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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 혐오랑 거리두기!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



이태원 발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한국 사회 성 소수자 혐오가 재조명됐다. 언론엔 바이러스와 상관없는 사실들이 보도되고,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그대로 담은 댓글들이 달렸다. 한편, 번화가 클럽을 가기 위해 줄 선 청년들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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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진: 대학 성 소수자 연합동아리 QUV, 성 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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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사회변혁노동자당 이대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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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무: 인천대학교 성 소수자 동아리 운영진



Q. 이번 이태원 집단 감염 사태의 대응에서 어떤 점이 성 소수자 차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리: 재난문자가 올 때 이태원 발 확진자는 거주지, 나이, 성별이 다 나와요. <YTN>은 클럽 내부 영상을 내보냈더라고요.


기진: 저도 언론. <국민일보>가 ‘게이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잖아요. 어떤 클럽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데 너무 악의적이었죠. <국민일보>에서 반(反)동성애 기사를 많이 쓰던 기자인데, 그 헤드라인을 다른 언론도 보도하면서 혐오가 걷잡을 수 없게 됐어요. ‘성 소수자 집단이 문제다’ 이런 식으로요. 지자체 재난문자도 너무 개인정보를 밝혀서 시민들한테 뿌렸잖아요.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 장소만 알면 되는데 ‘26세 어디 거주하는 누가 다녀갔다’고 문자를 풀어버리고.


미리: 재난문자 때문에 특정당하신 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이 아우팅(본인 동의 없이 성 정체성이 공개되는 것) 걱정으로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태원 지역 방문자 모두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겠다는 도지사도 있었고, 퀴어 연예인이 검사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진: 아우팅 우려로 검사를 안 받을 수 있으니 아우팅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그 여론이 방역당국에 영향을 준 것 같아서 그 순간에는 희망이 보였어요. 익명검사 도입이 중요한 계기였다고 보는데, 그 이후로 성 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는 비율이 눈에 보일 정도로 늘었거든요.


미리: 검사를 받지 않는 일부를 두고 ‘게이들이 문제’라며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우팅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많은 성 소수자 단체에서 이태원 방문자에게 꼭 검사를 받으라고 권하고 있는데도요. 코로나가 우리 사회의 약한 지점들을 다 드러내는 것 같아요.


기진: 코로나에 걸린 게 잘못도 아닌데, 인과응보라는 식으로 한 사람의 행동을 비난하는 건 방역에도 도움이 안 되죠. 가족, 사회, 직장 어디서도 성 소수자성을 편히 드러낼 수 없으니 이태원에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 사용해 왔던 건데, 그것도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고요.


미리: 클럽을 열질 말든지.


일동: 맞아.



Q. 이태원 발 코로나 전후로 다른 유흥시설에서의 코로나 감염 사례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가장 심했던 시기에도 왜 클럽 같은 시설들은 강제로라도 운영 중지가 불가능했을까요?


미리: 모르겠어요. 음모론 같은 것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웃음)


기진: 정부가 한발 늦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총선이 안전하게 진행되고 나서 정부가 뿌듯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도 방심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거죠. 차별과 혐오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다시 정상화할 수 있을지만 몰두한 게 문제죠.


하무: 맞아요. 재난문자도 다른 때와 달리 업소명까지 나오는 걸 보고 당황스러웠어요.



Q. 그간 감염자들의 불필요한 정보(성별, 나이, 직업 등)와 방문 장소‧동선 등이 국가에 의해 공개돼 ‘감염병 예방과 무관한 개인정보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요?


기진: 최근 들어 심해진 것 같은데, 인천 학원강사의 경우 학원 이름과 출신학교, 택시번호가 다 노출되잖아요. 부천에서는 베트남 분이 이태원 클럽 다녀오셨는데, 베트남 국적을 굳이 재난문자로 뿌리기도 했고요. 베트남 사람이라는 게 왜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사회: 저는 동선 공개가 너무 무서웠는데, 만약에 제가 걸렸다면 정말 ‘SNS에서 처형되겠다’ 싶었어요. 개인정보나 알 권리에 대한 고민 없이 다 공개되는 느낌이에요.


