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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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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6.01 13:43

급재난지원금이 가져온 물음들


진영┃충북



“긴급재난지원금 조회는 세대주만 할 수 있대, 한번 좀 해줘.”


5월 초, 가구별 긴급재난지원금 수령액을 조회할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가 문자메시지로 왔다. 어차피 얼마가 들어올지는 언론의 끊임없는 보도로 알고 있었지만, 신나는 마음에 들어가 봤더니 ‘세대주만 조회가 가능하다’는 안내창이 나왔다. 결국 나는 지원금액 조회를 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 동거하던 동지와 혼인신고를 했다. 혼인신고 이후에 서러운 경험은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전에도 있었다. 지난 4월 총선 안내 공보물이 우편물로 왔을 때, 내 이름은 ‘세대주’님 밑에 작게 딸려 적혀 온 것이 생각났다. 서러워서 내가 세대주 해야겠다고, 할 거라고 애꿎은 남편 동지에게 사자후를 질렀다.


그렇다면… 내가 세대주가 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정부가 내세운 ‘가구 단위별 지급’ 원칙 때문에 재난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가 약 7만 건에 달했다고 한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로 인해 가정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세대주와 주민등록에 함께 묶여 있어 지급받지 못하거나, 별거 혹은 이혼소송 중인 가구원 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정상 가족’을 전제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허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가족의 형태나 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개인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럼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하면 충분한 걸까? 남편 동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고 난 뒤 금액을 반씩 나눴다. 2인 가구 60만 원, 둘이 나눠서 각자 30만 원. 적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내가 만약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끊긴 상황이었다면 한 달 동안 가정을 유지하는 데 실상 큰 도움이 되는 액수는 아니었다. 심지어 일회성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들은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이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먼저 충분하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재난지원금 한번 받았는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가구당 지급한 재난지원금 예산을 아득히 뛰어넘는 액수의 돈을 재벌과 기업에 퍼주는 것에 더욱 화가 난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 사회는, 재난 상황에서 ‘정상 가족’에 맞춘 지원이 아니라 위험에 빠진 모두에게 충분한 생계 대책을 제공하고, 기업이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지금이 바로 사회주의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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