‧인도‧한국을 더한 ‘민주주의 10개국’(D10) 같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미국의 중국봉쇄전략은 미‧중 패권경쟁을 가속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도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바이든 정부에게 북핵 문제는 중국봉쇄전략의 종속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데,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이 제어된다면) 미국으로선 북핵을 방치하면서 미국의 동북아 패권 유지에 유용한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북핵을 구실 삼아 중국을 압박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고 군사적 패권을 강화해왔다. 게다가 북한 역시 올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핵 무장력 강화’와 ‘자력갱생’을 주장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없이 관계 개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북‧미 관계 개선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한미동맹체제에서 운신의 폭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정부가 ‘인도주의적 협력’을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를 ‘비본질적인 문제’로 여기며 해법의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적대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간주하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큰 규모로 국방비를 증액(향후 5년간 300조 원가량을 더 투입한다)하는 등 남북 모두 군비 증강을 계속하면서 평화의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부채와 구조조정 위기

 

한편, 한국자본주의는 지난해 ‘세계 각국보다 선방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세계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불균등한 회복과 불평등 심화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소득 하위 10%의 1~3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2%, 25.5%, 17.0%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10%는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는데, 이에 따라 소득 격차는 더욱 심해진 동시에 고용 역시 대면 서비스 업종과 임시‧일용직 등에서 크게 줄면서 앞으로 불평등이 지금보다도 악화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자산 격차도 극대화하고 있다. 대규모 유동성은 한국에서도 주가와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코스피가 연초 3,000선을 돌파하는 한편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연간 기준으로 5.36% 상승하며 2011년(약 6%)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정을 심화하고 자산시장에서 소외된 수많은 이들의 박탈감을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번이 넘는 주택정책을 발표했지만 동시에 투기를 불러오는 주택공급정책을 추진하는 등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빚을 지고서라도 주택시장에 뛰어드는 ‘패닉 바잉’을 야기했다.

 

이러다 보니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을 갱신했다. 노동소득으로는 안정적인 미래를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극적으로 나타났다. ‘현금부자’가 아니고서야 이들이 자산매입에 투입하는 재원은 ‘대출’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2천조 원에 육박해 한국 GDP 총액(약 1,919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2008년 대공황 당시 미국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분의 40%가량이 2030세대의 대출로 알려져 있는데, 빚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소득 증가는 정체하면서 부채 위기의 뇌관이 되고 있다.

 

기업의 부채 위기와 구조조정 역시 가속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기업 부채 문제는 한국에서도 심화하고 있었는데, 2020년을 경과하며 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에 직면했다. 이와 더불어 작년 경제위기로 항공(아시아나, 이스타)-자동차(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조선(대우조선, 한진중공업) 등 기간산업이 잇따라 경영위기나 매각, 구조조정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와 산업은행은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기업을 생존시키고 그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 뒤 민간 자본에 재매각하는 방식을 고수‧반복하고 있는데, 이렇듯 기간산업 구조조정에서의 ‘손실의 사회화-이익의 사유화’는 올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경제위기에서 정부여당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쳤지만, 실체를 보면 꾀죄죄할 따름이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한국이 코로나 대응에 쏟은 재정 지원은 GDP 대비 3.5%에 그쳐, G20 평균인 6.6%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캐나다 12.5%, 미국 11.8%, 호주 11.7%, 일본 11.3%, 영국 9.2%, 브라질 8.3% 등과 비교해 보라). 반면 기업 지원에는 대대적으로 나섰는데, 각종 대출을 비롯한 기간산업 안정기금 등의 공적 자금을 쏟아부으면서도 고용 유지를 강제하지 않는가 하면,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을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디지털‧바이오‧미래차 등 ‘신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한 재벌 대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자본을 위한 규제완화를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또한 기후위기를 의식해 이른바 ‘그린뉴딜’을 내걸었지만, 이는 생태 친화적 체제 전환이 아니라 ‘기업‧성장 중심’이라는 기조하에 성장주의‧시장주의 방식으로 환경조차 자본의 이윤 창출 공간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은 지난 12월 역대급 노동개악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노조 임원‧대의원 자격 제한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등이 골자). 개악 노동법을 활용한 공세는 곧바로 나타났는데, 올 1월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은 위기에 봉착한 쌍용차에 대해 ‘노조가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흑자 전환 전까지 쟁의행위 중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단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개 협박했다. 이렇듯 이미 통과시킨 노동개악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대노동 공세가 펼쳐질 텐데, 특히 구조조정 혹은 공적자금 투입 사업장이나 노조가 취약한 곳 등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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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대안,

‘세력’으로 입증하자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경제위기와 불평등 확대 문제의 해결을 둘러싼 다양한 대안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진보정당은 근본적 변혁을 위한 대안(가령 재벌-기간산업 국유화 등)을 회피한 채 부유세 도입이나 전국민 고용보험 등 부분적 민생구제책을 주요하게 내놓는다. 이와 동시에 기본소득제가 부상하고 있는데, 기본소득당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재명이 논의를 주도하면서 국민의힘조차 1호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는 등 미래 경제에 관한 화두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실업과 불안정노동의 유지를 인정하면서 ‘복지 통폐합과 현금 지급으로의 전환(필요한 서비스를 공공이 제공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을 야기해 결국 자본과 지배세력에 유리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슈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지금과는 다른 대안적 삶이 필요하다’는 대중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 그 자체의 산물이며, 대안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 곧 사회주의임을 제시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단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해 정부가 확장재정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방향은 전형적인 ‘손실의 사회화-이익의 사유화’다. 이에 국가 개입의 계급성을 비판하면서, 가령 △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국방비 대폭 삭감-불로소득 환수-민중을 위한 확장재정 △ 공적 자금 투입 기업 등 기간산업 (매각 반대 및) 국유화-민주적 통제 △ 생태적 전환과 연계한 국가책임 일자리 보장 △ 불로소득 환수-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주택‧토지의 탈상품화(공공재화) 등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한 정권과 자본의 경제‧노동정책에 맞서, 체제전환적 구조변혁안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투쟁주체를 형성하며 운동을 조직할 때다. 한국사회 구조변혁을 위한 대안적 투쟁과 담론의 조직화는 모두 사회주의 대중화로 연결된다. 이 활동의 성과로 사회주의를 대중 앞에 정치적 대안으로 내놓고, 대선이라는 정치적 계기 속에 세력으로 스스로를 내세우면서, 그 성과를 사회주의 대중정당으로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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