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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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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3.16 11:29

무언가의 시작은 무언가의 끝

 

토닥이(노동자뉴스제작단)서울

 

민주노총 건설을 위한 노동자대회에서 전국노동조합대표자 회의가 발전적으로 해소되고 동지들의 열망과 결의를 담아 민주노총 준비위원회가 발족됐음을 엄숙히 선포합니다!” 94. 고려대학교. 11월 전국노동자대회. 전노협 양규헌 위원장의 결의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민주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법한 노뉴단의 베스트 영상중 하나이다. 94년 이 선언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95년의 우리 활동은 시작됐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은 그 시기 노동운동의 대의명분이었다. 94년 말, 거창한 <비디오 매거진>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영상일꾼임을 자임하며 민주노총준비위와 함께 민주노총 건설에 관한 영상 기획에서부터 배급까지 도맡아 부산스럽게 뛰어다녔다. 부산스럽게 뛰어다닌 활동의 결과물은 <민주노총건설속보1><민주노총건설속보2>*에 담겨있다.

 

---민주노총

<민주노총건설속보1, 2>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작품형식이고 제작방식이다. 5년 전 전노협 건설을 앞두고 <건설 전노협 1, 2>에서 한 번 시도해봤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전국의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서 민주노총 건설의 필요성을 듣고, 실질적으로 민주노총 건설을 위한 조직전환들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고, 전환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방식이었다. 조직적 과제는 투쟁과제를 통해서 이루었기 때문에, 95년 춘투, 임투를 어떻게 해내느냐는 민주노총 건설의 관건적 화두였다. 당연하게도 영상 또한 이 해에 벌어질 임투에 집중했다.

당시 임투는 주로 집권 4년차에 들어선 김영삼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극심한 탄압에 맞선 이야기였다. <민주노총건설속보>는 정권의 탄압에 대한 분석과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결의을 담아내는 데 애썼다. 지역업종 임투전진대회들과 부천대흥기계 투쟁, 51일 노동절을 속보형식으로 다뤘고, 탄압국면에 관한 정세는 그래서 민주노총건설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기승전 민주노총을 납득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런 속보작업을 하다보면 소위 특종이라는 행운을 만날 때가 있다. 95420. 사당동에 있는 사당의원 건물을 경찰부대가 감싸고 있었다. 이틀 전에 전해투(전국해고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소속 해고노동자들이 노동부장관 면담을 요청하러 방문했다가 경찰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고 연행된 사건이 있었다. 그 중 한 노동자가 사당의원에서 치료 중에 있었고 경찰은 그를 연행하기 위해 사당의원을 둘러쌓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해고자 투쟁은 지금이나 그 때나 노동자의 주요 투쟁이었다. 이 해에 현대자동차 해고자가 분신을 했고, 해고자의 조직, 전해투는 노동운동 내에서 가장 선진적인 투쟁을 하고 있었다.

 

아수라장 파고들어 가 건져낸 특종

노뉴단의 그녀는 간만에, 예정된 촬영이 없어 원피스에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사무실에 나왔다. 따사로운 봄볕, 젊은 그녀는 예뻤다. 경찰이 사당의원을 침탈하기 바로 직전에 그녀는 사당의원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갔다. 경찰은 병원 안으로 최루탄을 터뜨리고 문을 부수는 등 사당의원을 박살내고 있었다. 구두에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그 아수라장을 파고 들어 가 카메라 버튼을 누를 손가락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악착같이 촬영을 해냈다. 그녀의 치열한 열정이 <민주노총건설속보2>에 담겨있다.

그녀는 이 촬영 이전부터 해고자 투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투쟁 가까이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노뉴단원이면서 전노협의 문화국 소속 영상담당자이기도 했다. 전노협이 노뉴단에 홍보와 조직사업의 일환으로 문화국에 영상담당자 파견을 요청했고, 노뉴단은 그에 응했다. 전노협에 있는 2년여 동안 그녀는 짧은 전노협 홍보영상을 만들었고, 직접 노동영상을 만들어 낼 영상일꾼을 노동대중 속에서 조직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전해투 투쟁을 담은, 노뉴단의 첫 번째 기획장편 다큐멘타리이자 노뉴단의 걸작중 하나인 <해고자>*를 연출했다.

그 무엇인가의 시작은 그 무엇인가의 끝이다. 95. 우리는 민주노총의 건설을 알리는 작업으로 시작해서 전노협의 해산을 알리는 작업으로 끝냈다.* 민주노총의 시작은 전노협의 끝이었다. 우리에게 95년은 슬펐다.

 

* <민주노총건설속보1, 2> : 19954, 19956/55, 46/민주노동조합총연맹건설준비위원회-노동자뉴스제작단

* <해고자> : 19967/70/노동자뉴스제작단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타리부문 작품상 수상)

* 전노협의 해산을 다룬 작품은 <그리운 이름 전노협> : 19962/75/전국노동조합협의회-노동자뉴스제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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