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아직 22명의 돌아오지 않은

선원들이 있습니다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정부 모습에 가족들은 참담한 심정

수색작업 강제종료 막아낼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 절실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선적해 중국으로 향하던 14만톤급 초대형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지난 331,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사고 당시 구명벌에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된 이후, 아직까지 실종 선원 22(한국인 8, 필리핀인 14)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40여 일이 지났지만, 정부 당국과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측은 수색작업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여전히 등한시하는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처사에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54일부터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 항의농성에 돌입한 실종 선원 가족 공동대표 허경주님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승선원 가족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피마르는 심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텐데요. 먼저 스텔라데이지호가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상에서 침몰하게 된 경위부터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한국시각으로 3312320분에 배에서 선사로 최초 연락이 카톡으로 왔대요. “배가 침수되고 있다”, “배가 급격하게 좌현으로 기울고 있다이렇게 카톡으로 연락 온 게 마지막 교신이었다고 해요. 선사에서는 공무감독이라고 해서 배를 감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공무감독이 (카톡으로) “위성전화로 연락하세요라면서 계속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하고요. 당시 카톡 내용을 보면 “2번 홀드 쪽에서 물이 새고 있습니다라는 연락이 왔었거든요. 나중에 구조된 필리핀선원들 증언에 따르면, 자기들이 배에서 뛰어내려 헤엄치다가 뒤돌아보니 이미 배가 가라앉았대요. 그러니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배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45_변혁정치가만난사람03.JPG


이번에도 재난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Q 이미 3년 전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 참사를 겪고도 한국 정부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도 누차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해오신 걸로 아는데요. 이번 사고에서 정부의 대처는 어떠했나요?

A 사고가 난 직후에는 아무래도 선박사고이다 보니까 현장에 나온 기자 분들도 세월호 문제랑 많이 연결지어 취재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저희가 이렇게 연관되기를 원치 않았어요. 세월호는 연근해에서 일어난 사고였지만, 이건 머나먼 대서양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고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는 전혀 다른 사고라고 저희가 먼저 선을 그었어요.

그런데, 사고 발생 3주 정도 지나면서 저희들이 직접 침몰과 관련된 증거나 문서 자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면서부터, “도대체 이 정부가 뭘 한 거지?”라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죠. 일단 해경에서는 사고 신고를 최초 접수하고 나서 사고 선박에서 자동으로 발사되는 조난신호기의 신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8시간이나 흘려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다음, 이번 사고에서 컨트롤타워는 외교부였습니다. 처음에는 외교부에서 이 사건을 인지한 오전11시로부터 2시간 만에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길래, 그래도 대처를 잘 하고 있나보다 라고 저희가 오인했었죠. 알고 보니 외교부는 비상대책반을 만들어놓고 8시간 내내 대통령권한대행에게 보고할 문서를 작성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느라 실종 선원을 찾아야 할 골든타임을 허비했더라고요. 지금 상황이 그럴 때인가 싶어 외교부에 수색상황을 물었더니, 이미 침몰해버린 선박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거예요. 저희 가족들이 너무 답답해서, 선박 안에 구명정이 몇 척이나 있는지, 식수나 비상식량은 또 얼마나 있는지 그것부터 당장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죠. 그래서 외교부가 선사를 통해 구명정 사양을 확인하고 구명정을 찾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게 우리나라 시각으로 거의 21시가 다 되었을 무렵입니다.

외교부는 그 이후로도 저희 가족들이 부산의 선사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일주일 동안 수색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단 한 차례도 제때에 설명해 준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외교부 장관을 만나러 저희가 직접 서울로 올라왔거든요. 47일 외교부에 도착했는데, 장관은 외부 행사가 있어서 만날 수 없었고 대신 제2차관이 자리에 나와 정례브리핑을 약속해줬어요. 그런데 이마저도 8일 만에 특이사항 발생시 상시브리핑으로 대체한다는 문자통보 하나로 일방적으로 중단된 겁니다.

 

실종자 수색에 국가 소유 위성장비 활용하지 않아...

