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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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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갈라치기

언제까지 묵인할 것인가?

 

서영우전북

 

2014818, 2016321. 현대차자본의 불법파견에 맞서 10년의 투쟁을 해왔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3지회가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두 번의 합의를 끝냈다. 비정규직철폐투쟁의 목적과 노동운동의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활동가라면 누구에게나 상처를 남긴 합의였다. 그렇게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한국노동운동 판을 뜨겁게 달궜던 비정규직투쟁이 일단락된 듯한 착시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촉탁계약직 노동자들로 넘쳐난다. 촉탁계약직을 보자. ‘·사간의 합의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으로 투입된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은 쪼개기 계약으로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그마저도 2년이 되기 전에 계약해지 당한다. 자본은 불법파견 공정에서 단 하루라도 일하면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하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촉탁계약직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촉탁계약직의 불법파견 공정 투입을 합의하는 주체는 현대자동차지부, 즉 정규직노동조합이다.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노동자계급 스스로였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했던 2015년 한국지엠군산지회의 1교대제 전환 합의, 지난 427일 기아차지부 김성락 집행부의 11노조 분리는 자본의 이해와 정확히 일치하며, 대공장 단사이기주의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에 대한 노동운동진영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 없이 우리는 한 치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원하청 공동투쟁만이

비정규직 철폐를 현실화할 수 있다

비정규직 철폐는 집회 구호 속에서나 외쳐야 하는 주장이 아니며, 실현 불가한 요구도 결단코 아니다. 자본이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불법적인 수탈로 쌓아놓은 사내유보금만 이미 800조를 넘어섰다. 언제나 힘들다고 엄살 떠는 자본은 해마다 천문학적인 이윤을 챙기고 있다. 이 돈은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단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수많은 차별을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비정규 체제로부터 나온다. 또한 ‘300만 청년백수시대를 만들고도 신규채용 없이 잔업, 특근으로 두 명 분의 일을 한 사람에게 강제하는 초과 착취를 통해서 나온다.

노동자계급의 피와 땀이 쌓인, 썩은 내가 풀풀 진동하는 그 돈이 비정규직 철폐에 사용되어선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럼에도 자본은 더 많은 비정규직, 더 쉬운 해고를 통해서 더 많은 이윤을 쥐어짜내고자 정치권력을 뇌물로 매수해 왔고, 그 추악한 실체의 일부가 폭로된 사건이 바로 박근혜 게이트였다. 우리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구호가 아닌 실재하는 투쟁으로 만들어야 하며, 자본과 정권을 강제할 수 있는 힘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비정규직 투쟁을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계급의식을 전체 노동자계급이 공유하고 공동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20119. 필자가 근무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선 비정규직 해고자의 출입을 제한하겠다며 정문을 봉쇄한 사측에 맞서, 중식집회에 전주공장 원하청 노동자 2천여 명이 모여 구사대의 봉쇄를 뚫고 출입 보장을 투쟁으로 쟁취해낸 기억이 있다. 왜 물량이 떨어지면 비정규직이 우선 해고되어야 하나? 왜 똑같은 생산라인에 비정규직을 투입해야 하나? 심지어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노동자계급 스스로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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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원·하청 연대투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사무실 출입을 성사시켰다. [사진 : 참소리, 전주공장 위원회]


싸우지 않으면 결코 변하지 않는다

510. 바로 오늘,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법, 복수노조교섭창구단일화법을 완성시킨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전체 노동자 중 절반이 비정규직인 사회. 정리해고라는 칼바람 앞에 언제든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폭발한 항쟁의 성과는 서글프게도 그 모순을 잉태한 세력에게 돌아갔다. 또 다른 적폐세력이 정치권력을 쥐었다.

같은 시각, ‘정리해고·비정규직·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완전쟁취!’를 외치며 고공단식농성 투쟁을 전개해온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동지들이 27일간의 투쟁을 정리하고 땅을 밟았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고 여전히 우리 노동자계급의 힘은 미약했다. 하지만, 오늘의 한숨과 눈물이 곧 전체 노동자계급의 패배로 귀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공에서 목숨을 담보로 투쟁해온 동지들의 간절한 요구를 발 딛고 서있는 이곳에서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투쟁으로 다시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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