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분노한 제주도민들

계도와 감시 중심의 행정에 맞서 항의행동을 벌이다

 

박성인제주

 

지난 36, 제주특별자치도는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날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와 쓰레기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주최한 제주도 (쓰레기 같은) 쓰레기정책에 대한 시민제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개선안은 기존 요일별 배출제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명칭을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로 바꾸고, 배출 일시를 종류별로 주1~2회에서 주2~3회로 늘리며, 6월까지 자원순환 제주사회 구축 로드맵을 제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시민제안 토론회에서는 요일별 배출제를 즉각 철회하고, 배출수거 중심이 아닌 재활용 중심의 쓰레기 정책으로의 전환과 그를 위한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 이로써 지난해 121(제주시), 올해 11(서귀포시)부터 시범 실시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둘러싼 제주도정과 제주도민들 간의 갈등은 중간 매듭을 지었다. 그러나 그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41_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앓는 제주04.jpg


클린하우스만 깨끗하면 뭐하나? 집안에 쓰레기가 쌓이는데

사실 제주도에서 쓰레기 대란10여 년 전부터 이미 예견됐었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급격히 증가하고, 인구 증가에 따른 건축 붐으로 건축폐기물이 늘어나면서 매립과 소각 중심의 쓰레기 정책은 이미 한계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19일에 제주특별자치도 폐기물관리 조례개정을 하더니, 121일부터 생활폐기물을 요일별로 분리 배출하고, 시간대도 6시 이후부터 12시까지 배출한다요일별 배출제시범 실시를 강행했다. 시범 실시 후 개선안을 마련해 올해 7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일정이었다.

요일별 배출제강행을 위한 총대는 고경실 제주시장이 멨다. 7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며 문화환경 빅 콘서트를 열더니, 불법투기를 감시한다는 구실로 47억 원을 들여 클린하우스 지킴이도 배치했다. 11일부터 종량제봉투값을 40% 인상하고, 일부 클린하우스에 LED전광판을 설치했으며, 감시용 CCTV 설치까지 계획했다. ‘요일별 배출제로 집안에 쓰레기가 쌓인다는 도민들의 불편 호소에 대해서도 고 시장은 시범운영하자 약 20%의 쓰레기가 감소했다, “시민들이 너무 엄살을 부린다고 망언을 했고, 2/3가까이 되는 도민들의 반대에도 “10~12%정도의 일부 극렬 시민만 반대한다고 왜곡했다.

요일별 배출제쓰레기 대란의 근본 원인인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 건축 폐기물의 양산, 그리고 소각과 매립 중심의 정책의 한계 등을 은폐하여, 그 책임을 도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정책이었다. 쓰레기를 집에 쌓아두었다가 요일별로 배출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불편할 뿐 아니라, 배출할 때마다 일상적으로 감시통제당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도민들은 더더욱 분노했다. 쓰레기 감량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정책이면서 마치 요일별 배출제로 쓰레기가 감량된 것처럼 호도하는 행정 편의주의에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라는 이름으로 항의행동이 일어났다.

 

가장 좋은 쓰레기는 존재하지 않는 쓰레기다

지난 100여 일 간 도민들의 분노와 항의의 결과 제주도정은 개선안을 냈고, 머뭇대던 제주도내 환경단체들도 비로소 행동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개선안은 여전히 요일별 배출제를 유지하고 있고,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도내 환경단체들의 입장은 확고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쓰레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최소 10여 년에 걸친 중장기적 전망과 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주체를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

사실 이번에 쟁점이 된 부분은 생활 쓰레기가운데서 재활용 쓰레기였다. 제주도내 쓰레기 가운데 생활폐기물의 비율은 25%정도다. 건축폐기물, 농업축산 폐기물을 포함한 산업폐기물, 해양쓰레기, 유기성 쓰레기 등은 아직 제대로 공론화되지도 않았다. 반면 도내 매각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고, 추가 매립장 건립(동북매립장)을 둘러싼 도정과 주민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생활하수도 제대로 재처리되지 않고 제주바다로 무단 방류되고 있다. 쓰레기와 하수 문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중장기적 해결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총체적 원칙을 세우는 것, 배출-수거-처리 등에서 재활용/재사용의 관점에서 자원 낭비를 최소화 하는 방안, 수거(분리수거)와 처리(매립, 소각장)에서 일상과 행정민주주의 구축 방안, 나아가 대량 소비 중심의 현대적 삶의 방식을 지양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논의하고 실천해야 할 사안은 깊고도 많다. 쓰레기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소비와 낭비를 부추기는(일회용품과 포장지, 제품의 계획된 노후화 전략 등)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이 그 재생산 싸이클의 끝에서 응축된 문제(쓰레기는 상품의 비극적 모습)이고, 쓰레기의 배출에서부터 수거, 처리 방식에 이르기까지 계급간 지형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