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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자리 양산에만 

골몰하는 

정부 일자리 대책

 

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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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난 1024일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최근 민간투자가 위축돼 경제활력과 고용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일종의 긴급처방이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 지원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정부 대책은 과연 얼어붙은 경제·고용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될 수 있을까?

 

땜질식 처방

이번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나온 대책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민간·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직접 투자 확대와 보조금 지원, 세제 감면 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포항 영일만과 여수 국가산단의 공장을 증설하는 등 그동안 지자체와 기업 간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던 대형 투자 프로젝트(전체 23천억 원 규모)의 경우 신속한 행정처리를 독려해 가동시키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총 15조 원의 자금을 낮은 이자로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 , 민간자본을 위해 국가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둘째, 시장 창출 효과가 큰 원격협진과 공유경제 등 핵심규제 해소를 통해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혁신성장 가속화 방안은 문재인 정부 2년차인 2018년 경제정책의 밑그림으로 이미 제시된 것으로, 1024일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탕한 것이다. 특히, 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는 원격협진 확대 방안은 일자리 창출을 미끼로 과거 정부의 의료 영리화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라 볼 수 있다.

셋째, 탄력근로 단위 기간(현행 최대 3개월) 확대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 방안 등 노동현장의 애로를 적극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현행 2주 또는 3개월에 묶여있는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최장 12개월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공공기관 맞춤형 일자리 59천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층별·지역별 일자리 지원 강화계획도 방안에 담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짚어보겠지만, 1024일 대책에서도 가장 크게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정리하면 정부는 투자 활성화, 혁신성장, 노동시장 애로 해소·일자리 지원을 통해 정체돼 있는 투자 및 고용지표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민간자본에 대한 의존을 통해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는 고용률이 지난 2월부터 줄곧 하향세를 면치 못하면서,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정부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식 혁신성장의 실체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는 그 출발부터 궤를 달리 하면서 끊임없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번 대책 역시 혁신성장으로 대표되는 생명·안전·환경 등의 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 정책에 한층 힘을 싣겠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에서도 정부 정책의 초점이 혁신성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징하게 알 수 있다.

이 같은 조짐은 지난 1048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문재인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고 정부는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고 애로를 해결해주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면서,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기존 정책방향을 민간 투자 지원으로 선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 대책이 주로 민간자본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까닭은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유한다. 실제로 보육과 요양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만들어진 일자리 10개 중 7개는 민간일자리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만들어진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32187개 중 민간일자리는 72.4%23308개인 데 비해, 공공일자리는 27.6%8879개에 그친 것이다.(물론, 이렇게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지 못한 근본적 원인은 사회서비스부문에 만연한 민간위탁체제를 정부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했던 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하자, 다급해진 정부는 민간일자리 확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핵심 민원사항인 규제완화, 투자 지원 등 각종 혜택 제공을 통해 민간일자리 확대를 촉진하겠다는 발상이다.

요컨대, 정부가 말하는 혁신성장은 민간 주도로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들의 돈벌이에 장애물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거해주고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기저를 이룬다. 고착화하는 저성장·양극화의 해법으로 이 정부는 해묵은 신자유주의 논리를 다시 소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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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공운수노조]          


나쁜 일자리 양산하는 문재인 정부

한편, 정부는 1024일 대책에서 공기업·공공기관 338곳에 59천 개의 단기일자리를 확충하는 방안도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투자 활성화혁신성장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감소세에 접어든 고용률을 단시일 내에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단기일자리 확충 분야는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제품안전 라돈 측정 서비스, 화재감시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단기일자리는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데다가,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 의무도 없는 단순 체험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누가 보더라도 고용지표 부풀리기**에 급급한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중순과 10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주요 공공기관 인사 및 채용 관련 담당자들을 불러모아 공공기관 단기일자리 확대 관련 간담회를 열고 각 기관의 단기일자리 채용수요 점검과 채용 확대를 독려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앞장서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작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은 집권 2년 만에 빛 좋은 개살구였음이 드러났다. 81만 개 일자리 공약 중 30만 개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정책이 실은 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 없는 자회사 고용,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정부 공약대로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제조업·민간서비스 분야 등에서 횡행하는 불법파견만 바로잡아도 질 나쁜 일자리는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이를 순순히 이행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은 그간 행보를 통해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는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운운하며 일자리 늘리기에만 천착했듯, 문재인 정부 역시 같은 노선을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허울뿐인 약속에 의탁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체험형 인턴: 청년에게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역량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직장 체험 프로그램의 일종. 말 그대로,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 의무 없이 3~6개월 동안 일자리와 조직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용도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공공기관 청년인턴 제도의 경우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다.

** 고용지표를 조사하는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취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나 인턴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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