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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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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순직 불인정

두 선생님의 노동과 희생마저

끝내 차별하려는 정부

 

윤지영서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시, 김초원 선생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담임, 이지혜 선생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담임이었다. 두 분은 수학여행을 위해 세월호에 올랐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증언에 따르면, 두 분은 침몰 당시 탈출이 용이한 5층에 있었지만 학생들이 있는 각 객실로 가서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구명조끼가 없는 학생에게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입혀 주었으며, 비상탈출구까지 학생들을 데리고 가 먼저 탈출시킨 후, 다시 물이 차 있는 선체 안으로 들어가서 구조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사들과 달리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은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순직인지 여부를 판단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 이유는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이 기간제교사이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에서 똑같이 담임 업무를 했고 수업의 일환으로 수학여행을 갔으며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희생되었지만 인사혁신처는 두 분에 대해서는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민간 근로자여서 안 된다고 했다가, 기간제교사 역시 공무원이라는 입법조사처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서를 제시하자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에 인사혁신처 앞에서 수차례 항의집회와 기자회견을 벌였다. 삼십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순직 탄원 서명을 제출했고 직접 담당 공무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소용이 없었다. 돌아온 대답은 어쩔 수 없다였다. 결국 작년 7월 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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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일하면서도 처우는 차별

소송에서도 공무원연금공단 및 인사혁신처의 입장은 동일하다. 기간제교사는 육아휴직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정규 교사의 보충적대체 인력에 불과하거나 시간제 형태로만 근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기간제교사는 절대 보충적대체 인력이 아니다. 각 학교의 정원은 학교장이 임의로 정할 수 없고 교육당국이 정한 지침에 따라 산출하게 되어 있는데, 교육당국은 의도적으로 정원에 못 미치는 정규 교원을 발령함으로써 부족한 인원을 기간제교사로 채우도록 했다. 예컨대 2014학년도 단원고등학교의 교원 정원은 80명이었으나 경기도교육청은 67명만 발령을 냈다. 그 결과 나머지 13명은 기간제교사로 채워졌고 이 중 김초원이지혜 선생님도 포함된 것이다. (참고로 이지혜 선생님이 맡았던 국어 과목에는 13명의 교사가 필요한데 교육청에서 10명만 발령을 냈고, 김초원 선생님이 맡았던 화학 과목에는 2명의 교사가 필요한데 교육청에서 1명만 발령을 내는 바람에 그 부족한 자리를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이 채웠다.)

이지혜 선생님은 단원고등학교에서만 5년 넘게 기간제교사로 근무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기간제교사라도 정규 교사와 다르게 근무할 수가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기간제교사도 일일 8시간, 6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고 지침으로 명시했고, 그 결과 경기도 내 모든 기간제교사가 정규 교사와 동일하게 근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행정업무를 분담함에 있어서도 정규 교사와 기간제교사 간에 차이가 없다. 기간제교사의 임용 및 운영은 체계적이기까지 하다. 경기도교육청은 기간제교사에 관한 운영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또한 각 학교에 기간제교사의 인적사항업무 등을 교육청에 보고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등록하게 함으로써 기간제교사를 관리하는 한편, 기간제교사에 대한 사회보험 사업자부담분 및 인건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기간제 활용 위해 편법도 마다 않는 정부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렇게 정원에 못 미치게 정규 교원을 발령하는 것일까.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수가 적어서가 아니다. 2017316,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정규 교원 발령을 받지 못한 교사가 5,024명에 이른다.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3년 내에 발령을 받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되는데, 이렇게 합격 취소될 위기에 놓인 사람도 150명이 넘는다. 결국 시험에 합격해도 정규 교원으로 발령을 받지 못하면 기간제교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학교에 필요한 교원 정원을 기간제교사로 채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소위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에 대해 정하고 있는 교육공무원법만 해도 기간제교사에게 정규 교사와 동일한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각종 권리와 신분 보장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발령만 나지 않았을 뿐 정규 교사와 다를 바 없는 데도 기간제교사는 공무원연금법은 물론 각종 복지 제도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심지어 최근 대법원은, 정규 교사와 달리 기간제교사에게는 성과상여급을 지급하지 않아도 차별이 아니라고 했다.

노동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가지고서 따져야 한다는 원칙, 기간제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법조항, 2년 이상 근무한 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겠다는 법조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에 앞장서는 현실이다. 죽어서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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