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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정규직의 투쟁과 단결로 

차별이 만연한 현장 바꾸고 싶어요

노노갈등 조장하는 사측에 맞서 정규직도 함께 싸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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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노조파괴, 경영세습, -하청 불공정거래 등 각종 범죄를 일삼고 있는 현대기아차 재벌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래 들어서는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도 아랑곳 않던 사측이 비정규직 일부를 특별채용하는 편법을 동원해 정규직화를 추진 중에 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을 특별채용 대상에서 쏙 빼버렸고, 심지어 강제전적 전환배치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원래 일하던 업무에서 쫓아냈다. 문제는 이처럼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사측의 행태에 대해 정규직노조가 제동은커녕,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채용 성차별 문제를 필두로 현장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뿌리 뽑기 위해 여성위원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박찬진 기아차비정규직지회 여성부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기아차비정규직지회 여성부장으로서 여성위원회 설립 배경에 대해 말씀 듣고 싶습니다

A 저희가 ‘11노조 강제 분리 사태이후 2기 집행부인데요... 2기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여성부를 신설했고, ‘여성조합원들의 배제 없는 정규직 전환고용 보장을 지회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구로 제기하고 있거든요. 제가 여성부장을 맡게 된 시점이 201711월이고, 그 때부터 여성노동자들의 현안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여성위원회를 통해서 펼쳐보려 준비 중이었어요. 여기에 동의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지난 414일에 여성회원 54명과 함께 여성위원회를 발족하게 된 것이죠.

 

불이익과 차별에 노출된 여성의 현실을 바꿔나가려 여성위원회 발족


Q 여성위원회의 주된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여성조합원 배제 없는 정규직 전환이 일단 여성위원회가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에요. 사실 저희(기아차비정규직지회) 입장은 법원에서도 이미 판결했다시피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측이 지금 특별채용이나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를 통해서 채용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거잖아요. 일단 이런 상황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특별채용 과정조차 여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성위원회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온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또 한 축으로는, 여성조합원 중에 절반가량이 환경미화나 식당 업무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이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고용을 비롯한 처우 문제에서 각종 불이익과 차별을 받고 있거든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싸움도 정말 중요하지만, 당장 처우 개선이 시급한 환경미화, 식당 노동자들의 현안에 대해 토론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한 사업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말씀을 듣다 보니, 남성 중심의 대공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저희가 지금 전체 조합원 수가 화성공장에만 1,399명인데, 그 중 여성조합원 수는 473명이예요. 여성조합원들이 일하는 업무는 아까 말씀드렸던 환경미화, 식당뿐만 아니라, 도장, 플라스틱, 품질검사PDI, 출하 등 다양해요. 이 중 환경미화와 식당 업무는 사측이 직접생산공정과 무관한 총무성업무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들 업무는 컨베이어벨트를 타는 직접생산라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도 제외됐어요. 더구나 총무성이라는 회사의 딱지는 임금 차별로 이어지고 있으니, 이 노동자들은 한마디로 고용과 임금에서 이중 차별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나머지 업무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이후에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특별채용에서 부당하게 배제된 것도 모자라서, 10, 15년 넘게 일해 온 자리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내주고 다른 부서로 쫓겨나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어요.

지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불법파견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고 있는 사측에 대한 분노도 상당하지만, 공정 재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원래 업무에서 밀어내기하는 이른바 강제전적에 따른 불안감도 팽배한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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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정규직의 고충처리 대상이 아냐


Q 기아차지부 화성지회(정규직노조)가 여성노동자의 정규직화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화성지회는 대체 어떤 이유로 불법파견 된 여성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건가요

A 이미 언론에서도 공개됐지만, 화성지회 소식지(‘함성소식’)에서 나온 내용 그대로에요. 그러니까, 주로 남성들이 있는 공장 안에서 여성을 위한 휴게실이나 탈의장, 화장실 같은 이런 기본적인 복지편의 관련 시설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여성 정규직화에 발맞춰 현장도 제반 준비가 필요한데, 지금 그런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게 반대의 이유인 거죠.

화성지회가 낸 소식지에서는 이번에 저희 지회(기아차비정규직지회)로부터 큰 반발을 샀던 강제전적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주장하고 있어요. 이번 ‘3차 특별채용대상 부서인 도장2,3, 플라스틱, PDI, 출하 등 간접공정은 정규직노조 단협과 관례에 따라 정년을 앞둔 고령층 조합원들을 우선 배치하는 게 공정하다는 거예요. 화성지회는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간접공정으로 전환배치되길 원하는 정규직들의 고충 처리를 위해 강제전적을 합리화하고 있는 거죠.

