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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5.13 10:45

아메리카동애등에

 

벌써 여름인가,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다. 남은 음식이 금새 다 상했다. 부쩍 늘어난 음식물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않았더니, 집 안엔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서둘러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들고 아파트 구석에 놓인 분리수거통에 쏟아 버리지만, 잘 가시지 않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처럼 꺼림칙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하기 힘든 쓰레기다. 버려야 할 음식물 쓰레기만을 잘 가려서 분리수거통에 버린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물기가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썩기 쉽다. 그대로 매립하면 썩은 물이 스미어 나와 땅과 지하수가 오염되기 때문에 2005년부터 바로 매립하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차에 실려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으로 가서 여러 처리 공정을 거쳐 사료와 퇴비로 만들어진다. 사료와 퇴비를 만들고 남은 것은 태우고 묻는다. 질 낮은 사료와 퇴비는 공짜로 농가에 공급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한 해 15조 원을 넘어섰다. 앞으로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고온 건조시켜 부피를 줄이는 음식물 처리기가 점점 많이 팔릴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담았던 비닐봉지를 버리는 통 위에 까만 벌레가 앉아 있다. 텃밭 퇴비 더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메리카동애등에다. 맵시벌이나 대모벌처럼 보이지만 벌이 아니라 파리다. 얼마 전, 아메리카동애등에가 신이 내린 음식물 쓰레기 청소부라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된다. 아메리카동애등에는 이름처럼 북미 원산인 외래 곤충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일본은 1950년대에 퍼졌고, 국내에서는 1990년 처음 발견되었다.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래종인 동애등에와는 생김새와 습성이 꼭 닮았다. 잘 보면 동애등에와 달리 흰 양말을 신은 것처럼 다리끈 마디가 희고 더듬이도 더 길어서 구별할 수 있다.

아메리카동애등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축산 분뇨 처리에 쓰이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메리카동애등에 한 마리가 알을 천 개 쯤 낳는데, 알을 까고 나온 애벌레는 가축 똥과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분해한다. 항생 물질을 내어 유해 물질을 없애고, 음식물 쓰레기에 소금기를 떨어뜨리고, 가축 분뇨의 질소 양을 줄여서 쓰레기와 똥을 질 좋은 퇴비로 바꾸어 놓는다. 용존 산소가 부족해도 잘 살고 알코올, 소금 성분이 있어도 잘 분해한다. 지렁이가 먹지 못하는 음식물 쓰레기도 먹어치우고, 지렁이보다 빠르게 분해한다. 분변토에서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축사에서는 집파리, 금파리가 자라는 것을 95퍼센트까지 방재한다.

아메리카동애등에는 알면 알수록 놀랍다. 애벌레와 번데기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가축 사료가 될 수 있다. 애벌레와 번데기를 먹인 알 낳는 닭은 달걀 품질이 좋아졌고 더 많은 달걀을 낳았다고 한다. 애벌레와 번데기의 지방을 이용해서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데, 콩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훨씬 높다. 애벌레가 분비하는 항생 물질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아메리카동애등에 어른벌레는 입이 퇴화되어 먹지 못한다. 물만 조금 먹을 뿐 알을 낳고 죽는다. 사람 사는 집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고, 쏘거나 집파리처럼 성가시게 하지도 않고, 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자연 청소부라 불릴 만하지 않은가.

아메리카동애등에가 자본주의 소비 사회가 싸 놓은 오물을 깨끗하게 해결해 줄 테니, 우리는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아메리카동애등에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 습성이 같은 재래종 동애등에가 경쟁에 밀려 사라져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염려[<우리 곤충 백 가지>,김진일,현암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신이 내린 자연 청소부는 다른 모습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아메리카동애등에를 잘 이용하는 것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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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강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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