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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청소 경비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자

 

강유진학생위원회

 


지난 12비정규직DOWN 좋은일자리UP, <빗자루 수비대>’가 출범했다. 빗자루 수비대는 2017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전국 대학에서 공세적으로 진행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인력감축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여러 사회정치단체와 학생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1218일에는 빗자루를 지켜라! 청소·경비노동자 인원감축 반대 전 국민 서명운동을 선포하고 서명운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중이다.

 

청소노동자를 상징하는 빗자루는 왜 수비의 대상이 됐을까?

2017년 말~2018년 초, 대학가는 인원감축의 위기에 맞닥뜨린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들썩였다. 연세대, 고려대, 홍익대, 동국대 등 전국의 대학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제일 먼저 비정규직 일자리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인원감축을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학교에서는 청소·경비 정년퇴직자 31인에 대한 인원감축을 시도했다. 이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59일간의 본관농성을 비롯해 힘겨운 싸움을 진행했고 사회적 연대를 모아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인원감축 시도를 막아내는 성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미충원되었고, 충원되지 못한 자리만큼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감수해야 했다.

이후 1, 대학들은 때가 왔다는 듯 청소·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다시 시작했다. 2018년 말~2019년 초, 또다시 정년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충분히 감축하지 못했으니, 올해는 그 목표만큼 감축하겠다는 의지일까. 연세대학교는 정년퇴직하는 청소노동자 16인과 경비노동자 16인에 대해 청소노동자는 8인을, 경비노동자는 16인을 감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홍익대, 고려대 등의 대학에서도 이에 발맞춰 인원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연세대, 홍익대 등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다시금 선전전과 집회를 시작했다. 학교가 노동자들을 근무 현장이 아닌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돈이 없다는 대학들의 억지 논리

연세대는 이미 201773일차 노무문제 현안 보고라는 문건이 밝혀지면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방침으로 정년이 도래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하지 않고 인력을 축소하여 운영함으로써 인건비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그렇다면 각 대학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재정적인 어려움에 놓여있을까? 그렇지 않다. 연세대는 적립금이 약 5,300억으로 2016년 기준 사립대 적립금 상위 3위에 이른다. 인원감축 공세를 퍼부은 작년 초 9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홍익대는 사립대 적립금 상위 1, 고려대는 5위이다. 동국대에서도 작년 청소노동자 인원감축 시도와 동시에 700억대의 회계부정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렇기에 대학들이 말하는 돈이 없다는 주장은 진짜 학교에 돈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다른 데에는 수백억씩 쏟아 부어도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쓸 돈만은 없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노동자들이 지켜왔던 학교 구성원들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쓸 돈만은 없다는 뜻이다.

 

인원감축 저지를 시작으로 비정규직 철폐까지

2010, 대학, 병원 등 각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는 구호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찬 밥현실을 고발했다. 제대로 된 휴게시설도, 고용 안정과 생활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숨어 지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반격이었다.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대학의 부끄러운 한 단면이다. 대학에서조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장 많은 일을 시키고 제일 먼저 버려도 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대학들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않았고, 철저히 비정규의 삶만 부여해왔다. 그러다가 이제는 최저임금이 조금 더 올랐다는 이유로 우선적인 인원감축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대학의 인원감축을 막지 못하면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더 많이, 더 오래, 더 힘들게 노동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인원감축 시도 속에, 청소·경비 노동자를 고용하는 용역업체의 대응 방향에 따라 임금이나 휴게시간 등의 처우도 어떻게 악화될지 모를 일이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수록 학내 구성원의 권리 역시 보장받기 어렵다. 그렇기에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인원감축 시도를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저지해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인원감축 저지를 위한 방어적인 투쟁을 넘어서야 한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인 이상 인원감축 위협과 고용불안, 열악한 노동조건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청소·경비 노동자에게 주어진 비정규직이라는 억압적인 지위를 철폐해야만 해마다 반복되는 인원감축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인원감축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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