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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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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수구보수세력의 국내정치

 

배성인(한신대)서울

 

김정남 암살 사건을 놓고 정면 충돌한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결국 단교 직전의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했고, 이에 응수해 북한도 주북한 말레이시아 대사의 추방을 결정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당분간 미해결 사건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남한 정부와 언론의 과잉 반응이 일조했다. 황교안을 중심으로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등 박근혜 정부는 북한 당국의 소행을 공식화하였다. 국정원 발표에 의하면 이번 암살은 5년 전 김정은에 의해 내려진 명령이 유효하게 이어지다 타이밍이 맞아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김정남을 죽인 이유로는 김정은의 편집증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말레이시아 측과 정보 공유를 해온 한국 정보 당국이 주도면밀하게 개입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당사국도 아니면서 북한 주민들의 신병 인도를 러시아 당국에게 무슨 근거로 요구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황교안 권한 대행은 215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김정남 암살과 관련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면서 더욱 강화된 대북대응태세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정작 참석해야 할 211NSC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 날은 북한의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의였지만 황교안은 불참했던 것이다. 이 사건에 통일부가 긴급 브리핑을 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섣부른 예단으로 동북아 긴장 고조시켜선 안 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한 것에 비하면 다분히 정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일본 관방장관은 이 사건이 안보에 직접 영향이 없다며 언론의 과열보도를 진정시키기까지 했는데, 남한의 언론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김정은이 김정남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신중하지 못한 정치적 언사를 구사한 것이다.

암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세간에는 권력투쟁설, 후환제거설, 이권갈등설, 중국의 묵인설 등 그럴 듯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벌인 사건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어느 것도 아직은 섣부른 추측이다. 김정남 암살을 합리적 추론을 전제로 규정하는 것은 국제관계를 매우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위험한 일이다.

오히려 합리적으로 분석하면 김정은이 김정남을 죽일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전혀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배후로 밝혀지면 말레이시아의 단교조치로 북한외교의 중요 거점이 상실되고, 김정남을 보호하던 중국과의 관계도 틀어질 것이다. 북한은 또다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고 북한에 대한 국제적 규탄과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실제 이 사건으로 미국 뉴욕에서 3월초 예정됐던 북미 반관반민(1.5트랙) 회동이 무산됐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 등 정부측 인사 6명이 31일과 2일 뉴욕을 방문해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를 비롯 전직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이 무산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내부의 과잉충성 분자들이 윗선의 결제 없이 자행했거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했을 수도 있다.

  41_김정남피살과 동북아정세긴장01.jpg


동북아 위기 해법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김정남 암살은 남한의 안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남한 당국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 사건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 안보정국 조성을 시도하였다. 탄핵국면에서도 편가르기식 정치를 한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극대화하고 악마화하여 무력도발의 긴장감을 고조시킴으로써 이후 사드배치를 가속화 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 이 사건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대서특필되고 금지 무기인 VX를 사용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의 역할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북한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이번 사건에 가장 기민하게 움직인 국가는 남한이다. 국정원이 김정남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말레이시아에 제공하여 북한을 궁지로 몰았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말레이시아와 남한이 짜고 김정남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 증거로 범인들이 남한을 여러 차례 드나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게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제거해야할 또 하나의 난관을 만난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쳤다고 하고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동원된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사드배치는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동북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결국 해법은 남한 정부에 의해 제공된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를 재개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6자회담을 재개하여 북핵 문제 해법을 모색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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