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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사무국장

 

정성용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모임 대표

 

 

 

‘첨단’으로 은폐된 착취의 현장

쿠팡 물류센터에 노조가 떴다

 

 

#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그 쿠팡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와중에 엄청난 수혜를 누린 쿠팡의 연간 매출액은 1년 전보다 무려 90% 상승하며 13조 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9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주문한 물건이 현관 앞에 도착할 때까지, 피땀을 흘리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이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쿠팡은 존재할 수도 없었다. 지난 6월 6일, 마침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깃발을 올렸다. ‘우리는 로켓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치며 노조로 뭉친 이들의 시작을 환영한다. <변혁정치>가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의 초동 주체가 된 동지들을 만났다.

 

 

 

 

Q: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민정: 저는 쿠팡 부천 신선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강민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일하다 산재를 당했는데, 그 기간 중이던 작년 7월 31일에 ‘계약만료’로 해고됐어요. 현재는 부당해고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성용: 저는 쿠팡 인천 4메가센터에서 작년 7월부터 근무하고 있는 정성용이라고 합니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이 물류센터에 엄청나게 많이 진열돼 있는데, 그 수량과 상태를 파악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근래 물류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이나 노동권 제약 등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민정: 제가 근무했던 곳은 ‘신선센터’라고 해서, 말하자면 입에 들어가는 모든 걸 취급했어요. 현장 자체가 냉장‧냉동창고라고 보시면 돼요. 규모가 2층에서 6층까지 있는 건물인데, 하루에 걷는 게 3만 보가 넘을 정도였어요. 근무시간이 점심시간 포함 9시간인데, 거의 8시간은 쉬지 않고 걷는다고 보면 되고요.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만 휴게시간은 1분도 허락되지 않고, 그렇게 24시간 현장이 돌아가요. ‘로켓배송’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만큼 빨리 움직여야 해요.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무조건 아침 7시 전에 현관 앞에 물품이 도착해야 하니, 노동자들은 그에 맞춰 엄청나게 빨리 일해야 하죠. ‘UPH’(Unit Per Hour: 시간당 생산량)라고 해서, 실시간으로 각 노동자가 시간당 얼마나 일하는지 측정하거든요. 그걸 강요하면서 ‘속도를 내라’고 소리치니까, 근무 들어가면 머릿속에 아무 생각 없이 일에만 몰두해야 합니다.

 

 

정성용: 제가 일하는 인천 4센터는 다른 곳보다 규모가 큰 ‘메가센터’입니다. 대략 2천~3천 명이 일하고 있고요, 기본 8시간 근무에 연장 고정 1시간이 있어서 매일 9시간씩 일해요. 휴게시간은 마찬가지로 없고,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점심시간 1시간만 지키고 있어요. 물류센터 노동 자체가 고된 데다, 특히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많은 이윤을 뽑아냈지만 노동자들은 쉬지도 못하고 갈려나가요. 너무 힘들다 보니, 그나마 화장실 가면서 조금이라도 한숨 돌리죠. 예전엔 화장실 가는 것도 통제했는데, 요샌 언론에 나오기도 했고 노동조합 출범도 의식한 건지, 화장실 가는 건 뭐라고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은 오로지 화장실 가는 거라고 보면 돼요. 화장실이 곧 휴게공간인 현실이죠.

 

또 심각한 문제가 고용구조예요. 쿠팡 물류센터엔 정규직이 거의 없고 대부분 일용직이에요. 계약직도 3 / 9 / 12개월짜리와 무기계약직으로 쪼개서 계약하는데, 각 단계(3개월 → 9개월 → 12개월 계약직)를 모두 통과하고 매번 재계약에 성공해야 무기계약직까지 갈 수 있어요. 물론 무기계약직 비율도 대단히 낮고요. 재계약 권한은 철저히 쿠팡이 쥐고 있어요. 사측이 필요할 때만 계약을 연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잘라요. 대부분 단기 노동자고 계약직도 당장 몇 달 뒤 재계약이 불투명하니, 불안정한 고용구조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죠.