미리: 인권위에서 이태원 발 코로나가 퍼지기 전에도 개인정보 공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다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재난문자가 불필요한 정보 없이 보내져야 하지 않을까.


하무: 특정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문제예요. 마치 확진자 잘못으로 코로나가 퍼지는 것처럼 말하고, 직장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죠. 방역 당국에서 설득해야 할 일이었는데 소홀한 것 같고요.


기진: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공개할 수 있는지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은 ‘일단 공개’인 것 같아요. 확진자, 접촉자 동선을 추적하는 것도 기지국 수사랑 카드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하는데 그 정보를 공개해버리니까, 사생활 침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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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전히 성 소수자 혐오가 팽배하지만, 성 소수자에 대한 가시화는 확실히 더 많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슈가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진: 혐오나 차별이 표현되는 것도 늘어난 것 같아요. 저는 애인이랑 평소에도 손을 잡고 다니는데 이전보다 더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요. 이태원 킹클럽이 계란 투척 받았다고 하잖아요. 나중에라도 퀴어문화축제를 하면 그런 혐오가 더 많이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미리: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성 소수자 차별 발언을 많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례가 많아질 것 같아요.


하무: 저도 이번에 너무 많이 봤어요. 하루에 수십 개씩. 제 친구가 숙대 입학 관련해서도 트랜스 혐오 발언을 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거든요. 이태원 건도 터지자마자 ‘없던 편견도 생길 것 같다’고 하길래 한참 얘기를 나눴어요. 우리 주변에서 혐오 발언을 발견하면 토론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미리: 대화를 하다 보면 ‘아, 차별 발언할 것 같다’ 싶은 낌새가 보여요. 좀 참담하긴 한데, 왜 그 발언이 차별적인지 말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하무: 커뮤니티에 많은 성 소수자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운영진으로서 커뮤니티 내에 공지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쓴 건 ‘우리에겐 당신을 도와줄 창구가 있고,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라’는 점이에요.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성 소수자 혐오를 없애고 당신의 안전한 삶을 위해서’라는 걸 전달하려고 노력하죠.


기진: 이번 기회로 질병관리본부나 정부에서 성 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했으면 좋겠어요. 수면방이나 찜방 같은 경우에도 이게 ‘문란한 공간’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여기서 질병이 걱정된다면 보건의료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고 관리를 하면 돼요. 이전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던 성 소수자의 공간을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죠.



Q.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청년들의 문화도 방역과 조화를 이뤄야 할 시점’이라며 “20대 열정 접어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주류 언론도 ‘20대가 젊고 활발한 사회활동과 교류로 감염률이 높으니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진: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으면 청년들과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들도 정부에 할 말이 없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데,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각 대학의 문제’라고 선 그어버리고. 질본 탓은 아니지만, 우리도 할 얘기는 있다는 거죠.


하무: 사실 출근 때 지하철 타는 일상에서 운 나쁘면 얼마든지 걸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청년 감염자 중에) 매주 수원에서 인천을 오가며 일하시는 분이 있는데, 자가용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 청년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없어요. 집도 자기 혼자 소유하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자취방은 좁고.


기진: 재난지원금도 세대주에게 주는데, 세대주인 청년이 얼마나 있겠어요. 계속 신청하라고 문자가 왔는데 참 답답해요.


미리: 20대가 왜 욕을 먹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책결정권자도 아닌데.



Q. 마지막으로, 오늘 느낀 점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미리: 간만에 사람이랑 얘기하는데, 안전한 환경에서 얘기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 사람이 혹시 성 소수자 혐오하는 사람인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진: 최근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딱딱한 정보 위주로 얘기할 수밖에 없어서 머리가 무거웠는데, 오늘은 제 얘기를 좋은 분들과 해서 너무 편했습니다.


하무: 무엇보다 20대로서 얘기를 나눠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좋았어요.


사회: 가장 묻히는 목소리가 젊은 사람들이나 소수자 목소리인데, 저희 당 기관지에 소수자 목소리가 실리는 것이 너무 뜻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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