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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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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길어 올리기 위해 싸운 3년의 시간들

 

김혜진경기

 


다시 416일이 돌아온다.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고,

햇볕이 따뜻한 4월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봄이 아니다.

박근혜가 물러났지만,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아야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우리의 마음도 봄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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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시민들을 향해 인사했다. “여러분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 3년은 시민들과 유가족이 함께 싸운 날들이었다. 시민들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특별법'을 제정하여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고, 특조위를 통해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기를 원했다. 무려 6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함으로써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통한 진실규명을 함께 요구했다. 그리고 촛불광장에서도 1,6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세월호 진실규명'을 함께 외쳤다.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걸었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우고 함께 단식을 했으며, 노란리본을 만들었고, 전국 100여 곳에서 주기적으로 피켓팅을 했다. 노동조합도 큰 연대의 힘을 보탰다. 3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광화문 농성장 야간 당직을 맡아왔고, 서명운동에 힘을 보탰으며, 전국 곳곳의 세월호 피켓팅과 집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시민들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운동단체들, 그리고 유가족의 힘들이 모여 2015<4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이하 4.16연대)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진실규명은 어디까지 와 있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침몰의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직접적인 침몰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세월호 참사 이후 왜 그렇게 유가족들을 괴롭히고 진실을 은폐하고자 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침몰의 구조적인 원인에 집중되었고 침몰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구조 실패는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고박 불량의 책임자가 20대 국회 새누리당 후보로 등장하고, 구조 실패의 책임은 해경 123정장만이 졌다. 진실을 밝혀야 할 특조위는 정부의 방해로 진상조사를 하기 힘들었고, 20169월 결국 강제 해산을 당했다.

그래도 시민들은 국민조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진상규명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족의 노력으로 세월호특별법이 다시 상정되고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2017년 말에는 세월호특별법이 관철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 원인은 선체조사위원회가 인양된 세월호를 조사하여 밝히겠지만 왜 해경이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는 새롭게 구성될 특조위가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진실은폐 행위가 드러난 청와대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매우 중요하다. 진실이 온전히 규명될 때까지 우리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생명·안전사회를 만들고자 한 날들

진실규명을 외치는 유가족들이 탄압을 받고 언론이 왜곡보도를 일삼으며,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우익단체들이 유가족들을 모욕하면서 생명·안전사회로 가는 길은 더욱 멀어졌다. 사람의 생명은 돈보다 가치 없게 여겨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판교 추락사고와 장성 화재 등 참사가 이어졌으며, 열아홉 살 김군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지는 등 노동자들의 목숨도 위험했다. 경주 주민들은 지진에 대비 없이 내몰리고, 메르스는 급속히 확산되어 시민들을 죽음의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시민과 노동자들은 4.16연대와 함께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을 시작했다.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다. 세월호 2주기 때에는 ‘4.16 인권선언을 발표하여 생명과 안전의 권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4.16연대와 더불어 생명안전을 위해 싸워왔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반올림 등 피해자 단체, GMO와 핵 문제, 교통안전, 건축물 안전을 위해 활동한 이들이 모여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를 구성하였다. 생명·안전을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노동자와 시민의 알권리, 참여할 권리를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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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과제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왜 이제서야 인양이 되었는지 밝혀야 한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인양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도 수습 종료 선언 이후에는 인양을 꺼렸다. 세월호 1주기에 수많은 시민들이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외치자 그제서야 인양을 발표하고, 기술점수를 낮게 받은 상하이샐비지에 인양을 맡겼다. 유가족이 지적을 하고 나서야 바닷속 세월호에 유실방지를 보완했다. 정보를 철저히 감춘 채 진행된 세월호 인양은 거듭 실패했다. 그러다 박근혜가 탄핵되자 해수부는 인양을 서둘러 세월호를 수면 위로 올렸다.

세월호 인양'은 단지 선체가 뭍으로 올라온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 선체를 보존함으로써 세월호의 교훈을 제대로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해수부는 주요 증거인 램프를 절단하는 등 선체를 훼손하고 유실방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선체를 함부로 잘라서 온전한 수습을 어렵게 하고 진실규명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미수습자 가족이나 유가족, 그리고 선체조사위원회와 의논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거나, 유가족을 배제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인양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길

박근혜가 퇴진한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제 시작이다. 세월호의 진실규명과 안전사회를 가로막고 있던 박근혜라는 하나의 벽은 치워졌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는 진실을 가로막으며, 사람의 생명을 가치없게 만들려는 무수히 많은 벽과 맞서 싸우고 그 벽을 넘어야 한다. 이것은 새롭게 대통령에 당선된 누군가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전히 유가족과 시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이 벽에 맞서야 한다. 잘못된 법, 권력만 유지하려는 정치권, 권력의 편인 사법부, 진실은폐에 가담한 언론, 돈을 사회 최고의 가치로 만드는 재벌기업에 맞서 생명·안전을 소중한 가치로 삼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며 모든 것을 돈에 종속시켜 결국 수많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기업과 정부와 언론과 검찰이 카르텔을 이뤄 이 질서에 균열을 내려는 자들을 억압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보게 된 우리 사회의 실체에 눈감지 않고 지속적인 운동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잊지 않는 길이다. 우리는 이 운동을 ‘4.16운동'이라고 부르며, 그것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운동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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