 

인권침해도 빈번해요. ‘사실관계 확인서’라고, 쿠팡판 반성문이라고 보시면 돼요. 관리자들이 볼 때 잘못하고 있거나 마음에 안 드는 노동자를 뽑아내서 이걸 쓰게 해요. 그렇게 강압적 통제에 따르게 만들고, 노동자들에겐 모욕감과 굴욕감을 주는 거죠. 이건 인권침해로 고발도 많이 됐고 방송에도 나갔지만, 여전히 제대로 시정되지 않았어요.

 

 

 

Q. 강민정 님이 겪은 ‘계약만료’ 형태의 해고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강민정: 제가 쿠팡에 입사한 게 2018년 9월이었어요. 재계약도 됐었고요. 제가 UPH를 못 맞추거나 ‘사실관계 확인서’를 쓴 적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재계약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작년 5월 쿠팡에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셧다운이 됐고,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어요. 사측의 안전관리 미흡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너무 답답해서 이 문제를 알아보고 밝혀보려고 쿠팡 본사 직원이나 제가 일하던 부천 신선센터 안전관리 팀장에게도 되게 많이 문의했는데 제대로 답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렇게 여기저기 문의한 것 때문에 계약만료를 시킨 건지, 아니면 제가 일하다 다쳐서 산재신청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해고한 건지…. 지금도 제가 계약만료 사유를 모르거든요. 수십 번 문자나 카톡으로 물어봐도 답변이 오지 않았고요. 당연히 재계약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남기고 문자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어요. ‘강민정 님과 저희와의 인연은 이걸로 끝입니다’ 이런 식으로 문자가 왔을 때,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정성용: 제 주변에도 계약해지된 분이 많은데, 올해 1월에는 저희 센터가 공사에 들어간다면서 노동자를 대거 해고했어요. 제 옆에서 일하던 3개월 되신 분과 2년 되신 분이 그렇게 쫓겨났죠. 3개월 일한 분은 실업급여도 못 받고 나갔고요. 2년 근무한 분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마땅한데, 그냥 계약을 만료시켰죠. 본인도 무기계약직을 희망하셨고 법으로도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돼 있는데, 쿠팡은 그냥 해고해버렸어요.

 

 

 

 

휴게시간 1분도 허용하지 않는 쿠팡,

화장실에서 쉬어야 하는 노동자들…

물류센터 압도 다수가 일용직‧계약직,

‘내일은, 다음 달은 계속 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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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렇듯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서 물류산업에서 노동조합 건설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드디어 정식으로 노조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강민정: 제가 처음부터 노동조합을 만들려던 건 아니었어요. ‘어쨌든 민주화 시대니까,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하면 고쳐나가겠지’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겠지’하는 생각에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얘기를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본다거나, 그동안 친하게 지냈는데도 아예 연락을 끊는다거나. 회사에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게 쉽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내가 해야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됐어요. 그렇게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까지 온 거거든요. 그 과정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곳곳의 현장에서 목소리를 함께 낼 분들을 만났고, 1년이 좀 안 되는 기간에 노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자부심이 있고, 힘도 납니다.

 

 

정성용: 제가 처음 쿠팡을 다닌 건 당장 알바 자리가 필요해서였어요. 앱에서 검색하니까 쿠팡 물류센터가 제일 먼저 뜨더라고요. 그렇게 단기 알바로 다니게 됐죠. 그러면서 아까 얘기했던 온갖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해야 했고, 그래서 사실 ‘다시는 여기 안 온다’는 마음으로 그만뒀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 뽑는 곳은 여기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계약직으로 다시 입사했고, 3개월 계약 후 재계약이 돼서 지금은 9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대로는 더 못 다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휴게시간 없고, 갑질도 심하고, 거기다 저임금까지. 쉬지 않고 일해도 오전조는 세전 월 200만 원, 오후조는 월 240만 원 정도 받아요. 다달이 겨우 먹고 사는데, 이런 상태로는 저금을 해도 모을 수가 없어요. 사람 구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는데 여기선 미래가 그려지지 않고, 여길 나간다고 다른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내 노동조건과 임금 수준을 해결할 방법이 노동조합이었던 거죠.

