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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 암살, 

미국의 끝없는 제국주의 공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한다


제리┃학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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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6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에 수많은 군중이 운집했다. [사진: wikipedia]


1월 3일, 미국이 이라크를 방문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 부대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이에 1월 7일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가하며 전쟁위기가 고조됐다. 1월 15일 현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중동지역의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 정부는 솔레이마니가 미국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사전에 제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이라크 침공 때처럼 구체적인 증거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총리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아 입국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짧게는 12월 말부터 계속된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시아파 민병대)과 미국 간의 충돌이 격화한 것이고, 조금 더 길게 보면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협정을 일방 탈퇴하고 제재를 강화하면서 비롯된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암살이 탄핵 정국과 대선에 직면한 트럼프의 도발적 돌파전략이라고 해석한다. 민주당의 탄핵 시도로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트럼프가 지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전쟁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트럼프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민주‧공화 양당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들 또한 (샌더스를 제외하면) 솔레이마니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서 ‘죽어 마땅한 인물이기는 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의도에 휘둘려 이란과의 갈등 고조가 불러올 후폭풍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수준의 비판을 하는 정도다.


그러나 미국 지배자들이 ‘솔레이마니 탓’으로 돌리고 있는 중동의 불안정은 사실 미국이 자초한 것이다.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 모두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작은 2003년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이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공백으로 혼란이 생기자 이라크 내에서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발호했고(후일 IS가 된다), 외부에서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며 지역분쟁에 개입해 대리전을 벌였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키자 미군 철수를 내세운 민주당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중동의 불안은 그대로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개입 축소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보다 저렴한 개입’일 뿐이었다. 이번 솔레이마니 암살에 사용된 드론 공격도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전투병력 대용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는 사우디와 이란, 이스라엘 등의 세력 투사를 방관하며 레바논‧시리아‧이라크‧예멘 등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란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여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기 때문이었다. 즉,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가 낳은 결과물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였으며, 미국은 이를 빌미로 다시 제국주의적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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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1일 아라비아해 주둔 미군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발진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이란 정권에 명분을 준 미국


물론 우리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과 이번 암살을 규탄한다고 해서 이란의 현 정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에서는 친미 전제왕정 폐지를 위해 싸웠던 좌파와 사회주의자들이 호메이니를 필두로 한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축출되거나 처형당했다. 그 이후 이란 정권은 반미를 국시로 하면서도 민중의 저항은 탄압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란에서는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으나, 바로 그 솔레이마니가 책임자인 혁명수비대가 잔혹하게 이를 진압하며 많은 인명 살상을 자행한 바 있다.


그러나 솔레이마니 암살로 오히려 이란 정권이 ‘미국에 맞선다’는 명분을 얻게 됐다. 최근 이란 정부가 자국민이 탑승한 우크라이나 민항기 격추사건의 책임을 인정하며 반정부 운동이 다시 부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이란 방공망을 예민하게 만든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 트럼프가 뻔뻔한 위로를*** 남길 자격이 없는 것이다.



파병은 재앙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책임은 다시금 미국 제국주의에 있다. 이미 이란은 복수를 공공연히 선포하면서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에 나섰고, 미국의 이란 공격에 가담하는 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빌미로 주한 미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한국 정부에 다시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고심하는 눈치를 보이지만 ‘평화’를 명목으로 개입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파병은 전쟁위기만 부채질할 뿐, 결코 평화가 될 수 없다. 이라크에서 지난 20년 가까이 지속한 비극의 역사가 보여준 것은, 무력 공세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덧붙여 한반도 역시 언제든 위기 지역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암살을 통해 자신이 제3국에서도 당국과의 협의조차 없이 적대 인물, 그것도 국가 공인을 얼마든지 살해할 수 있음을 일깨웠다. 이미 주한미군도 공격용 드론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이란 사태를 그저 중동만의 일로 넘길 수 없는 까닭이다.



* 한겨레, <“이란 ‘공격 임박’ 증거 못 봐”… 미 당국자들 트럼프와 ‘다른 말’>, 2020.1.13.

** Monthly Review online, <Dem candidates are critical of Trump’s drone strike… but mostly are criticizing the Iranian general he killed>, 2020.1.6.

*** 중앙일보, <트럼프, '여객기 추락' 분노한 이란 시위대에 이란어 트윗 “美정부 당신들과 함께”>, 2020.1.12.

**** 동아일보, <주한미군 보유한 ‘킬러 드론’, 北 지휘부시설 1m오차로 타격 가능>, 2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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