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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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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9.15 08:27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다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세상에는 좋은 것이 너무 많다. 좋은 집도 있고 좋은 차, 좋은 음식, 좋은 사람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 좋은 것을 다 가지려면 어떻게든 무리를 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무리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무리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몸과 마음은 물론, 나아가 사회와 자연도 파괴될 것이다. 그래서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다(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고 욕구 자체를 없애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 욕구는 생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존재하려 욕구한다. 만일 어떤 생명이 존재하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생명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욕구 자체를 없앤다는 것은 곧 생명을 없앤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존재에의 욕구가 지속 가능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개체 차원에서는 의미가 없다. 모든 개체의 생명에는 끝, 곧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는 개인이 아니라 종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욕구가 되었을 때 지속 가능한 것이 된다.

 

존재에의 욕구가 지속 가능하려면

생명에의 욕구는 라는 사람의 몸과 마음,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 그 사람이 살아가면서 맺는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만 실현된다. 한 마디로 생명에의 욕구는 생물학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 그리고 자연적 관계의 총체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생명의 욕구는 이러한 관계의 총체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만일 이 제약을 넘어서려 한다면 이러한 총체적 관계는 궁극적으로 파괴될 것이며 이는 곧 생명의 죽음을 뜻하게 될 것이다. 생명을 위해 좋은 것을 가지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또한 필연적인 것이지만, 그 욕구가 지나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관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된다. 지나친 욕구는 생명 자체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황로학에서는 욕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무욕無欲] 줄이라고 말한다[소욕少欲]. 좋은 것은 멀리 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깝게 할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대표적인 약물이 원지遠志.

 

원지遠志

원지라는 말은 의지[]를 멀리 한다[]는 말이다. 의지는 일정한 지향을 갖고 지속되는 마음이다.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강하게, 지속적으로 욕구할 때 의지가 생긴다. 지나친 것이다. 집착과 의지는 다르다고 하지만 그것은 합리화의 차이일 뿐이다. 지나치다는 점에서는 같다.

원지는 그러한 의지와 집착을 멀리 하여 심장의 기를 안정시킨다. 요즈음 말로 하면 일종의 신경안정제인 셈이다. 그래서 원지는 불안하거나 잠을 잘 못 자거나 잠을 자도 꿈을 많이 꾼다거나 잘 잊어버리고 가슴이 뛰면서 정신이 나간 듯도 하고 머리가 맑지 못한 것을 다스린다. 이렇게 좋은 원지이지만 원지 역시 너무 많이 쓰면 부작용이 난다. 그래서 약에 넣을 때는 닷 푼(한 돈인 3.75그램의 반) 정도 넣는다. 원지를 쓸 때는 가운데의 심지를 빼고 먹는다. 가루 내어 먹거나 달여 먹어도 좋다.

 

생지황生地黃

생지황은 지황을 말리거나 찌지 않고 날로 쓰는 것을 말한다. 지황은 날로 쓰기도 하고 말려서 쓰기도 하고[건지황乾地黃] 쪄서 쓰기도 한다[숙지황熟地黃]. 중국에서는 그냥 날로 쓰는 것을 선지황鮮地黃이라 하고 불에 쪼여 천천히 말린 것을 생지황이라고 하는데, 우리와 다르게 쓰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생지황은 날로 쓰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생지황이 심장의 혈을 보한다고 하였고 또한 심장의 열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어떤 연구에서는 생지황이 헤모글로빈의 산소 친화력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즙을 내서 먹거나 달여서 먹는데, 생지황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심장에 열이 많지 않은 사람은 오래 먹지 말아야 한다.

생지황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처방 중에 경옥고가 있다. 경옥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지황의 찬 성질이 따뜻하게 되어 경옥고에 생지황이 들어 있지만 경옥고는 오래 먹어도 상관없다.

 

황련黃連

황련은 아주 쓰고 찬 약이다. 그래서 심장의 열을 내리고 심장 속의 나쁜 피를 없앨 수 있다. 가슴 속이 답답하면서 열이 치받는 것 같고 코피가 자주 나며 눈도 자주 충혈되는 사람에게 좋다. 그러나 매우 차기 때문에 심장에 열이 없거나 속이 차면서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 된다. 오래 먹으면 위를 상하게 된다. 달인 물을 습진에 바르면 가려움이 줄어들며 입안이 잘 허는 사람(이때도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황련 달인 물로 입안을 헹구면 도움이 된다(다만 소태같이 쓴 것은 감내해야 한다).

달여 먹거나 가루 내어 먹는데, 조금씩 먹어야 하며 오래 먹지 말고 가능하면 혼자의 판단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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