 

 

 

 

Q. 노조를 설립하고 우선적으로 제시할 요구가 있다면?

 

 

정성용: ‘5대 요구’라고 준비하고 있는데요. 순서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면, 일단 ‘휴게시간‧휴게장소 보장’이 있고요. 고용안정에 관해서는 ‘쪼개기 계약 철폐’가 있죠. 쿠팡 물류센터는 단기 노동자가 70%나 돼요. 매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구조를 바꾸자는 거죠.

 

‘직장 갑질과 인권침해 문제 해결하자’는 요구도 있어요. 앞서 얘기한 ‘사실관계 확인서’ 작성이라든가, 휴대폰 반입도 제한하는 과도한 통제를 근절하자는 거고요. 또 하나 중요한 요구가 ‘냉난방 문제 해결’이에요. 쿠팡 물류센터는 냉난방 시설이 미비해서 노동자들이 더위나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는데, 최소한 건강하게 일할 노동환경을 만들자는 거죠.

 

마지막은 임금 문제입니다. 저임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간노동을 해야 해요. 그래서 생활임금을 요구하고 있고요. 이런 요구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알리려고 해요.

 

 

강민정: 쿠팡 본사 앞 기자회견도 몇 차례 다녀왔고 매스컴에서도 많이 다뤘는데, 쿠팡 산업재해 문제를 꼭 짚어야 해요.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하는데, 여태껏 쿠팡은 그걸 지키지 않았거든요. 작년 국정감사에서 쿠팡 전무가 나와서 ‘다치면 무조건 산재로 처리하지, 공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했는데, 실질적으로 그렇지가 않았어요. 일하다가 다치면 무조건 산업재해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류센터 노동조합,

조용한 물가에 던지는

돌멩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Q.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하는 지금, 앞으로의 각오를 한 말씀씩 들려주신다면?

 

 

정성용: 저희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거든요. 물류노동자들이 대개 무노조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데, 코로나 이후 더더욱 물류 없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고들 하잖아요. 그런 산업에 노동조합이 없다는 게 큰 문제고요.

 

현장에서는 물론 우려도 많아요. ‘노조 못 만들게 하려고 쿠팡이 이런 식의 고용구조와 관리자 갑질을 하고 있는 거다’라고 얘기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돌파할 거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유일한 답은 ‘그래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첫발을 떼지 않으면 다른 것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불안정 고용 등등 물류산업 특성상 노조하기 어려운 부분도 극복해가면서 무권리 상태의 물류노동자 노동조건을 바꿔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밀알이 되자, 호수에 돌멩이 하나라도 던져야 물결이 일지 않겠냐’라고요. 그 역할만으로도 노동조합 만드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강민정: 마음의 부담이 상당이 큰 건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이게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다 보니 서로 역할을 분담해서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해야 하는데, 과연 발을 잘 맞춰서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라서 그런 두려움이 많기는 해요. 그래서 무게감도 있지만, 그래도 공공운수노조와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도움도 많이 얻고 있고요. 각오라기보다는 앞으로 도움을 더 많이 받아야 할 입장인 것 같아요. 많은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또는 쿠팡뿐만 아니라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정성용: 쿠팡을 포함해서, 노동조합이 필요한 물류노동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는 아무래도 ‘나서 달라’는 말씀일 것 같아요. 노동조합의 주인은 결국 조합원이잖아요. 조합원이 늘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때 현장에서 힘도 가질 수 있을 거고요. 그러려면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노동조합에 조금 더 가까이, 열 발자국씩 와주시면 좋겠고, 한 발자국이 가능한 사람은 한발자국이라도 와주시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강민정: 제가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쿠팡 로켓배송은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빨리빨리 오는 게 좋은 것 같지만, 사실 그게 곧 그 모든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힘들게 하거든요. 비록 좀 느리더라도, 평등하게 무리 없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께는 빠른 것보다도 천천히 안전하게 가는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인터뷰 = 허성실조직‧투쟁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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