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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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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수치심까지 성적 탐닉의 대상으로 삼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지수사회운동위원회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829일 부로 20만 명을 넘겼다. 728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를 둘러싼 디지털산업의 공모는 가히 충격이었다. 일명 몰카라 불리웠던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유통과정에는 상부상조하며 수십, 수백억의 이익을 챙기는 헤비업로더와 웹하드 업체, 필터링 업체, 그리고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있었다. 피해여성의 고통은 아랑곳 않고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디지털 성범죄 산업의 실체가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디지털 성범죄의 공모자들

여성의 성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회 속에서,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유포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유통구조는 개개인의 범죄행위를 넘어 산업으로 구조화된 지 오래다. 자극적인 영상은 방문자 수를 늘리고, 웹하드 업체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줬다. 웹하드 업체들은 동의 없이 촬영된 불법촬영물임을 알고도 자신들의 수익을 얻기 위해 이를 묵인했다.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제작과 유포에 공모한다. 웹하드 업체는 헤비업로더들을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지원해주면서, 이들에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웹하드 업체가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DNA 필터링 업체를 사들여 필터링을 우회한다. 그리고 웹하드 업체는 피해자들의 공포와 절망을 이용해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차려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삭제해주는 대가로 또다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이들의 범죄를 뒷받침해주는 법과 제도가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로 검거된 자들 중 징역형은 단 5.32%에 불과했고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79.97%에 달했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100명이 넘는 여성을 불법촬영한 남성도, 병원에서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간호사의 알몸을 촬영한 의사도,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해 강간한 남성도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자신을 촬영한 촬영물의 경우 본인 동의 없이 유포해도 처벌 근거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촬영물 재유포 혐의로 체포되었던 헤비업로더에게 책정된 벌금액은 단돈 5만 원에 불과했고, 이를 방조한 업체에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해도 벌금으로 돈 천만 원 내고 나면 그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불법촬영 범죄자, 한 달에 수억 원을 벌어들이는 헤비업로더, 수백억의 이익을 내는 웹하드 업체에게 해당 법은 아무런 제재사항도 되지 못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단 100일간 받은 피해접수자만 해도 무려 1,040, 삭제한 불법영상은 6,000여 건에 이른다. 불법촬영자의 75%가 배우자, 전 연인 등 친밀한 관계였거나, 학교나 회사 등에서 아는 사이였다. 불법촬영은 영상유포, 유포협박, 사이버괴롭힘으로 이어졌다. 가해자들이 개인적인 유희 또는 이별의 복수를 위해서 올린 불법촬영물은, 한 번 올라가면 지워도 지워도 끝없이 다시 살아나면서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영상이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유통되는 이 끔찍한 구조 속에서 피해자들은 죽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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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청와대 청원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물을 생산·유통·삭제하는 산업구조 자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자, 부랴부랴 여성가족부가 웹하드 등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조하거나 공모해 불법수익을 얻을 경우 공범으로 형사처벌하고 불법수익을 환수조치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 등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지금의 현실 속에서 얼마만큼의 강도로 실효성 있게 집행될지 의문이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피해여성의 인권유린조차 방조하고 피해여성의 고통까지도 상품화해서 수익을 얻는 자본의 악랄함에, 자본주의사회가 스스로를 무엇으로 지탱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깨닫는다. 디지털 성범죄를 통해 이윤을 얻는 자본의 유통구조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성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왜곡된 성문화와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는 정부의 단속을 피해 공간을 이동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지 않는 사회, 여성의 몸과 이미지를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어야 한다. 그러한 변화는 누군가를 대상화하지 않는 성문화, 다른 인간을 착취하지 않는 평등사회의 지향 속에서 가능함을 다시금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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