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여전히 감추기에 급급한 삼성

 

임용현기관지위원장

 



지난 94,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이산화탄소CO2 유출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처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당시 화재진화설비 이산화탄소 밀집시설에서 설비를 옮기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가스안전공사 등이 꾸린 합동조사팀은 지난 6일 기흥공장 현장 점검을 벌여 이번 사고가 이산화탄소 저장용기 133개의 밸브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개방돼 이산화탄소가 전량 방출되면서 벌어졌다고 확인했다. 이와 함께 비상방송 설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삼성의 늑장 신고엔 이유가 있다

이튿날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질식 사고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다. “스스로 안전에 대해 과신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하나하나 처음부터 살펴,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는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사업장이 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례 없는 삼성전자의 신속한 사과문 발표에도 사고 관련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경기도에 따르면, 삼성은 사고 발생 뒤 약 2시간이 지난 4일 오후 348분께에야 소방서에 사고 내용을 신고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의 늑장 신고와 소방기본법 위반을 지적했다. ‘화재 현장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소방서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된 소방기본법 19조를 삼성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사고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할 경우 즉시신고 의무가 생기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시행규칙 43)을 들어, 재해자에 대한 응급조치 이후 최초 사망자가 확인되어 고용노동부, 환경청, 소방서, 경찰서 등 관계 당국에 즉시 신고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고 상황을 돌이켜보면, 삼성은 사고 발생 직후인 4일 오후 2시경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소방대(사내 소방대)로 재해를 입은 노동자 3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오후 343분에 재해자 1명이 사망 판정을 받자 5분 뒤에야 용인소방서와 고용노동부에 이 상황을 알린 것이다. 결국,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삼성은 현장 신고 의무를 어긴 게 명백하지만, 산업안전법상으로는 규정을 준수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엇갈린 결론이 나온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소방기본법에는 신고에 대한 의무 규정은 있으나 위반에 따른 처벌 규정은 없다는 점이다.

겉보기엔 소방법과 산안법이 상충하는 듯 보이는 현장신고 관련 논란은 실은 어느 법 조항을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소방법 19조는 그 목적이 인명구조 등 즉각적인 사고대응과 피해 확산 방지에 있는 반면, 산안법 시행규칙 43항은 사실 파악 및 개선조치 요구 등 재발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두 법 조항의 제정 취지가 다른 것이다.

당연하게도 소방법, 산안법을 포함한 모든 안전 관련 법 조항 가운데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규정은 없다. 더구나, 삼성이 이 두 법 조항의 취지를 몰라서 소방법은 어기고 산안법만 지켰을 리 만무하다. 지난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유출 사고 당시에도,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지만 삼성은 7시간 넘게 관계 당국에 신고를 미루고 있다가 사망자 발생 직후 사고 신고를 했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던들(산안법 관련 규정에 의하면 중대재해가 아닐 경우 산재 발생 보고 의무가 없다) 재해가 일어난 사실을 과연 삼성이 당국에 알리기나 했을까?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수산화나트륨과 황산, 염산, 과산화수소 등 20여종의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연간 12만여 t가량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는 이번 사고에서 보듯 밀폐된 공간에서 누출될 경우 짧은 시간 내 질식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하지만, 값이 싸고 화재진화 능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안전한 청정약제가 있음에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등 여러 사업장에서 화재진화용으로 널리 사용 중이다.

삼성은 여전히 영업비밀을 앞세우며 공장 안의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감추고, 부실한 안전관리로 인한 재해 사실조차 숨기기에 급급하다. 이번 사고 역시 삼성이 문제 해결보다는 이 문제를 축소하고 대중의 관심 밖으로 돌리는 데 여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12<삼성반도체 이산화탄소 누출 노동자 사망 사고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사고 관련 작업 중지 명령, 노후설비 점검, 이산화탄소 저장소 안전관리, 안전설비 점검, 공정안전관리PSM 대상인 소화설비 관리와 점검을 요구하는 한편, 삼성에 대해서도 위험물관리, 배관관리, 환경안전 전문가 채용 여부, 안전점검 여부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 중이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