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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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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럼프 이후의 미국과 세계


바이든 정부의 

미국 세계전략,

그 향방은?


장혜경┃정책위원장



바이든이 이끄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트럼프 정부와 무엇이 같고 다를까? 미국이 세계 제일의 패권국이자 한반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동맹 복원과 다자주의로 

미국 우선주의 관철


트럼프가 전임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뒤집었듯이,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책 뒤집기에 나설 것이다. 이미 바이든은 트럼프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을 공식 취임일(2021년 1월 20일) 당일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혔다(1호 공약).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도 문제 삼았다. 바이든은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을 강제 격리한 트럼프 정부의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이들을 재결합시키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취임 첫날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란이 약속을 준수한다면 핵 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도 밝혀, 트럼프가 파기한 이란 핵 협정(2015년 오바마 정부 주도로 체결한 합의.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미국과 유럽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약속)에도 복귀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동맹국에 요구했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과 일방적으로 퍼부은 관세 부과도 멈출 것으로 보인다. 당선 확정 직후 바이든은 세계무역 기조로 “징벌적 무역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렇듯 바이든이 처음부터 트럼프 정책 뒤집기에 나선 것은 바이든 신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동맹의 복원’과 ‘다자주의’(여러 나라가 같은 이해를 갖는 국제 문제에 협력해서 대응하는 것)를 통해 미국의 권위를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11월 7일(현지 시각) 대선 승리 연설에서 “미국의 정신을 되살리겠다, 미국이 전세계의 등대라고 믿는다,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코로나와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힘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 세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흔들었던 동맹 관계를 원상 복구하고 기후위기 같은 지구적 이슈를 선도하면서 글로벌 협력의 리더 자리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대외정책에는 트럼프 정책 뒤집기만 있는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통상정책의 경우, 바이든은 “미국 내 제조”(Made in America)와 “미국산 구매”(Buy American) 등 ‘미국인에게 이익이 되는 노동자 기반 통상정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국 중심 통상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통상정책과 연결해서, 기후와 환경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의 탄소집약적(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는 뜻) 상품에 탄소조정세나 쿼터(수입물량 제한)를 부과한다고 공약했다. 즉,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대미(對美)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은 트럼프가 내세웠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환경 의제를 통상이슈로 부각시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결국, 바이든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 역할을 되찾기 위해 동맹을 복원하고 다자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는 쇠퇴해가는 미국의 세계 헤게모니를 복원하려는 시도인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누르는 것이다.



중국 봉쇄

: 방식만 달리한 채 

유지할 것


바이든에게도 ‘중국 봉쇄’는 대외정책의 핵심이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이 현 세계자본주의의 주요한 특징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후보 시절 시진핑을 가리켜 “뼛속에 조금도 민주적 자질을 갖고 있지 않은 인물”이자 “위구르족 1백만 명을 재교육 캠프로 보낸 폭력배”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과 홍콩 문제 등을 매개로 트럼프 정부보다 더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것임을 시사한다.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전쟁의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용품 등에 대한 관세는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기존에 부과한 관세를 아예 철회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트럼프처럼 일방적으로 하기보다는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불공정행위’(기술 탈취와 국가 보조)와 인권‧환경 문제를 내세워 압박할 것이다. 일부 제재는 풀겠지만, 중국의 국가전략인 <중국제조 2025>(중국이 주요 첨단 제조업에서 세계적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를 무력화하기 위해 중국기업의 성장을 막는 제재는 유지할 것이며, 군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 역시 지속할 것이다.


