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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선거법 개정에 감춰진 것들

사회주의자가 바라본 

선거법 개정


남해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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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가치가 실종된 

그들만의 의석 나눠먹기식 리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거론되었던 비례자유한국당이 실제로 창당준비위를 선관위에 등록했고, 이에 대해 1월 13일 선관위는 ‘비례○○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등장했던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말로만 거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례자유한국당이 현실가능한 것으로 된다면 아마 비례민주당도 등장할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 일어날까? 자유한국당 세력의 꼴통보수식 몰상식만으로 원인을 돌릴 수 있을까?


비례자유한국당을 당당하게 추진하는 자유한국당의 뻔뻔함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들의 주장은 이번에 통과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신들의 의석수를 깎는 것이므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비례자유한국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범여권(4+1)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유한국당의 이런 주장에 빌미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례대표제는 소수자나 계급(직능)의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범여권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늘리지 않음으로써 소수자나 계급의 대표성 제고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게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비례대표제 할당 기준인 3% 득표율을 하향하는 문제도 논의대상이 되지 않음으로써 소수정당의 정치적 권리를 확장한다는 취지도 살리지 못했다. 오직 기득권을 갖고 있는 정당들 간에 의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만 남게 되었다. 이런 마당이니 자유한국당이 그들의 의석을 지키기 위해 비례한국당이라는 꼼수를 쓰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에서 외면당한 

보다 중요한 진보적 가치들


기존 정당들 간에 의석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이번 선거법 개정의 목적이다 보니 유권자들의 정치적 권리를 확대‧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보다 중요한 가치들은 외면당했다. 한국의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에서 해묵은 과제인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는 외면당했다. 정치권에서 선거법 논의가 한창인 2019년 2월에도 ILO(국제노동기구) 전문가위원회는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한국 국가공무원법 65조 등이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이며, 이를 금지하는 ILO 111호 협약 위반이라고 밝혔다. ILO는 과거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징계한 사건과 관련하여 “정치활동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그 어떤 징계도 본 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교사들이 정치적 의견에 기초한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범여권(4+1) 전체는 물론이고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도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실질적인 개혁과제로 다루지 않았다.


정치와 사상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사상을 이유로 정치활동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보안법 철폐도 기존 정치세력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부에 따른 정치적 차별을 철폐하고 정치적 평등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진보적 가치이다. 돈이 없으면 대통령 후보 출마조차 봉쇄당하는 3억 원의 기탁금 제도 등 소수 정치세력의 정치활동을 가로막는 악법 폐지도 논외 사안이었다.



우물은 목마른 사람이 파는 법


이번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기존 제도권 정당들의 현란한 수사와는 달리 그들의 실질적인 정치적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인되었다. 정당과 선거를 포함하는 정치제도에서 살려내야 할 중요한 진보적 가치들에 이들이 목말라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듯이 노동자민중 그리고 소수자의 정치적 권리 쟁취는 그 당사자들이 투쟁으로 나설 때 가능하다. 기존 정치세력들이 대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의 정당 및 선거제도로 인해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제 세력들의 정치적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쟁취, 국가보안법 철폐, 소수 정치세력의 정치활동을 가로막는 악법 제도의 철폐 등을 공동의 요구로 내걸고 연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국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정치제도에서 지켜져야 할 진보적 가치를 옹호해 왔고, 스스로가 억압적 정치제도의 피해당사자이다. 따라서 이 투쟁에 한국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징계당했지만, 당시 민주노동당은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에 근거를 둔 정치적 공격을 받았지만, 진보정당들은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주의 정당은 기존 진보정당들이 외면한 중요한 정치적 가치들을 지키고 그 피해당사자들이 주체로 서는 정당이어야 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이 현재 논의 중인 사회주의 대중화 계획에는 한국사회 구조변혁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마지막인 “노동자민중이 주인된 민주사회”에서 정치제도의 진보적 가치와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과제를 제출할 것이다. 이번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기존 정당들이 외면하고 내쳐버린 이러한 가치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우선 2022년 대선까지 힘차게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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