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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재현사회운동위원장


 

5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 축약해 IDAHO 또는 IDAHOBiT라고도 부른다.), 일명 아이다호 데이. 아이다호 데이는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하는 날로서, 성별정체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한 성소수자 차별, 혐오, 폭력에 반대하는 전 세계 성소수자 연대와 행동의 날이기도 하다.

 

성소수자가 문제시되는 사회

성적지향 그 자체가 정신질환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이같은 결정이 무색할 만큼 한국사회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정신질환자로 취급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은 이들은 정신병 환자이기 때문에 꾸준히 전환 치료*를 받으면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이미 잘못됐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일찍이 1973년에 미국 정신의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질환 진단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990년 세계보건기구 역시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면서,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과학적의학적 근거는 벌써 40년 넘게 축적되었다. 그 결과 주류 정신의학계에서는 전환치료라는 명목으로 시도되는 일체의 인권침해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바꾸려는 노력들 역시 사이비 의료행위로 간주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렇듯 이성애자로 전환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혐오선동에 불과하다.

 

멈추지 않는 혐오 세력의 준동

그럼에도, 보수개신교 세력은 지금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성소수자를 죄악으로 여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은 성소수자 혐오를 통해 종교인들의 부정부패와 각종 성폭력 문제로 교회를 떠나가는 신도들을 다시 조직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보수정치 세력 역시 종북 이데올로기가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요즘 보수개신교 세력과 손잡고 차별금지법 제정, 서울시민 인권헌장 발표, 인권조례 제정 등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한 법제도적 변화의 움직임을 가로막는 혐오의 정치최선봉에 있다.

충남지역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폐지 움직임이 일었는데, 결국 43일부로 폐지안이 가결되었다.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무참히 사살한 제주 43 항쟁이 70년째인 날, 충남도의회는 또다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짓밟은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역시도 보수개신교와 보수정치 세력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하고, 성소수자 인권 이슈에 대해 찬반을 묻는 질의서를 후보자들에게 발송하는 등 끊임없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고 있다.

 

혐오의 정치를 끝내자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한 사회운동이 계속되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혐오 세력의 눈치를 살피는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성소수자의 인권 실현을 나중으로 미뤄왔다. 이러면서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926항 폐지, 다양한 가족 구성권 보장 등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 역시 전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보수개신교와 보수정치 세력이 성소수자 혐오를 전면에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힘을 더 갖는다는 데 있다. 이 세력의 대표 인물은 끊임없는 성소수자 혐오로 지난 대선에서 국민 24%에게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정당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수 개신교와 정치 세력의 혐오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여성, 이주노동자, 장애인, 청소년 등 자신들의 세력을 결집시킬 수만 있다면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시기 혐오의 정치가 사회적으로 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혐오의 정치에 맞서 더 크게 결집하고 대항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장애가 있든 없든, 이주민이든 정주민이든, 그 어떤 것도 문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연대하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

 

*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란 성소수자(LGBTI)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시도하는 모든 종류의 정신적신체적 강요나 폭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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