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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구조에 맞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1)

 

김혜진비정규교안작성팀

 


2013년 서른다섯 살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라고 적혀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배가 고팠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들은 돈을 벌어도, 노동자는 가난하다. 비정규직들의 저임금이 점점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53%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68월 기준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는 2663천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3.6%에 해당한다. 열심히 일해도 생계 보장이 안 되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많다.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의 현실

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한다. OECD에서 한국의 노동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2위이다. 34개 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347시간이 많으니까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1년에 43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임금이 낮으면 미래를 준비할 수 없어 누가 아프기라도 할까 전셋값이 오를까 늘 불안하다. 일해도 가난하면 삶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삶의 가치가 으로 실현된다. 뭔가를 더 배우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하고, 예술도 돈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는 것도 어렵다. 사람들과 만나기도 어렵다. 소득이 적은 것은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도록 만든다.

혹시라도 일자리를 잃게 되면 고용보험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비정규직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42.3%(한국노동연구원, 2016)에 불과하다. 치솟는 집값, 비싼 의료비와 교육비를 생각해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누군가 아프거나 이사를 해야 하거나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자신의 임금으로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빚을 지게 되고 생계형 가계부채가 자녀들에게 대물림된다. 한국은행은 2016년 상반기 전국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66,920억 원이라고 밝히면서 저소득층의 생계형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해도 가난한 것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신호이다.

 

비정규직의 저임금을 만드는 구조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임금을 낮게 주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임금이 낮은 이유는 비정규직은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비용절감을 하겠다면서 목소리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다. 특히 간접고용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계속 낮춘다. 원청은 의 위치에서 하청업체에 대한 도급금액을 낮추고, 중간업체들은 8~20% 정도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이 과정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 이익을 보지만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이고 더 힘든 노동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 임금을 고정적으로 주지 않고 건당수수료성과급제'로 임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2013년 당시 수리기사들은 고장 난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고 그 수수료만큼 임금을 받는 형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수료는 1분당 225원씩 계산되었다. 그 계산에는 이동시간도 포함이 안 되고 상담시간도 포함이 안 된다. 오로지 수리를 하는 시간만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실제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여러 명목으로 비용을 설치수리기사가 책임지게 하는 등 노동자들에게 각종 비용을 떠넘기는 일도 허다했다. 성과 책정의 권한을 기업이 갖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성과급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불안정하게 만들며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을 하도록 만들 뿐이다.

저임금을 만드는 또 다른 임금체계는 포괄임금제'직무급제'이다. 그 중 기본급과 모든 수당을 다 합해서 총액 얼마로 준다고 하는 포괄임금제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로 확산되는데, 잔업도 반영하지 않고 총액을 최저임금으로 맞추는 제도이다. 직무급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은 수준으로 고착한다. 이마트는 비정규직을 별도직군으로 만들고 직무급제를 시행하면서 그 직군의 임금상승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었다. 직무급제에서 비정규직직군은 임금인상폭도 제한되어 있고, 초임도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초과착취를 하고, 노동자들은 일해도 가난한 상태에 처하게 만드는 이 구조에 맞서야 한다. 덜 불안하고, 덜 고통스러운 삶이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비정규직 저임금에 맞서는 우리 모두의 투쟁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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