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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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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차별과 빈곤을 악화시키는 시간제 일자리

 

나래인천

 

여성가족부가 지난 221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정부는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줄고, 비취업 여성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기혼여성 절반 경력단절 경험, 재취업까지 84개월 걸려

이번 조사는 만 25~54세 미혼·기혼 여성 4,835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을 경험한 기혼 여성 비율은 48.6%에 이른다. 그만큼 경력단절 문제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대체 왜 여성들은 재취업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을까? 경력단절 사유는 3년 전 조사인 2013년과 비교했을 때 결혼의 경우 201361.8%에서 지난해 40.4%20%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반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같은 기간 26.5%에서 38.3%로 증가했고, 가족구성원 돌봄을 위해 경력단절을 한 경우 4.2%에서 12.9%3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은 결혼-임신·출산-육아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혼을 하더라도 여성들은 선뜻 임신을 선택하기 어렵다. 임신은 곧 직장을 그만둬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출산휴가, 육아휴직, 유아기 근로시간단축 등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실제 사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제도가 마련되어 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은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다. 그 외 노동자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 육아는 곧 여성의 전담업무가 되고,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8.4년이며, 경력단절 최초 발생 나이는 28.5세였다. 경력단절 이후 월 임금은 146.3만원으로 경력단절 이전의 173.1만원보다 월 26.3만원이 낮아졌고, 취업여성 중 경력단절 경험 유무에 따른 개인별 임금 격차는 월 평균 76.3만원이다.

문제는 임금 저하뿐만이 아니다. 경력단절 이전에는 조사 대상의 87.1%가 상용근로자였으나, 경력단절 이후 상용근로자 비율은 45.4%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대신 임시근로자 비율이 경력단절 전 10.4%에서 단절 후 24.5%,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5.1%에서 15.2%로 크게 상승했다. 많은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을 해도 불안정한 일자리인 비정규직이나 영세한 자영업자로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들은 자율로 포장된 강요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가정 양립이 강요되는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오래 일하는 국가다. 게다가,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의 경우 남성은 50, 여성은 4시간 19분의 큰 차이를 보인다.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인식은 육아와 집안일이 여전히 여성의 몫이게 한다. 얼마 전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지 7일 밖에 안 된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일요일 오후 출근했다가 숨진 채 발견된 워킹맘 과로사 사건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일가정 양립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경력단절로 재취업의 기회를 얻기 힘든 여성들은 정부와 기업이 만들어 놓은 시간제일자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간제일자리 노동자는 월 평균임금 74만원을 받고, 16.6%만이 퇴직금을 지급받는다. 저임금에 더해 사회보장 제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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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모두를 위한 사회를 위하여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겠다며 시간제일자리를 확산했다. 시간제일자리로 재취업 아니면 더욱 가난한 현실이라는 두 방향의 벼랑 끝에 내몰린 여성에게 선택이 과연 가능할까. 둘 다 최악의, 나쁜 선택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마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 마냥 현실을 왜곡했다.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의 확산은 불평등과 빈곤을 악화시켰을 뿐이다.

여성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다.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받으며,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노동3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이다. 또한 임신·육아의 부담과 책임은 모두 여성에게 있다는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 구조를 타파해야한다. 아울러, 임금 저하 없는 노동시간 단축, 가사육아 분담, 남녀 육아휴직 실효성 강화, 육아·휴직 수당이 제도적으로 내실 있게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저출산을 운운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모성권을 보장해 주기는커녕, ‘경력단절녀라는 꼬리표를 붙여 더 나쁜 일자리로 여성들을 내몰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여성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여성혐오·차별 사회를 바꿔내려는 주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게 주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할 수 있을 때, 여성에게 씌워진 굴레를 벗어 던지고 마침내 평등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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