Q 번 사건에서도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었군요. 정부가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한 까닭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A 일단 사고 발생지역이 국내 해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본인 관할이 아니라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아요. 예컨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수색지역을 촬영할 수 있는 광학위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저희는 뒤늦게야 알았는데요. 무궁화, 천리안 같은 국내위성 이름을 들어나 봤지, 그 위성들이 어느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지 저희들이 어찌 알겠어요. 그런데, 외교부에서는 광학위성을 갖고 있는 미래부에 사고해역을 촬영해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EU에 그 작업을 요청했다는 거예요. 애초에 장비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국내위성을 활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죠. 이것도 알고 보니 45일에 해수부 소속 비상대책반 직원이 항우연에 전화해서 사고해역을 위성으로 촬영할 수 있는지도 이미 문의했다더군요. 그래놓고 사고 당시 촬영본이 없다는 항우연의 답변에 추후 수색지역에 대한 탐지를 공식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해수부는 추가 촬영을 공식 요청하지 않았고, 또 미래부는 뒤늦게 수색현장 촬영에 나섰지만 저희 가족들이 위성사진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할 때까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어요. 당장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인데, 촬영본이 있으면 바로 판독을 해야지 그냥 갖고만 있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자기 임무를 방기한 것에 대해 관계부처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로 둘러댔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물어봤죠. “사람이 깜박하고 잊어버리면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담당 인력의 보직이 바뀌거나 비상 상황으로 정신 없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 매뉴얼이란 게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외교부는 그런 매뉴얼은 해경 쪽에 있을 것이라고 하고, 또 해경은 이런 경우는 해수부에 매뉴얼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해수부에 매뉴얼이 있느냐고 물어봤죠. 이번에는 해수부가 이런 사례는 해외에서 일어난 사고이니 아마 외교부가 매뉴얼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대놓고 떠넘기기를 하더군요. 계속 이런 식으로 정부는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색작업에 책임 있게 나서지도, 효과적인 수색방안을 선제적으로 고민하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뷰.jpg


안전사회만들겠다는 공약 반드시 지켜져야

Q 무엇보다도 실종된 승선원들을 찾는 일이 화급한 시점인데요. 9일 대선 이후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지금 당장 정부가 서둘러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희가 절박한 마음으로 요청하는 것들이 얼마나 가능한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국가적 재난이나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거에는 청와대가 위기대응체계를 마련하는 종합관제센터로 기능해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10년 동안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지 않았잖아요. 저는 이런 중차대한 재난참사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매뉴얼의 부재로 정부 부처간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고, 각 부처간 역할도 체계적으로 분담하지 않는 것 같아요. 결국엔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 거죠.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려면 무엇보다 구멍난 법제도부터 총체적으로 재정비해야겠죠. 실제 해사안전법이라든가 선원법 같은 법규정을 살펴보면 허점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예를 들어서 이번에 사건이 이렇게 커지게 된 원인도 폴라리스쉬핑 사에서 사고 신고를 12시간 동안 하지 않고 일부러 늦췄기 때문이잖아요. 그렇지만 김완중(폴라리스쉬핑 대표이사)을 처벌할 규정이 마땅히 없어요. 왜냐하면 해사안전법상 선주에게 신고 의무가 있는데, 이 회사는 선주가 아니거든요. 마셜제도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선주가 따로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보니 선원들을 구조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고도, 이 회사는 법적인 처벌조항을 피할 수 있는 거죠. 청와대가 관제센터가 되고 나면 매뉴얼을 만드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런 처벌조항을 비롯한 법규정을 제대로 손질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나라 선박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페이퍼컴퍼니에 선적을 맡겨놓고 있다고 해요.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님들 보면 홍준표 후보 빼고 다들 안전사회 만들겠다고 공약했잖아요. 이것이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 구멍난 법조항부터 완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힘을 모아나가야 할까요?

A 폴라리스쉬핑사를 비롯한 선사들이 선원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실태가 이번 사고에서도 여지없이 되풀이됐잖아요. 선사 측은 사용자로서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도,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서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겁니다. 저희 스텔라데이지호 선원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상 선원들, 해기사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저희 가족들은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더 큰 관심과 성원으로 수색작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