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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등을 찍은 금속노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전국판매연대노조 가입 안건 유예에 부쳐

 

박점규(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서울

 

“[조직] 우리는 임시비정규여성이주노동자 등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노력하며 차별철폐 투쟁을 통해 금속노조의 강화확대를 위해 투쟁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강령 1호다. 기업별노조를 넘어 산업별노조로 전환한 이유는 다름 아닌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서다. 산별노조의 존재 이유다. 그래서 금속노조 규약 제2조에 금속산업과 금속관련 산업 노동자와 다음 각 호의 자는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정해 해고자, 실업자, 가입 희망자 모두 조합원이 될 수 있게 했다. 또 규약 제10조에 조합 가입을 손쉽게 하기 위해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면 3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속노조는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을 두어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노동자 누구든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없다면 한 달 내에 금속노조 조합원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동차 대리점 판매노동자로 구성된 전국판매연대노조는 지난해 5월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직형태 변경을 의결했고, 노조 규약에 따라 가입원서와 산별기금을 납부했음에도 10개월째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존재 이유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금속노조의 존재 이유,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핵심 규약은 제44조다. 금속노조는 자동차 4사를 비롯한 대기업이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열린 20061221일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사무직에 대한 조직편제는 11조직을 원칙으로 한다‘11조직규약을 채택했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정규직, 사무직, 비정규직을 망라하고 같은 조직(지부 또는 지회)으로 단결해 자본에 맞서 싸우자는 정신이었다. 규약44조에 따라 금속노조는 2007년부터 대대적인 ‘11조직규정(규칙) 개정운동을 벌였다. 기아자동차, 타타대우상용차 등 여러 곳에서 규정(규칙)을 개정해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지만, 현대자동차에서 세 차례나 부결되면서 2의 노조 민주화운동이라고 불렸던 11조직 운동은 사실상 실패하고 말았다.

2016년 정부가 발표한 고용형태공시제에 따르면 현대차 13,531, 기아차 5,024, 한국지엠 3,114, 현대모비스 6,253, 현대중공업 46,571명 등 금속노조 주요 사업장에 8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한다. 만약 규약 44조대로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면 금속노조는 25만 조합원 시대를 열었을 것이고, 자본의 정규직 이기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당당하게 싸워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11조직 가입대상이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전국 1,400개 현대차 블루핸즈에서 일하는 정비노동자, 전국 390개 현대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판매노동자(6,000여명) 역시 11조직 가입대상이 된다. 다만, 11조직이 공간적, 지리적 개념으로 같은 공간,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노조(현대차지부)에 가입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금속노조의 입장이다. 11노조를 통해 공장 안의 모든 노동자가 단결하고, 블루핸즈 정비노동자와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은 금속노조 지역지부로 조직해 공동투쟁을 벌여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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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체 대표자 호소에도 안건 부결

지금 전국판매연대노조는 11노조로 현대차지부에 가입하겠다는 게 아니다.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는 것이고, 지역지부에 편제돼 활동하면서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공동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리점이 없어져야 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대리점은 폐쇄되어야 한다는 것도 직영판매노조(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기아차지부 판매지회)와 똑같다. 그런데 집단참관을 빌미로 한 회의진행 방해 등 직영판매노조의 거센 반발로 10개월 째 금속노조 가입이 거부되고 있다.

전국판매연대노조는 3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 뿌린 호소문에서 앞으로 5년이 지나면 정규직 노조원들도 상당수 자연 감소한다정규직노조와 판매연대가 손을 잡지 않으면 모두 궤멸될 수 있으며 반드시 판매연대와 정규직노조가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00여 명의 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금속노조가 온당한 결정으로 민주노조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로 자본에 맞서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 위원장, 현대차 지부장, 기아차 지부장은 해괴한 논리와 비상식적인 회의 진행으로 끝내 노조 가입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제 발등을 스스로 찍고, 비정규직을 외면한 부끄러운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이다. 법과 규약으로 보면 판매연대노조 조합원들은 명백히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판매노동자들이 법원에 금속노조 김상구 위원장을 상대로 조합원지위확인소송이라도 내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희망은 남아 있다. 대의원 현장발의로 상정된 금속노조 가입 승인 안건을 폐기하자는 직영판매노조의 안건은 대의원 471명 중 116명 찬성(25%)으로 부결됐다. 대다수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산별노조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금속노조는 지금 당장 판매연대노조 가입을 승인하고, 나아가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전국의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의 대대적인 노조가입 운동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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