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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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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에 생긴 또 하나의 광장,

직장갑질119

 

오진호직장갑질119 STAFF

 



[구준희] [오후 8:53] 음료를 만드는 회사인데 사장님과 친인척들 김장하는 일을 이틀 동안 한답니다.

[구준희] [오후 8:54] 원래 근로시간이니 김장하는 일도 당연한 것인가요?
[구준희] [오후 8:59] 다음주 목,금요일에 김장 예정이구요. 저는 못한다고 하고 그날 휴가를 신청했는데 휴가도 받아주지 않더군요.
  

[용용] 일요일 저녁 열한시에 전화 안 받았다고 썅욕 먹었습니다. 살려주세요. 매일 야근 기본12시까지 하고 간혹 새벽4~5시까지도 합니다. 야근수당 없구여 한 번은 쉬지도 않고 37시간 일한적도 있네요. 금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토요일 저녁 열시 넘어서 퇴근했어여ㅜㅜ 얼마나 피곤하냐면요... 일 끝나고 너무 졸려서 운전 못할 거 같아서 술 안 먹었는데 대리기사님 종종 불러서 집 가요... 조그만한 회사에서 설계해요... 대리비 사비로 씁니다....

 

직장갑질119 오픈채팅에 제보된 갑질 사연들

2017년 대한민국의 일터의 현주소다.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지 47년이 되었지만 일터는 여전히 1970년에 머물러 있다. 청계천의 다락방은 없어졌지만 공공기관부터 작은 식당까지. 한국사회에서 직장인으로 노동자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여전히 청계천 시다들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직장갑질119 오픈카톡에는 위와 같은 사연들이 하루에 수십 개씩 올라온다.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하고, 아프다.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111일부터 1110일까지 오픈카톡과 이메일로 올라온 상담을 전수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제보는 임금을 떼였다.”였다. 수당포괄임금제시간외수당이 체불된 사례들로서 전체 상담건수 591건 중에 112(19.0%)에 달했다. 두 번째로 많은 제보는 직장내 괴롭힘”. 직장 상사의 폭언욕설, 인격모독과 물리적인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제보는 108(18.3%)에 달한다. 하루 평균 5~60건의 제보가 카카오톡 오픈채팅 <직장갑질119(gabjil119.com)>와 이메일(gabjil119@gmail.com)으로 쏟아지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갑질119STAFF들은 제보된 갑질을 분석하고, 상담하느라 정신이 없다.


광장에서 시작한 문제의식, 온라인 광장을 만들다

고민은 촛불광장 한가운데에서 시작됐다. 주말에도 직장에 나가야 했던 직장인들은 저녁 8~9시가 돼서야 광장에 나타났다. 늦은 시간에도 광장을 찾아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사람들. 그들은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로 이어지기를 누구보다 소망했을 것이다.

광장에 전해지지 않았던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지를 몇 달을 고민했다. 4번의 공개토론회, 내부 워크샵, 그리고 다른 단체들과의 간담회. 논의를 거치며 몇 가지 원칙들이 정해졌다. “노동조합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자.”,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직종별, 회사별 온라인 모임을 만들자.” 그리고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아 직장갑질119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노동조합 밖에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기에 준비과정도 조금은 색달랐다. 네이버 지식인과 네이트 판에 들어가 직장인들이 어떤 갑질을 당하는지를 봤고,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그룹 등 모임 형태를 띠는 SNS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리서치기관에 의뢰한 직장인 갑질경험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추석연휴기간에는 추석기간 며칠이나 쉬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출범 열흘 만에 591건의 갑질 제보를 받았고,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선의 전환

미조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자.”라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조직된 노동자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를 나누는 방식의 화법. 우리의 언어는 미조직노동자라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을까. 노동조합 없는 노동자들을 조직화 대상으로 여기고, 훈계하는 방식의 캠페인은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바꿔내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조합 없는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지 않을까.

<직장갑질119>에 대해 정말 좋은 기획이라며, “기발하다고 말하는 주변의 칭찬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다. <직장갑질119>에 관심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템이 세련돼서가 아니다. 누군가를 대상화하지 않는 화법으로 함께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자 수많은 직장인들이 응답했다. 그렇게 오픈카톡방은 광장이 되었고, 절실한 상담 한마디 한마디는 피켓이 되었다. 한림대성심병원 노동자들이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이야기들이 언론과 사회적 반향을 얻으면서 네이버 밴드에 노동존중 한림성심병원모임이 만들어졌다. <직장갑질119>는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직종별, 업종별 모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직장갑질119 STAFF 모집

전체모임(오픈카톡)방에서 피해자들과 상담을 해주는 STAFF를 모집합니다. 직장인이 겪은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분, 2017년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겪는 애환이 궁금한 분은 누구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개인자격으로 함께할 수 있으며, 이메일(gabjil119@gmail.com)로 신청해주시면 연락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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