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촛불항쟁과 개헌,

그리고 계급투쟁

  백종성정책선전위원장

  aa4w.jpg


2016~2017 촛불항쟁은 헌정복원 시민혁명으로 귀결했다. 노동자민중이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타도하지 못했기에 탄핵이라는 헌법 수단이 부상했고, 탄핵이 박근혜 퇴진의 유일한 경로로 굳어진 순간 정세 주도권은 광장에서 국회로 넘어갔다. 노동자민중은 이 상황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 결과 촛불항쟁은 1987년 헌법의 작동에 의한 절차적 민주주의 회복 과정을 넘지 못했다.

현행 헌법이 87년 항쟁의 결과임을 고려할 때, ‘촛불의 요구를 받들어 헌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결국 87년 헌법에 근거한 투쟁 성과로 87년 헌법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모든 조건이 현재와 같다면, 2018년 개헌은 1987년 개헌의 연장이자 완성이라는 성격을 넘어서기 힘들다. 이것이 2018년 개헌론이 놓인 조건이다.

 

1987년과 2018, 쟁점의 양상

쟁점 양상 역시 마찬가지다. 1987, 직선개헌 찬성·반대가 피아를 가르는 단일 쟁점이 된 것은 그것이 군부독재 종식이라는 노동자민중의 열망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 그것은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요구였고 그 자체가 주체를 형성하는 요구였다. 이에 비해 현재 개헌의 주도세력은 국회다. 국민개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민사회 상층 논의일 뿐,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그 결과 개헌대응은 상층 담론에 머물고 있으며 주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현행 헌법을 넘어서지 못한 촛불항쟁의 전개과정 그 자체에 기인한다.

자유주의 세력은 촛불의 정치적 성과를 챙겼고, 이들이 원하는 개헌은 사회의 근본적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개헌의 가장 큰 쟁점은 권력구조 재편이다. 개헌특위에서 민주당은 4년 중임제, 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구조 재편 개헌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바꾸는 과정과 거리가 멀다. 실업·비정규직·저임금·장시간 노동·구조적 차별 등 노동자민중이 받는 고통이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민중이 개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다.

오히려 대선 이후 지금까지 개헌 국면에 가장 실천적으로 개입한 세력은 보수우익 종교세력일 것이다. 지난 2017622일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논의는 개헌안에 성 평등을 포함했다(“국가는 성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고 현존하는 불이익을 개선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한다. 성평등은 고용, 노동, 임금, 복지, 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보수우익과 종교계는 이에 극심하게 반발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에 굴복했다. 2017816일 국무총리 이낙연은 개신교계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동성혼 개헌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촛불항쟁이라는 거대한 정세를 경유했으나 노동권 확장도, 사회권 확장도 평탄한 과정은 아니다.

  58-기획_노동자민중주도개헌대응01.jpg

2017년12월19일 민주노총과 변혁당, 노동당, 민중당, 정의당이 공동주최한

'노동·민중 진영의 개헌 방향과 쟁점 토론회' 모습.


대중투쟁과 연계해 개헌투쟁 주체를 형성하자

쉽지 않은 국면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민중 진영은 개헌국면을 이대로 넘겨야 하는가? 개헌은 어차피 그들만의 리그인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어차피 노동3권도 다 깨지는 마당에 헌법에 좋은 이야기 넣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태도는 헌법의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개정하는 과정에 실천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통해 기본권의 실질적 확장을 꾀하는 것이어야 한다. 노동자민중에게 개헌대응은, 촛불항쟁의 성과를 독점한 자유주의 세력에 맞서 사회 경제적 변화를 추동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권이다.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현행 헌법 332항이다. 이렇듯 1987년 헌법의 한계는 명백하며, 이를 개정하는 것은 노동자민중에게 중요하다. 더 나아가 1987년 헌법이 명시한 권리마저도 짓밟히는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자체가 노동자민중의 개헌 대응이 되어야 한다. 노동3권과 정치활동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투쟁은 그 자체로 헌법과 연관되어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인정받으려는 절박한 투쟁 역시 헌법과 연관되어 있다. 촛불항쟁의 귀결 상 개헌을 통해 경천동지할 변화를 끌어내기는 힘들다 할지라도, 노동자민중의 개헌대응은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

핵심은 대중투쟁과 개헌 대응의 연계다. 대중투쟁과 개헌대응을 연계하지 못하는 한, 개헌 논의는 상층 담론을 넘어설 수 없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주체, 그리고 힘이다. 역사적 예를 들어보자. 기간산업 국가소유, 노동자의 이익균점 등을 명시한 1948년 제헌헌법의 상대적 진보성은 잘 알려져 있다. 왜인가? 해방 이후 민중의 열망을 제도 내로 흡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헌헌법은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모델로 했고, 바이마르 헌법은 1918년 독일혁명으로 드러난 노동자민중의 분노를 달래고 제도화하려는 독일 사민당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했다.

중요한 것은 법조문을 이렇게 고치자는 법률가들의 말이 아니라 힘을 결집하는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87년 헌법의 한계와 맞서 싸우는 주체를 결집해야 한다. 교사·공무원, 노동3권 실현을 위해 싸우는 노조파괴사업장 노동자, 민영화에 맞서는 공공부문 노동자, 주거권 쟁취를 위해 싸우는 청년과 도시빈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싸우는 사회적 소수자 등, 투쟁주체를 결집해야 한다.

 

노동자민중 개헌 공투본의 전망을 항하여

개헌논의의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대응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을 여는 것이 먼저다. 이를 통해 노동자민중적 개헌대응을 위한 대중주체를 형성해야 한다. 대중운동과 개헌 대응을 접합하고, 권력구조 재편을 의제로 상층에서 이루어지는 개헌론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

법외노조화에 맞서 투쟁하는 교사·공무원, KT·철도·버스 등 민영화저지·재공영화 투쟁을 벌이는 공공부문 노동자, 노조파괴 사업장 등 투쟁하는 노동자,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운동, 공공주거운동 등 사회적 기본권 확장운동을 결집해야 한다. 이것이 노동자민중 개헌공투본의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를 통해 첫째, 노동3권 실질화, 둘째, 교통·통신·에너지 등 공공서비스공급기반과 기간산업 공영화, 셋째, 주거권 헌법화 등 국가책임복지 실현, 넷째 성적지향 차별금지 등 사회권 확대를 꾀해야한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