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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안전, 더 이상 위협받아선 안 된다

KTX 승무원 직접고용 합의 즉각 이행하라


김태희┃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지부장



고객님, 과연 안전하십니까


열차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승차함과 동시에 승무원들이 안전을 책임지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게끔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경우에는 수도권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도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특히 공황장애처럼 갑작스러운 증상이나 통증을 수반하는 지병을 앓고 있는 고객들이 꽤 있어 열차에 탑승하면서 사전에 우리 승무원에게 설명해주고 살펴봐 주길 요청하는 사례도 많다.


만일 그런 분들에게 일이 생기거나 증세가 나타났을 때, 승무원이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저 지시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이 경과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승무원들은 일상 업무뿐 아니라 안전사고 및 이례 사항 발생 시 고객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 가령, 항공 승무원들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기내에서 안전과 서비스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만약을 대비해 안전교육을 분기별로 받도록 하여 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상식적인 얘기다. 그런데, 그 상식이 KTX 열차에서는 당최 통하지 않는다. KTX 승무원은 열차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외면하면 처벌받지만, 철도공사는 한사코 KTX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이유는 하나다. KTX 승무원은 철도공사 소속이 아니라, 여전히 별도의 자회사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직접고용 피하려고 안전을 팔아먹어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코레일관광개발”이라는 자회사에 맡기고 있다. 이렇게 형식상 ‘위탁된’ KTX 승무원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사측은 비정기적이고 비효율적인 동영상 교육이나 인터넷 교육으로 안전교육을 대체하기 일쑤다. 열차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일선에서 가장 먼저 조치를 취하고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마땅히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을 진행해야 하지만, KTX 승무 업무는 어디까지나 ‘위탁된’ 업무이기 때문에 모회사인 철도공사는 안전교육을 담당하지 않는다.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이 철도시설을 이용하여 교육하지도 못한다. 철도공사가 직접 교육을 담당할 경우 ‘실제 사용자는 철도공사’임을 자인하게 되니, 직접고용을 어떻게든 회피하기 위해 승객안전조차 내다 버리는 것이다. 결국,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오로지 ‘비용 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자회사 위탁으로 인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철도공사는 직접고용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KTX 승무원이 열차 운행에 꼭 필요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게 아니라 ‘단순 서비스 업무만 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승무원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승객도 없을뿐더러, 실제로 승무원들은 열차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자회사에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업무 분장에 도리어 제한을 주고 여러 안전사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도록 만든다.


예컨대 어떤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KTX 승무원들은 열차팀장의 지시에 따라 처리한 후 온갖 비난과 질책을 받을 뿐이다. 운행을 마치고 열차에서 내리고 나면 육체적으로도 물론 지치지만, 주체성을 잃은 채 일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정신적으로 밀려드는 자괴감과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들은 공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철도사고 발생 시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업무 또한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열차팀장과 협조해야 한다’라며 안전업무에서 승무원이 차지하는 업무 비중이 작다고 주장한다. 이 허무맹랑한 주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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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철도노조]



지켜지지 않은 약속


1년 전인 2018년 9월 28일, 철도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다뤄온 “철도 노·사·전문가 협의회” 소속 전문가 위원들이 ‘KTX 승무원은 안전업무 대상자이기에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철도공사는 여전히 권고안을 묵살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 삼아 모르쇠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또한 직접고용 정책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


지금도 열차는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사안일주의는 이제 집어치워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있다면, 승객의 생명을 외주화하고 있는 지금의 체제를 어떻게 이처럼 방치하고 있을 수 있는가?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안전’과 ‘서비스’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탁상공론일 뿐이다.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는 안전이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자신의 말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KTX 승무원 직접고용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철도공사 역시 자신들이 직접 따르겠다고 합의했던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지금 당장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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