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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전쟁을 내란으로

-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전야


레닌전집 읽기 모임



“이백만의 프롤레타리아를 ‘웰탄’ 요새에서 XX한

그놈들의 XX행위는 악학惡虐한 수단은

‘스파르타키스트’의 용감한 투사

우리들의 ‘칼’, ‘로자’를 빼앗었다.

제1의 동지는 뉴욕 사크라멘트 등등지에서 수십층 사탑死塔에 폭탄세례를 주었으며

제2의 동지는 핀란드에서 살인자 미국의 상품에 대한 비매동맹非買同盟을 조직하였고

제3의 동지는 코펜하겐에 아메리카 범죄자의 대사관을 습격하였으며

제4의 동지는 암스텔담 궁전을 파괴하고 군대의 총 끝에 목숨을 던젔고

제5의 동지는 파리에서 수백명 경관을 XX하고 다 달아났으며

제6의 동지는 모스크바에서 치열한 제3인터내셔날의 명령하에서 대시위운동을 일으키었고

제7의 동지는 도쿄에서 XX자의 대사관에 협박장을 던지고 갔으며

제8의 동지는 스위스에서 지구의 강도 국제연맹본부를 습격하였다

(그때의 그놈들은 한 장의 200냥짜리 유리창이 깨여진 것을 탄식하였다 ― 눈물은 염가다)

오오 지금 세계의 도처에서 우리들의 동지는 그놈들의 폭압과 XX에 얼마나 장렬히 싸워가고 있는가”


- 임화, <담(曇) 1927 - 작코, 반젯틔의 명일(命日)에> 중



혁명의 근본 문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레닌은 망명지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를 집필했다. 생산의 집중과 독점, 이로 인한 금융과두제와 자본가 연합의 출현 과정을 분석하며 제국주의의 동학을 살폈다. 레닌은 당시 자본주의 발전 단계를 결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를 ‘독점’이라 했다. 이로부터 벌어진 제국주의 전쟁은 곧 자본가 연합과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 벌어지는 식민지 영토 분할 전쟁이었다. 전쟁 시기 레닌은 ‘자국 정부의 패배’와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하자’는 슬로건으로 집약된 “혁명적 패전주의”를 주창하며 혁명의 근본 문제, 즉 제국주의 체제 전복은 개량을 통해 달성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일본인이 미국인들의 필리핀 합병을 비난한다고 가정해보자. 묻건대, 그것이 필리핀을 합병하려는 자기 자신의 욕망에서가 아니라 모든 합병에 대한 증오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일본인의 합병 반대 ‘투쟁’은 그가 일본의 조선 합병에 반대하여 들고 일어설 경우에만, 일본으로부터 조선이 분리할 자유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성실하고 정치적으로 정직한 것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9장 “제국주의 비판”, 203쪽



남한은 제국주의 국가인가


일제 강점기와 민족해방운동, 한국전쟁, 군사 독재,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거친 21세기 남한 사회를 보자. 남한 독점자본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 <포춘>지가 선정한 2019년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남한 자본의 점유율은 7위다. <포브스> 선정 글로벌 2000대 기업에서는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2018년 발표한 보고서(<재벌로의 경제력집중>)를 보면, 2017년 기준 남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대 재벌의 자산 비중은 100.3%에 달했다. 기업 평가 업체 <CEO스코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한 상위 10대 기업의 2017년 매출은 6,778억 달러였는데, 이는 당시 남한 GDP의 44.3%에 달한다. 같은 조사에서 일본은 24.6%, 미국은 11.8%였다. 남한의 경우 특정 소수 독점자본의 비중이 다른 제국주의 국가보다 더 큰 상황이다.


1990년대 IMF 위기를 거치며 남한 독점자본 다수는 외국 자본과 동맹을 맺었다. 그 결과 해외 자본이 남한의 은행이나 주식 등을 대거 매입하며 외국인 지분이 증가했지만, 이는 남한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세계화’의 일반적 특징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제국주의 자본이 남한 경제를 지배한다’고 주장하지만, 남한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여전히 소수 재벌이 지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에 따르면, 2016년 남한의 전체 고정자본 형성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는 2.6%에 불과하다.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잔액은 13%로, OECD 국가 중 밑에서 세 번째일 뿐이다. 이는 외국 자본에 대한 시장개방으로 세계화에 합류한 것이 결과적으로 남한 독점자본의 경제적 종속이 아니라 강화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레닌은 제국주의 분석을 통해 서유럽 노동운동 및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우익화가 식민지 민중에 대한 초과착취를 통해 지배계급이 유럽 노동계급의 상층부를 매수했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엥겔스가 1880년대 영국의 ‘귀족화된 노동자들’에 대해 논했던 것을 서유럽 노동계급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킨 것이었다.… 제국주의 시대 서유럽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노동계급의 핵심부가 매수됐다면 세계 사회주의 혁명은 대체 무슨 수로 가능한 것인가?… 러시아에서 혁명은 여전히 민주주의 혁명의 성격을 띨 것이지만 모든 나라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제국주의 시대에 그것은 유럽, 나아가 세계 사회주의 혁명과 뗄 수 없는 단일한 과정으로 구성된다.”


