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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이재용 판결, 재벌체제의 리트머스


이승철┃집행위원장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안심하고 있을까, 아니면 긴장하고 있을까.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재용에 대한 대법원 재판이 오는 4월 열릴 전망이다. 이번 재판은 비단 이재용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국가권력과 재벌의 동맹 △재벌총수 경영세습 △분식 회계와 부정‧비리 등 재벌 적폐의 핵심 사안과 긴밀히 연관된다. 가히 재벌체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리트머스 시험이라 할 만하다.


지난 2017년 8월 25일, 1심 재판부는 이재용에게 뇌물공여와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횡령, 위증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 국외 도피와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뇌물공여와 횡령 중 일부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그를 풀어줬다. 1심과 2심 판결이 달라졌기 때문에 대법원은 이 사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부쳤고, 이제 14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 14개월 사이에 이재용 재판을 둘러싼 상황은 급격히 요동쳤다.



이재용을 불안하게 하는 것들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첫째는 박근혜 항소심이다. 지난해 8월 24일 서울고등법원은 박근혜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높아진 형량이었다. 그 이유는 이재용에게 받은 뇌물 액수가 1심이 판단한 73억 원보다 늘어나 87억 원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재용이 자신의 1심 재판에서 89억 원 뇌물혐의로 법정 구속됐다가 2심 재판에서 36억 원으로 줄어들며 집행유예로 풀려난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판결이었다. 아마도 판결을 들으며 박근혜보다 이재용이 더 놀랐을지도 모른다.


둘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다.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을 대폭 낮춰주며 내세운 주장은 바로 ‘경영권 승계작업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이후 2018년 7월과 11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며 대표이사와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등 제재 처분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이재용 경영세습에 필수적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2015년)을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준 결정적 조치였다.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삼성에 경영권 승계 현안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준 근거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이재용 면죄 작전’을 떠받치던 두 개의 기둥, 즉 ‘뇌물액 축소’와 ‘경영 승계 부정’이 14개월 사이에 모두 무너졌지만, 여전히 상황은 만만치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는 삼성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통해 모두 효력이 일시 정지됐다. 행정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오는 3월 2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올 10월 임기가 끝나는 이재용의 이사 재선임 건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여론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재용의 유죄 여부는 박근혜-최순실 재판과 연결돼 있다. 세 명의 상고심 재판 모두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있기 때문이다. 뇌물 액수에 대해 전원합의체 재판부가 ‘박근혜 항소심 판단’을 따를 경우, 이재용은 구속을 면키 어렵다. 반대로 ‘이재용 항소심 판단’을 따른다면, 박근혜의 형량 역시 줄어들 공산이 크다. 현재 이재용 판결일은 박근혜 구속 만료일인 4월 16일 이전에 잡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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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5.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 특위의 전경련 로비 기습 농성]



거꾸로 가는 정부의 시계를 되돌릴 때

지난 2017년 2월, 촛불항쟁이 한창이던 와중에 이재용 구속 촉구 서명운동이 진행됐고 여기에 2만 5천여 명이 참여했다. 당시는 박근혜 퇴진운동의 기세가 높았고, ‘정유라 말 세탁’이나 박근혜와의 독대가 폭로되는 등 이재용의 죄상이 낱낱이 드러나던 시기였다.


‘삼성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재벌을 둘러싼 신화와 막연한 두려움은 여전히 대중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방어막을 걷어내는 길은 끈질긴 폭로와 투쟁이다. 변혁당이 매년 4월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현황”을 발표하고, 재벌의 축적구조와 이를 보장하는 사회경제정책-법률 등 국가적 동원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올해에는 △재벌의 한국경제 지배 현황 △총수일가의 불법행위 △사내유보금 현황 등 재벌체제의 문제점과 함께, 문재인정부 재벌정책의 한계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준비하고 있다.


변혁당은 노동조합과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인 “민중공동행동 재벌체제 청산 특별위원회”와 함께, 오는 3월 20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맞춰 이재용 재구속과 경영권 박탈을 촉구하는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나선다. 이재용 구속 때까지 끈질긴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 집회 개최는 물론이고,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이재용 재구속 촉구 범국민 탄원 운동 등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재용을 찾아가고 번듯한 국정 파트너로 대우하는 지금, 정부의 시계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국가와 재벌의 공공연한 동맹, 이제 우리가 파열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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