이미 바이든은 중국이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1에 대해 바로 견제에 들어갔다. RCEP 출범 직후 바이든은 “중국이 아닌 다른 민주 국가들과 협력해 미국이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무역질서에서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추진했지만 트럼프가 탈퇴했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바이든의 공약에서도 확인된다. 바이든은 취임 1년 안에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정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 회의는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국가들에 대처할 공통의제를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그 ‘위협 국가’는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로 불리는 곳들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2017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처음으로 ‘적’이라 규정한 것과 유사하다. 다만 ‘동맹국들과 연대’해서 중국을 고강도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미국 민주‧공화 양당 사이에 이견이 없다. “현재는 미‧중 간 패권경쟁으로 인한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 GDP에서 미국은 25%, 중국이 16%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 중국경제가 성장할 경우 2030년 이후 중국경제가 미국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 시기)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 무역갈등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닌 세계패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본주의에 기반한 두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갈등과 대립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은 패권국으로서 중국의 부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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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 국방부 홈페이지]



바이든 정부에게 

한반도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은 어떨까? ‘동맹 복원’이라는 대외정책 기조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미 바이든은 ‘주한미군 철수 반대,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를 입장으로 밝혔다. 11월 18일 미 하원은 민주당이 주도한 두 건의 한미동맹 결의안3을 통과시켜, 출범 전부터 바이든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처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이나 ‘주한미군 철수’를 남한 정부에 대한 협박카드로 활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미 관계 개선 전망은 밝을까? 바이든은 선거기간 중 트럼프가 추진한 북‧미 정상회담을 ‘가장 실패한 외교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 시기에 “북한의 능력은 더욱 강해”졌고 “트럼프 덕분에 잔인한 독재자 김정은은 더 이상 세계무대에서 고립된 부랑아가 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김정은을 “폭력배(thug)”라고도 불렀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겠다면서 “제재 완화에 앞서 북한이 중대한 핵 폐기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처럼 보여주기식 헛된 만남이 아니라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김정은이 북한의 핵 능력을 감축하는 데 동의한다면” 만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이런 바이든의 발언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북한 정권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해 제재 외에는 일부러 별다른 조치 없이 기다린다는 것)와 유사하다. 또 ‘원맨쇼가 아니라 외교절차에 따르겠다’며 트럼프의 북‧미 회담을 비판했기 때문에, 대화 방식도 (정상 간 만남보다)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쪽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물론 아직 대북정책을 구체화하지 않은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것이라 단언할 순 없다. 오바마 정부 때와 달리, 2017년 이후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핵 군사력을 증강했다. 게다가 전략적 인내의 중심축이었던 ‘중국을 지렛대로 한 대북 압박’이 미‧중 갈등 심화로 오바마 정부 때보다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핵 군사력 강화를 가져온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된 바 있으며, 2018년 남북-북‧미 대화를 경과하면서 한국에서 평화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남한과 북한, 그리고 한반도 주변국(중국, 일본, 러시아)의 대응이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관계 개선을 낙관하긴 힘들다.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은 그 기술적 완성도가 검증되지 않았고, 북한의 미 본토 공격이 제어된다면, 바이든 정부 역시 북핵을 방치함으로써 미국의 동북아 패권 유지에 유용한 명분으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오바마 정부 때보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 흐름이 더욱 강해진 만큼 바이든 신정부에겐 중국을 막는 일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대중국 정책의 종속변수로 취급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미국 대외정책 1순위가 ‘중국 억제’인 만큼, 중국 포위를 위해 경제‧정치‧군사적으로 남한을 동원하려는 압박 역시 강화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경제적으로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구상한 경제 블록)를 통해, 군사적으로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동맹체)의 확대를 통해 중국을 압박했듯, 바이든 정부 역시 (똑같은 형태는 아닐지라도) 동맹국을 동원해 중국을 압박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남한이 미‧중 패권경쟁의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 패권경쟁 시대 한가운데 놓인 바이든 신정부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와 아세안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올 11월 15일 출범.


2 김정주, “코로나 사태 이후 자본주의와 대안사회”, 변혁당 경기도당 정치학교(2020년 10월 31일) 발표문.


3 “한미동맹의 중요성 및 한국계 미국인의 공헌 평가” 결의안(809호)과 “한국전쟁 이래 한미동맹의 상호 호혜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으로의 역사적 전환 평가” 결의안(10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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