- “옮긴이 후기”,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230~233쪽


레닌이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에서 표현한바 제국주의적 독점체가 국가기구와 합체되는 자본주의 최고 발전 단계의 대표적 사례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습을 띤 남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정하게 남한 사회를 돌아보자. 오늘날 남한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남한은 신(新)식민지 국가인가, 아니면 제국주의 중심부 국가인가?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 냉전의 후유증으로 분단된 한반도 현실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한 고찰을 통해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질서에 맞서 투쟁하는 사회주의자의 실천적 임무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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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가 낳은 프롤레타리아 혁명 전야에서


제국주의 전쟁은 유럽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시험대였다. 기회주의자들에 의해 제2 인터내셔널의 대다수 ‘사회주의’ 정당들은 전쟁에 찬성했고, 이는 곧 정치적 파산을 의미했다. 레닌은 제국주의를 분석하며 ‘생산의 집중’을 강조했는데, 금융자본이 곧 생산의 집중으로 인한 독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단계에서 생산의 사회화를 광범위하게 앞당기지만, 생산수단에 대한 전유는 더욱 사적인 형태로 남아있다.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 사이의 모순이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부터 ‘사회화’에 대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이다. 레닌에 따르면 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 독점자본주의, 제국주의 등으로 형태를 바꿔 진화하면서 고전적 의미의 ‘자유경쟁’ 자본주의 시대는 지나갔다. 따라서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최고, 최후 단계이며 이는 곧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세계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전야인 것이다.


자본주의의 ‘약한 고리’에서 혁명이 시작된다고 했던 레닌은 러시아 혁명을 단순히 세계 혁명의 서곡이 아니라 불가분한 구성으로 인식하며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교훈을 되새겼다. ‘약한 고리’가 낳은 혁명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진국의 프롤레타리아트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혁명과 식민지 민족해방 투쟁의 연쇄작용, 상호결합을 통한 세계 혁명을 전망한 것이다. 레닌의 전망은 이후 독일 사회민주당의 배신과 독일 혁명의 패배로 이어졌지만, 실제 많은 식민지 민족해방 투쟁을 고무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지가 정치의 주체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상품생산이 여전히 ‘지배적이고’ 모든 경제의 기초로 간주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파괴되었으며 주요한 이윤은 금융 조작의 ‘천재’들에게 돌아가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 금융 조작과 협잡의 토대는 당연히 생산의 사회화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화에까지 도달한 인류의 거대한 진보는 투기꾼들만 이롭게 하고 있는 것…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에 대한 소시민적, 반동적 비판자들이 바로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공정한’ 경쟁으로 되돌아가려고 꿈꾸는 것…”


-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1장 “생산의 집중과 독점”, 42쪽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는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총체적 연구 결과다. 이 책은 정치 체제, 경제 체제에 대한 구체적 접근뿐만 아니라 세계 혁명에 대한 전망을 제공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또한 국가론의 정수 <국가와 혁명>과 함께 제3 인터내셔널의 이론적 토대를 닦았다. 물론 제국주의 전쟁을 내란으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돌파하고자 했던 레닌의 100년 전 문장들을 오늘날 남한 사회 현실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대한 총체적 연구를 통해 실천적 결론을 도출한 레닌의 혁명론은 사회주의 운동이 아직도 뿌리내리지 못한 21세기 남한 사회에 ‘사회구성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시금 논쟁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긴다.


식민지 조선의 예술가로서 독일의 혁명가 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부르크, 1차 세계대전 참전을 거부한 이탈리아 출신 아나키스트 노동자 자코와 반제티의 피살에 분노하며 노래했던 시인 임화를 생각한다. 겉으로는 ‘코로나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사실은 노동자계급을 사회적 대화로 끊임없이 회유하면서도 열사의 분향소를 침탈하고 철거민을 때려눕히고 농성장을 부수는 문재인 정권에 치를 떤다. 어느 이주노동자센터에 적혀있는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생각한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라고 생색을 내면서도, 이주노동자‧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를 차별하는 ‘우리 안의 식민지’를 생각한다. 동시에, 이렇게 차별받는 모든 동지들의 단결을 상상한다. 상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가정과 일터와 지역과 현장에서 멸시당하고 배제당한 당신, 동지가 정치의 주체다!



[함께 읽을 레닌의 글]

- 레닌전집 63권(“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이정인 역, 아고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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