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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공중분해로 일보전진


이주용정책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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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201912일부로 종합자동차회사 한국지엠은 사라졌다. GM본사가 한국지엠의 연구개발부문을 떼어내 별도 회사(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로 만들고 이날 설립등기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지엠은 연구개발능력을 상실한 채 GM본사가 넘겨주는 물량을 그저 조립 생산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한다. 독자적인 차량개발능력이 없는 자동차회사가 안정적인 지속가능성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개 조립라인으로 전락한 한국지엠은 GM본사 입장에선 철수하기 훨씬 간편하고, GM이 철수한 이후 독자생존을 모색하기는 더 어렵다. 한국에서 개발한 차종의 라이센스도 한국지엠이 아니라 분리된 연구개발회사나 GM본사가 소유할 것이다. , 이번 법인분리는 GM본사의 한국지엠 말려죽이기 전략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국책금융기관 산업은행이 여기에 동의해줬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8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GM에 퍼주면서 말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218일 입장을 발표해 ‘GM본사 측과 비공개협상을 진행해왔고 그 결과로 지속가능성 보장책 마련에 합의했기 때문에 법인분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GM의 행보는 한국정부와 산업은행의 주장이 환상에 불과하거나, 진실을 알면서도 면피용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잘 돼도 자르고, 안 돼도 자르고

“GM을 사회화하라.” 지난 1223일 미국 좌파잡지 <자코뱅Jacobin>에 올라온 기사의 제목이다. 미국의 GM본사 자체를 사회화하라니, 급진적인 언론의 그저 뜬금없는 주장일 뿐일까? 이 기사에서 거론한 다른 매체를 살펴보자. 1126, 캐나다 최대 유력 일간지라는 <토론토 스타The Star>진정한 캐나다 자동차회사가 필요하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GM캐나다 공장에 대한 국유화 요구를 언급하며 설득력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GM이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북미권에서 국유화, 사회화 같은 주장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126GM본사가 미국과 캐나다 공장에 대한 전격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GM은 미국 내 2개 공장과 캐나다 1개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에서는 변속기 공장 2개도 문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나아가 2019년 내에 북미 이외의 공장 2곳을 추가로 정리한다고 밝혔다. 앞서 1031GM20183분기 영업실적 발표 직후 북미에서 18,000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며, 신청자가 적으면 2019년 초 정리해고를 고려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GM이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32억 달러(세후 순수익 2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나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28억 달러가 북미 시장에서 벌어들인 것이었다.

높은 실적을 올렸음에도 GM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은 현금 확보다. GM2020년까지 60억 달러의 현금 유동성 창출이 목표라며 이 가운데 45억 달러를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으로 마련한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 CBS뉴스가 112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 자료에 근거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GM2015년부터 무려 106억 달러를 쏟아 부어 자사주 매입에 썼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식 수가 줄어들어 그만큼 주식가치를 올린다. , 현금이 더 필요하다고 노동자들을 쫒아내면서 정작 비용절감 목표액의 2배가 넘는 돈을 주가 부양에 사용해 대주주들과 경영진에게 수천만 달러의 고액 배당을 안긴 것이다. GM이 계속적인 구조조정과 수탈을 예고한 지금, ‘이럴 거면 차라리 국유화하는 게 낫다는 분노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무능한 정부와 다가오는 시간

지난 5, 한국정부는 구조조정을 통보한 GM과 협상하여 8천억 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약속하고 그 대신 10년간의 사업 유지를 보장받았다고 발표했다. 한국지엠에 대한 경영견제 권한을 확보했다는 자평과 함께. 그러나 반년 만에 GM은 한국지엠을 사실상 껍데기로 만드는 법인분리를 강행했다. 생산능력은 줄어들었다.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부평2공장은 지난 72교대에서 1교대로 축소됐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비정규직 노동자 7백여 명이 해고당했다. 작년만 해도 한국지엠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이 법원과 노동부에서 잇따라 나왔지만 정부는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줄이 쫓겨날 동안 한국지엠 사측을 처벌하기는커녕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GM이 전략적으로 집중하겠다고 했던 북미 사업장에서조차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지엠에 대한 그 어떤 감시나 통제도 하지 못한 채 그저 ‘GM이 지속가능성을 약속했다고 읊조리는 무능함만 드러내며 구조조정에 발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한국지엠은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작년 구조조정 협상 이후 GM은 그간 한국지엠에 덮어씌웠던 막대한 부채를 출자금 형식으로 전환했을 뿐 신규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GM2019년에도 북미 이외 지역에서 2개의 공장을 추가로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것이 한국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유럽과 러시아, 호주,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이미 철수를 완료한 GM에 남아 있는 해외공장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GM 지배 하에서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은 없다는 게 갈수록 분명히 드러난다. 북미에서 사회화와 국유화 요구가 거론된 지금, 우리에게도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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