여기서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판결을 2심까지 받았다는 건데요. 공정 자체가 불법파견이라면 이 공정을 정규직으로 바로 전환하면 해결될 문제잖아요. 그런데, 정규직 조합원의 고충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공정의 비정규직을 이렇게 밀어낸다는 게 솔직히 납득이 가질 않아요.

 

Q 11노조 분리 사태에 이어 특별채용 과정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규직노조가 몸소 나서고 있는 상황이 정말 기막히네요. 정규직노동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A 실제로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이 고되고 힘들다는 이유로 조립부서처럼 컨베이어를 타는 직접공정을 기피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도장이나 출하, PDI 같은 부서로 자리를 옮기길 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간접공정들 또한 전부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공정이고, 그렇다면 애당초 이 공정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거잖아요. 화성지회는 정규직노조의 단협에 의거해서 강제전적이 불가피하다는 듯이 주장하고 있지만, 이 단협은 정규직 신규입사자에 한해 제조부서로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거든요. 저희는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신규입사자가 아닌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래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원래 일하던 자리에서 내쫓는 건 잘못됐다는 걸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꼭 알리고 싶어요. 나아가,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사측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저희 비정규직과 함께 단결해서 투쟁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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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그친 사측의 여성 채용 발표



Q 사측은 채용 성차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A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은 없어요. 다만, 지난 628일 저녁에 특별채용 결과가 발표됐는데, 3개 공장 합쳐서 총 38명의 여성노동자에 대한 정규직화 공고(화성 26, 소하 2, 광주 10)가 났어요. 아무리 봐도 이건 면피성 대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채용 성차별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니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렇게 생색내기 식으로 여성노동자들을 특별채용한 거죠. 3차 특별채용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사측은 화성지회가 소식지에서 줄곧 주장해왔듯이 여성노동자 채용에 관해서는 공정배치를 포함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이것만 보더라도 회사가 사회적 논란을 의식해 땜질식 처방을 한 것이란 게 드러나죠.

 

Q 사실 채용 성차별 문제는 물론이고 불법파견 시정 문제에 있어서도 고용노동부가 현 사태를 방관한 책임이 큽니다. 현 국면에서 고용노동부를 압박하는 투쟁도 무척 중요할텐데요.  

A 그렇잖아도 지난 328일부터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촉구하면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노숙농성투쟁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곳을 거점으로 현대기아차의 불법을 방치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앞으로도 계속 낼 예정이에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공동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소고발하기도 했어요. 625일에는 기아자동차에서 일어난 여성 차별과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었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의서도 전달했고요. 그런데, 아직까지 그에 대한 답변은 없는 상황이에요.

 

‘4대 갑질철폐 위해 문재인 정부와 현대기아차 재벌 상대로 계속 싸울 것



Q 이후 싸움이 정말 중요하겠네요. 앞으로 투쟁계획은 무엇인가요

A 지금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가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잖아요. 사실 이 문제를 촉발시킨 근본 원인은 현대기아차 자본이 벌써 15년 넘게 불법파견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불법파견 문제를 비롯한 현대기아차그룹의 불법과 꼼수를 근절하고 단죄하기 위한 투쟁을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동지들과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려고 해요. 지난 616일에도 현대기아차 6개 공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집중 상경투쟁을 한 차례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721일에도 2차 집중 상경투쟁이 예정돼 있습니다. 앞으로도 불법파견, 노조파괴, 경영세습, -하청 불공정거래 등 ‘4대 갑질철폐 투쟁을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도 석연찮게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 이제 곧 대법원 앞에서 조속한 판결 촉구와 정몽구정의선 부자에 대한 구속처벌을 요구하는 피켓 선전도 예정하고 있고요.

 

Q 끝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말씀해주시겠어요

A 일단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저희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올해로 입사 13년차인데요, 처음 입사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게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거였어요. 여성노동자들에게 당연히 주어진 생리휴가조차 제 때에 쓸 수 없었거든요. 생리휴가를 쓰려면 몇 만 원씩 하는 진단서를 제출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노조가 생기면서 이런 불합리함에 대해 당당히 문제제기할 수 있게 됐고, 연월차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죠. 지금 기아차에서 벌어진 채용 성차별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기댈 수 있는 노조라는 언덕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혼자서는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도 이렇게 회사나 정부를 향해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라며 목소리 낼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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